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는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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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온화하고 따사로운 햇살은 브랜드 ‘빈스’ 그 자체였다.

빈스의 디자인 스튜디오 외부 전경과 내부.

빈스의 디자인 스튜디오 외부 전경과 내부.

온화하고 간결한 분위기의 빈스 매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럴라인 벨류버의 취향을 담은 그녀의 집.

지난 7월 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둥지를 튼 빈스가 그곳으로 더블유를 초대했다. 바삭바삭한 햇살과 시원한 바닷 바람의 환대 속에 빈스는 초청한 소수 매체에 하우스의 역사, 아이덴티티, 비전 등을 입체적으로 촘촘히 들여다볼 기회를 선물했다. 디자인적 감각과 상업적 기량 사이, 그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는 브랜드 빈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럴라인 벨류머 (Caroline Belhumeur)는 유난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타입이지만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심미안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 명민한 디자이너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으로 빈스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늑하고 모던하게 꾸민 스튜디오 공간은 그간 만난 빈스의 컬렉션을 새삼 떠오르게 했다. 가만 있어도 영감이 떠오를 것 같은 스튜디오의 작업 환경 역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심미적 연결 고리는 매장까지 이어지는데, 특유의 따뜻한 조명, 뉴트럴 계열의 톤 앤 매너, 모던하고도 고 급스러운 디스플레이는 빈스의 아이덴티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뿐일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부사장 캐럴라인 벨류머는 프라이빗한 공간인 자신의 집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녀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가구와 책, 풀사이드 주위로 차려진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음식, 근사하게 차려입었지만 편안한 스타일의 빈스 스튜디오 구성원… 모두 각자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날의 파티는 가히 빈스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브랜드를 패션 안에만 한정하지 않고 먹고 마시고 보고 경험하는 모든 일이 아이덴티티가 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에너지와 열정을 공유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이 에너지를 나눠주기, 빈스의 철학이자 비전이고 세계였다.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캐럴라인 벨류머는 멋진 애티튜드로 유쾌한 시간을 이끌었다. 그녀는 현재 LA 빈스 디자인 스튜디오에 근거지를 두고서 남녀 레디투웨어부터 슈즈, 액세서리, 스토어 디스플레이 등의 비주얼까지,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럴라인 벨류머.

빈스를 이끈 지 2년이 넘었다. 당신의 삶에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가? Caroline Belhumeur LA에 살면서 캘리포니아의 절제미에 영감을 얻었다. 도시의 불빛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이 동부와는 또 다른 느낌이고, 1년 내내 좋은 날씨는 늘 영감을 준다. 뉴욕에서는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여기선 도심에 거주해 친구들과 만나기 더 쉽고, 오후에는 전시도 볼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도 더 많아졌다.

빈스에서는 어떤 부분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더 나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 새로운 카테고리를 실험하며 그 패션이 빈스를 사랑하는 여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또 우리가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인 ‘유니크한 캘리포니아 럭셔리’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나는 그것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 더 많은 스토리와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신의 커리어(캘빈 클라인과 클럽 모나코에서 일한 경험)는 어떤 영향을 주었나? 되돌아보면,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당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익했는지 수시로 깨닫는다. 그때의 경험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나의 삶과 일에 적용되어 현재의 나를 이끌고 있다. 캘빈 클라인, 띠어리, 클럽 모나코와 같이 각기 다른 브랜드에서의 경험은 현재의 유연한 관점을 가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의 창조적 에너지는 어떤 영감을 주나? 디자인적 접근 방식은 내가 자란 곳의 영향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함께 일한 브랜드에서는 미니멀리즘을 배웠다.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클린한 제품에 중점을 두는 거 말이다. 이런 것들은 내가 매력을 느끼는 어떤 특정한 미학을 만들어냈다.

빈스의 2019 F/W 캠페인 이미지.

빈스의 2019 F/W 캠페인 이미지.

빈스의 2019 F/W 캠페인 이미지.

빈스의 옷을 보면 만드는 사람의 성격이 조금은 짐작된다. 그렇다면 빈스의 옷을 입는 사람은 어떨 것 같나? 나는 그들이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 있고 복잡하지 않은 사람들. 빈스는 그들에게 심플하지만 하이퀄리티의 에포트리스 룩을 연출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디자인이 유난스럽지 않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브랜드의 성공은 일상과 잘 연결되는 것이다. 빈스는 다른 컬렉션이나 디자이너 옷들과 쉽게 매치해 입을 수 있다. 오늘날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진정한 여성에게 복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잘 맞는 옷을 선택하도록 도와준다. 좋은 소재의 패브릭 과 훌륭한 핏, 단순한 스타일링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당신은 완벽주의자인가? 그렇다. 하지만 나는 완벽주의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패션 말고 당신을 매혹시키는 것이 있다면? 자연, 아트, 뮤직, 그리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당신이 가본 최고의 여행지가 궁금하다. 우리 가족은 블록 섬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가족의 휴가는 영원히 그곳에서 보낼 참이다. 베니스와 캘리포니아 해안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옷장 안에 당신의 브랜드 외에 어떤 아이템이 있나? 나는 수년간 모아온 빈티지 아이템이 꽤 있다. 브랜드 제품이 아닌 것도 있는데 작은 개인 브랜드를 좋아한다. 크리스토퍼 르메르, 스텔라 매카트니, 제스캄(Jesse Kamm) 팬츠, LOQ 슈즈 등등.

빈스 매장.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빈스의 영감을 설명하는 디렉터 캐럴라인 벨류머.

캐럴라인 벨류머의 집에서 진행된 프라이빗 디너.

캐럴라인 벨류머의 집에서 진행된 프라이빗 디너.

현대 여성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늘 흔들린다. 불편을 감수하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실용적인 디자인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식으로 균형을 잡나? 우리는 계절에 상관없이 타임리스한 상품에 컬러감을 덧입힌 편안한 룩을 추구 한다. 한 시즌 후에 버려지는 상품이 아니라 오래 함께하기를 원한다.

일과 개인적인 생활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 가? 일을 멈추고 핸드폰도 내려놓는 대신 책을 집어 드는 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은 일에서 빠져나와 매우 개인적인 내 삶에 집중한다. 하지만 창조적인 문제만큼은 일과 개인적인 삶의 경계를 그어 놓기는 어렵다. 심지어 일하지 않을 때도 잡지를 보고 아트를 감상하면서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항상 일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 남성, 슈즈, 백에 이어 홈 컬렉션 라인까지 확장했다.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설계하고 있다. 놀라운 에너지의 비결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애정, 그리고 우리의 독특한 캘리포니아 무드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빈스의 세계를 정의하는 것은 한마디로 ‘에너자이징’이다. 같은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고,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일도 즐겁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는 어떤 것일까? 진정한 럭셔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빈스 여성은 거울 앞에서 스타일링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녀들이 옷을 좀 더 쉽게 입고 다른 브랜드와 멋지게 스타일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멋지고 우아하게 입되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 것, 그래서 삶을 풍부하게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여유, 그것이 바로 럭셔리이다.

당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은? 나, 내 친구들, 나의 딸들, 빈스에서 일하는 나의 팀, 다양한 스태프들이 모두 빈스와 어울리는 이상적인 여성들이 다. 각각의 사람이 그들만의 옷 입는 방식이 있듯이, 우리는 모두 퀄리티, 수명, 핏, 쉬운 접근성을 고려한다 이 부분들은 각자의 스타일에 적용해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의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일한 하나가 아닌,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패션 에디터
김민지
포토그래퍼
YERIN MOK, ALA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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