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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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만든 보석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책임감 있는 소재 개발을 위해 헌신해온 스와로브스키의 CEO  나디아 스와로브스키와 그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영화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브랜드 CEO와 앰배서더로 조우한 두 여성의 공통분모는 주얼리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더블유 코리아>가 서면을 통해 직접 나눈 대화를 전한다.

페넬로페 크루즈 Penelope Cruz

2019 칸 영화제 개막 다음 날 이 질문지를 쓰는 중이다.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아틀리에 스와로브스키의 ‘문선(Moonsun)’ 컬렉션 귀고리를 착용한 당신의 모습은 정말 눈부시더라. 주얼리를 직접 디자인했다고 들었다. 기분이 어땠나? 내가 디자인한 파인 주얼리 컬렉션은 레드카펫에 적합한 아주 고전적인 스타일이다. 레드카펫에 무엇을 입고 착용할지 결정할 때 항상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피스를 선택하는 본능이 발휘된다.

지난해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파인 주얼리 컬렉션 협업에 이어 앰배서더로 발탁됐다. 소감과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지속 가능한 럭셔리와 사람들에게 긍정적 빛을 전할 수 있는 주얼리를 디자인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나는 나디아를 만나 스와로브스키가 지속 가능성에 대해 품고 있는 진취적 계획과 심도 있는 연구를 들었다. 난 지구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데 관심이 많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풍부한 역사를 가진 스와로브스키야말로 완벽한 파트너다.

문선 컬렉션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밤하늘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 난 늘 은하의 신비에 매료되어 있었고, 컬렉션에 밤하늘이 주는 마법과도 같은 느낌을 투영하고 싶었다. 달과 별 같은 모티프가 컬렉션 전반에 사용되었다.

이번 컬렉션 중 가장 아끼는 피스는 어떤 것인가? 모든 컬렉션을 사랑하지만, 굳이 꼽자면 드롭형 귀고리가 이번 트렌드와 가장 어울릴 것 같다. 비대칭적으로 장식된 달과 별이 아주 미니멀하고 섬세한 느낌을 준다.

스와로브스키 팀과 함께한 가장 생생한 추억은 무엇인가? 나디아와 그 팀과 함께한 모든 일이 생생하다. 그들은 내가 컬렉션을 직접 디자인하는 동안 많은 자유와 지지를 보내주었고, 서로 많은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지구를 존중하는 아주 열정적인 사람들과 주얼리를 만드는 것은 재미있고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와의 신작 <페인 앤 글로리> 말이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당신이 그 어머니 역을 맡았다고 들었다. 당신과 그가 합을 맞춰온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해보면 캐스팅은 아주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영광과 함께 책임감도 막중했다. 페드로의 실제 어머니를 많이 녹여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 삶과 커리어 전반에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이고 마치 가족과도 같다. 그와 함께 보내는 매초를 놓치기 싫을 정도로 그를 사랑한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 그와 촬영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는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감독이다. 나에게 그는 영화 예술의 소울 메이트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컬렉션은 공정무역 소재를 사용하고,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난 스스로를 의식 있는 소비자로 여긴다. 평소 입고 소비하는 모든 것이 친환경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이번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페루에서 공정무역으로 채굴된 금,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다이아몬드와 보석을 사용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나디아와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실험실에서 보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얼리 창작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브랜드가 정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고무적이다.

스와로브스키 CEO 나디아 스와로브스키(좌)와 페넬로페 크루즈(우)가 협업한 문선 컬렉션. 밤하늘 별자리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로즈 골드와 실버 두가지 소재이며, 목걸이, 반지, 이어커프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성된다.

나디아 스와로브스키 Nadja Swarovski

지난해 페넬로페 크루즈와 협업하고, 올해 앰배서더로 발탁까지 이어졌다. 그녀와의 작업은 어땠나? 비범한 재능을 지닌 페넬로페와 협업할 수 있어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 엄마이며, 정말 따뜻한 성품을 가진 그녀는 주얼리 산업이 더 부흥할 수 있도록 헌신했다. 그녀의 창의적인 비전을 통해 우리 모두 영감이 주는 힘을 마주할 수 있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디자인한 문선 컬렉션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땠나? 보자마자 바로 사랑에 빠졌다. 컬렉션의 달과 별은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의 자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를 뜻한다.

평소에 문선 컬렉션 중 즐겨 하는 아이템이 있나? 문선 리미티드 에디션인 이어커프를 좋아한다. 로듐 소재로 마감했고, 볼드하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이 페넬로페의 타고난 신비로움과 에너지를 드러낸다.

지난해 페넬로페 크루즈 파인 주얼리 컬렉션에는 원산지 추적이 가능한 젬스톤과 공정무역으로 채굴한 금 소재를 사용했다. 이번 컬렉션도 동일한가? 칸에서 페넬로페가 선보인 컬렉션은 실험실에서 만든 것 중 가장 큰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것이다. 15.2캐럿의 다이아몬드가 공정무역을 통해 채굴한 금에 세팅되어 있다.

지난 4월 FIT 갈라에서 ‘The Social Impact and Sustainability Award’ 수상을 축하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계획대로 잘 이뤄지고 있나? 고맙다.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헌신은 1895년 나의 증조할아버지가 회사가 설립한 이래로 전해온 스와로브스키 유산이다. 우리가 가진 문화적 가치를 따르기 위해 책임감 있는 소재를 사용하려고 고군분투해왔다. 여기엔 책임감 있는 보석위원회(the Responsible Jewellery Council)와 유색석 협회(the Coloured Gemstones Working Group) 같은 조직을 구성하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력도 포함된다.

‘Lab-Grown Stones(실험실에서 생산하는 보석)’에 관한 당신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 자체로 놀라웠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의 비전은 무엇인가?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는 창의성을 표현하는 궁극적인 재료인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실험실에서 만든 보석, 공정무역을 통해 채굴한 자연 보석과 같은 혁신을 통해 사람들과 자연환경을 공급 사슬에서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 협업자, 고객 모두 의식을 가지고 소비와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싶다.

당신의 혁신에 대한 도전은 어디까지인가? 스와로브스키가 집중하고 있는 가장 최신 기술이 또 있나? 인공 지능과 자동화는 모든 기업이 생각해야 하는 숙제다. ‘어떻게 기계가 수작업을 대체할 것인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할 때마다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한다. 그래서 자동화 기술을 들이는 경우 고용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전수해 다른 회사에서도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더를 꿈꾸는 현대 여성에게 조언해준다면? 지식은 자신감을 주고, 친절함까지 갖춘 지식은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현대의 리더십은 경쟁이 아니라 협업에 관한 것이다. 난 “노동이 성공의 길을 열어준다”라는 독일 속담을 즐겨 말했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기억한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이 말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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