루이 비통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보내온 일등석 비행의 행선지는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뉴욕에 불시착한 루이 비통

2019-11-03T21:05:43+00:002019.11.04|FASHION, 뉴스|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보내온 일등석 비행의 행선지는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이었다. 하지만 루이 비통 2020 리조트 컬렉션의 여행은 과연 뉴욕에 상륙하는 것으로 그쳤을까.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으로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에서 영감을 얻은 크라이슬러(Chrysler) 백.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이끄는 루이 비통을 묘사하려니 몇 가지가 바로 떠오른다. 그는 역사광으로, 기나긴 패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감하면서 패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신의 캔버스에 그려내는 데 대단히 탁월한 디자이너다.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실루엣과 구조의 재구성을 통해 환상적인 미래와 공상과학적인 가능성까지 모색하는 것. 게다가 그는 프랑스 남부, 리우데자네이루, 팜스프링스, 교토 근방의 산악 마을 등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장소를 골라 그의 팀과 선택받은 프레스를 초대하는 특별한 여행도 누구보다 잘 꾸려오지 않았나. 제스키에르가 이런 곳들을 런웨이 장소로 선택하는 건 하우스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건축에 대한 그의 열정과 비상한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 마그 재단 미술관부터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에스테이트, 니테로이 현대 미술관, 미호 박물관까지, 그의 쇼 배경은 숨 막힐 정도로 압도적이어서 당신의 휴가 행선지를 바꿀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그런 그가 2020 리조트 컬렉션을 위해 선택한 장소가 바로 뉴욕 JFK 공항이었다.

1991년 처음 뉴욕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나요. 당시 건축사에 남을 걸작인 이 터미널을 이용했죠. 그렇게 이 환상적인 도시와 처음 대면했어요.” 무대 뒤에서 만난 제스키에르는 자신이 선택한 장소에 대한 감회를 털어놨다. 1962년 미국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설계한, ‘미드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사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TWA 터미널의 외형은 항공 여행에 대한 흥분과 깃털처럼 가벼운 비행을 상징하는 날개처럼 보이는 커다란 아치가 유명하다(20년 전에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건 영화 <오션스8>,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배경으로 친숙한 까닭도 있다). 다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500개 이상의 객실과 인피니티 풀을 완비한 호텔로 재탄생할 이 매력적인 장소는 루이 비통 2020 리조트 쇼의 베뉴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출정 준비를 마쳤다. 런웨이가 마련된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는 내부, 나선형 계단, 바닥에 깔린 붉은색 카펫과 복고풍 여행 보드판, 도시적 미관과 대비을 이룬 실내를 가득 메운 열대 식물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줘서 항공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프런트로에는 소피 터너와 조 조나스, 엠마 스톤, 줄리앤 무어, 트레이시 모건, 제니퍼 코넬리, 윌로우 스미스, 배두나 등 제스키에르의 충성스러운 셀렙 군단이 자리한 채 그의 새 컬렉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국의 가장 상징적인 환승 공간에서 정체를 드러낸 제스키에르의 쇼는 뭐랄까, 초시대적이었다. 그 실체를 몇 마디 패션 언어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시대를 초월한 구성으로 시선을 모았다. TWA 항공사의 상징적인 비행 가방에서 영감을 얻은 미니드레스와 액세서리에서는 1960년대가, 박쥐처럼 날개를 펼친 소매와 둥그런 스커트에서는 1980년대가 읽혔다고 생각했지만, 보드 반바지와 투박한 전투화는 1990년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한편 크게 부풀린 반짝이는 크롭트 톱, 파일럿 스타일의 모자 등은 아직 오지 않은 우주 시대에 각광받을 만한 룩으로 보였다. 넉넉히 한 세기를 아우르는 다종다양한 의상을 보며 지금 우리는 특정 시대와 규범에 제한받지 않는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음이 떠올랐다. 후세에 그는 인터넷 시민을 위한 패션 영역을 선점한 주인공으로 평가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낯선 대도시에 도착한 여느 이방인처럼, 그 또한 이 고담 시티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고담의 영웅을 우러러보고, 꺼지지 않는 불빛과 에너지에 감탄했을 것이다. 그 경외감이 새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프랑스인으로 뉴욕의 진부함은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스포티하고 화려한 재킷에 등장했고, 크라이슬러 빌딩을 연상시키는 삼각형 모티프는 실크 블라우스를 수놓고 가죽 핸드백으로 변신했으며, 순수하게 빛나는 트위드는 이스트 사이드의 우아한 부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월 스트리트의 줄무늬가 생각나는 바짓가랑이와 셔츠, 납작한 전투화, 가죽으로 만든 꽉 끼는 터틀넥, 전신 장갑, 아주 매끄러운 코트는 이 도시의 파워풀한 여성에게 이상적일 듯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렬했던 쇼의 주인공은 컬렉션을 지배한 검은색.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힌 잠들지 않는 도시, 아주 복잡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면모로 가득한 이곳, 이 컬렉션의 기원, 바로 뉴욕.

그리고 에로 사리넨이 그어놓은 네오 퓨처리즘적인 선을 따라 달려 나온 미래의 액세서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비디오 스크린이 달린 핸드백은 등장과 동시에 인터넷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루이 비통 2020 리조트 컬렉션의 목적지는 먼 미래를 향한 것이 더욱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