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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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에 다가올 미래에 대하여.

3D 프린터로 만든 마스카라, 피부 유전자 진단으로 만들어진 맞춤 화장품 등 뷰티업계의 진화가 눈이 부시다. 웬만한 인플루언서보다 훨씬 많은 팔로어를 지닌 디지털 가상 모델의 SNS 피드는 혀를 내두를 정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 콘데나스트(Conde Nast)의  인터내셔널 뷰티 디렉터인 캐시 필립스(Kathy Phillips)와  뷰티업계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뷰티업계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만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지능 정보 기술과 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이 뷰티업계와 결합하고 있어요. 에스티 로더는 ‘유캠 메이크업’ 앱을 통해 자사의 모든 립스틱 컬러를 입술에 가상으로 대입해볼 수 있게 했고, 샤넬 뷰티 스튜디오도 ‘Try on Experience’라고 하여 입술에 직접 발라보지 않아도 얼굴에 색이 입혀지는 기계를 도입했죠. 몇몇 매장에서는 기기를 통해 피부 톤과 언더 톤을 측정해 파운데이션 컬러를 매칭해주기도 하고요. 사물인터넷 기술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어요. 앱을 통해 사진을 찍거나 카메라에 대면 그날의 피부 상태를 예측해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하니까요. 이렇듯 새로운 뷰티 기술력이 결합된 앱이나 기기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 듣고 싶네요.  저는 냉소적인 사람이에요.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유캠 메이크업’ 같은 앱도 15~25세 정도의 어린 여성에게만 어필한다고 봐요. 잡지 화보처럼 예술적이거나 혹은 획기적인 메이크업이 아닌 디즈니랜드의 환상 같은 메이크업 아이디어인 거죠. 백화점이 인터넷에 고객을 빼앗기는 지금 같은 시점에, 이런 ‘체험’은 고객의 발길을 백화점 안으로 이끄는 새로운 방법이긴 해요.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이 즐길 거리는 될 수 있어도 화장을 배우는 차원에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앱이나 기기를 활용해 내 입술과 눈에 가상의 색을 입히는 등 메이크업에 재미 요소를 더하는 게 흥미롭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집 안의 거울 앞에 앉아서 직접 실험하는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거든요. 리사 엘드리지(Lisa Eldridge)나 팻 맥그라스(Pat McGrath) 같은 최고 전문가들의 영상을 따라 해보는 것처럼요. 피부 톤을 측정해 파운데이션을 추천해주는 것 역시 그래요. 색을 구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햇빛이에요. 이는 주로 형광등을 사용하는 매장 안에서는 가능하지 않죠.

펜티 뷰티(Fenty Beauty)의 립스틱을 좋아하는 슈두(Shudu)부터 디올 뷰티의 누누리(Noonoouri)까지, 디지털 슈퍼모델은 전통적인 아이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죠. 영국 포토그래퍼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캐머런 제임스 윌슨(Cameron-James Wilson)은 5년 안에 아바타가 모델 세계를 혁신적으로 바꿀 거고, 그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져올 것이라 얘기 하더군요.  저는 미켈라 소사와(@lilmiquela), 슈두(@shudu.gram), 누누리(@noonoouri)에 깜짝 놀랐어요. 그러나 그들은 가상의 캐릭터죠. 흥미로운 건, 사회가 우리를 더 사실적이기를 바랄수록, 우리는 어린 시절의 환상 속으로 숨어든다는 거죠. 재미있다면 괜찮아요. 그러나 이러한 요소가 소녀들이 사실적이지 않은 인형이나 아바타처럼 성형수술을 하도록 유도한다면 그건 괜찮지 않죠. 물론 디지털 캐릭터의 다양한 피부색과 얼굴 모양, 체형을 통해 오래된 편협한 미의 기준, 즉 달걀형 얼굴과 큰 눈, 흰 피부라는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뷰티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어요.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면 피부과에 가지 않아도 될 거라 기대하면서요. 과연 미래엔 뷰티 디바이스가 피부과 기계를 대체할 수 있을까 요? 그런데 피부과 시술도 의사의 시술 숙련도에 따라 피부 자극이 달라지는데,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그러한 고효능의 뷰티 디바이스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면 피부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뷰티 디바이스의 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그런 상황에 대비한 안전 관리 규정 등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요.  EU는 화장품 성분에 매우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어요. 그러나 뷰티 디바이스와 성형수술은 영국의 사법권이 관여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일부 기기는 준의학용품으로 분류해 보건부에서 규제 관리하지만, 외과적 수술에 있어서는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큽니다. 영국에서는 피부과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제모, 클렌징, 광선요법, 롤러 기기 등 홈케어 뷰티 기기 수요가 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기기들이 충분히 규제되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각종 기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면 사용자 피부의 pH(산도) 균형 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요. 저와 이야기를 나눈 피부과 의사들은 잘못된 기기 활용으로 생긴 손상을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더군요. 과도한 클렌징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요. 기기로 무리하게 각질 제거를 하거나, 마스크와 레이저 등을 남용하면 문제를 줄이기보다 키우게 됩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오랜 기간 에스티 로더의 화장품 연구원이었던 대니얼 마에스(Daniel Maes)는 과도한 클렌징이 피부에 트라우마를 안겨준다고 했죠. 피부는 항상 자연스럽고 정성스럽게 케어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뷰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물론 테크놀로지와 결합해서요. ‘Waterless’, ‘Biodegradable’, ‘Refillable’과 관련된 뷰티업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요. 단순히 패키지를 넘어서서 마찰로 활성화되는 ‘Bone-Dry Sheet Mask’도 있고, 국내의 한 뷰티 브랜드는 땅에 묻으면 6주 후 생분해되는 마스크 시트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했죠. 지구를 위해 더 진화한 기술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영국에서 ‘지속 가능성’은 중요한 키워드예요. 저명한 박물 학자인 데이비드 아텐버러(David Attenborough)는 우리가 필요 이상의 물, 플라스틱, 에너지를 사용해 지구를 죽어가게 하고 있다고 알리죠. 모든 뷰티 브랜드가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재(한국에서 많이 목격한 것 같아요)와 용기, 분해되지 않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티슈 재질 등의 사용을 줄여야 해요. 현명한 방법으로 이러한 변화에 성공하는 기업이 있다면 긍정적인 홍보가 보장되겠죠.

머지않은 미래엔 어떤 기술이 뷰티업계를 리드하게 될까요?  피부 질환 사례의 증가, 노인 인구의 급증, 호르몬 장애의 유행 등이 미래 기술 발전의 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해 요. 이것은 세계 인구 증가에 의한 영향이기도 하고, 대기 오염, 음식물 속 첨가제와 같은 것들 때문이죠. 의학적, 영양학적, 심미적 요소가 모두 결합되어야 뷰티업계에서 획기적일 수 있을 겁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가장 성공적인 기술의 발전을 몇 가지 꼽자면, 다한증 치료를 가능하게 한 보톡스와 안전한 제모를 가능하게 해준 레이저, 치과 기술의 발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다행히 여성의 피부와 건강에 관한 연구와 실험도 미래 기술에 포함되어 있답니다. 고연령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의약과 피부 과학 분야에서 다채로운 연구가 이뤄지고 있죠. 여성 및 남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는 궁극적으로 화장품의 새로운 배합과 홈케어 기기의 혁신과 디자인 등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뷰티 에디터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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