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호텔

W

지난 9월 압구정역 인근에 개장한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현대판 럭셔리’를 보았다.

“서울에 럭셔리 호텔이 얼마나 많은데.” 안다즈 서울 강남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부유하고 있었다. 호텔이 개장하고 한 달이란 시간이 흐른 무렵, 소셜미디어에는 연일 이곳이 태그된 글과 사진이 숱하게 게시되었고, 결국 뒤늦게나마 호텔에 걸음하기로 작정했다. 오후 3시가 지난 비교적 한산한 시간, 호텔을 투어한 후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이곳이야말로 지금까지 서울의 특급 호텔이 놓치고 있던 지점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 안다즈 서울 강남은 단순히 시설이 얼마나 고급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시대에 맞춰 럭셔리를 재정의하고 이를 투숙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여낸다. 우선 객실에 비치한 소책자는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감도 높은 서비스를 시작으로 투숙객이 호텔 주변에 위치한 설화수 플래그십 매장,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등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하드웨어가 별로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이곳을 설계한 주역이자 전 세계 럭셔리 레지던스를 기획해온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에트 분(Piet Boon)은 ‘럭셔리’를 명분으로 중후하거나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보다 한국의 전통 조각보에서 영감을 얻어 지역의 색을 살리고, 머무는 시간이 편안할 수 있도록 아늑함에 초점을 맞춰 공간을 설계했다. 실제로 호텔에서 애플 스토어에 버금가는 편안함과 활기참을 느낀 적은 처음이다. 안다즈는 하얏트 그룹에서 2000년대 후반 출범한 ‘막내’ 격 브랜드지만 어쩐지 파크 하얏트, 그랜드 하얏트와 같은 ‘형님들’보다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생각도 스친다. 결론, 연말 호캉스 장소로 안다즈 서울 강남은 꽤나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이태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