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이 된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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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와 현대자동차가 함께한 특별한 협업,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특별전’의 전시장은 에어백 소재로 만들어졌다. 월드컵이 끝난 후 이 건물은 해체되어 에코백으로 재탄생된다.

자동차 에어백 소재로 설계된 특별 전시회 건물. 이 건물은 폐막식 이후 에코백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자동차 에어백 소재로 설계된 특별 전시회 건물. 이 건물은 폐막식 이후 에코백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서포트가 있다. 전폭적인 물량 공세를 통한 서포트와 좋은 기획으로 탄생한 의미 깊은 서포트. 후자의 서포트, 즉 이유 있는 서포트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선순환을 일으킨다. 지난 67일부터 77일까지 한 달간 계속된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현대자동차는 FIFA 세계 축구 박물관과 협업해 ‘True Passion(진정한 열정)’을 주제로 한 특별한 전시를 펼치며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끄는 참신한 협업 사례를 보여줬다. 먼저 이번 협업을 통해 넬슨 만델라 공원에 세워진 하얗고 커다란 가건물에 주목하고 싶다. 자동차의 에어백으로 설계된 이 특별한 건축물은 약 한 달간 운영되는 임시 건물로 설계 때 가장 고민한 지점은 바로 브랜드와의 연계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었다고 한다. 순백의 외관은 여자 축구 역사의 순수성과 고귀함을 상징하는데, 외관만큼이나 중시한 건 전시가 종료된 후 건물을 철거하는 문제였다고 한다. 산업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으로 환원하는 방법을 기획 단계부터 고민한 끝에 에어백 소재를 사용하기로 한 것. 에어백 소재를 사용하면 단순 폐기 대비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이 특별한 건물은 폐막식 이후 폐기된 자재를 수거하여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는 디자인을 더해 에코백으로 재활용되는 ‘업사이클링’ 소재로 만든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리사이클링)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보다 근원적인 친환경 활동인 것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하는 지점이다. 그들은 인류애적 사명감이 없는 기술적 진보는 무의미하다고 믿는다. 그런 까닭에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인류애를 구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현장인 스포츠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세계 여자 축구팀의 유니폼이 전시된 박물관 내부.

영국의 비주얼 아티스트 레이첼 개즈덴이 여자 축구의 전설, 미아 햄을 그린 초상화.

업사이클링 소재로 재탄생한 에코백.

그렇다면 그들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인류애를 구현할 수 있는 스포츠를 통해 어떤 가치 있는 협업을 펼쳤을까? 먼저 여자 축구의 역사를 한눈에 되짚어볼 수 있도록 아카이브 전시를 구성했다. 1991년에야 시작된 여자 월드컵은 더딘 출발만큼이나 긴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여자 축구 선수들은 오랫동안 편견과 맞서 싸우며 경기를 했고, 자신들의 활동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왔다. 선수도, 팀도 많지 않은 환경에서 선수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그들. 그래도 세상은 한 걸음씩 진보해 여자 축구에 대한 무관심과 불평등 문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물론 갈 길이 아직 멀지만 말이다. 한편 깨어 있는 많은 기업이 관심과 지원도 미미한 여자 축구에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현대 자동차는 이번 여자 월드컵 특별 전시회를 통해 세상의 숱한 장벽과 특히 여성이 아름다운 존재로만 보여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진해온 여자 축구 선수들의 강렬한 열정을 존중하고,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지지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시 콘텐츠 전반에 담았다. 전시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1970년 최초의 비공식 여자 월드컵 트로피와 제1회 여자 월드컵 트로피,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참가하는 24개 팀의 유니폼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FIFA 세계 박물관에서 공수한 것으로, 스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역사적인 기념품을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이번 협업을 통해 특별한 전시 작품도 준비했다. 바로 영국의 비주얼 아티스트 레이첼 개즈덴(Rachel Gadsden)이 여자 축구의 전설, 미아 햄(Mia Hamm)을 그린 초상화인데, 시각 장애가 있는 레이첼 개즈덴은 선천적으로 발이 휘는 내반족증을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두 번의 올림픽 우승을 일궈내며 미국 여자 축구의 전설이 된 미아 햄 선수의 초상화를 그렸다. 미아 햄과 레이철 개즈던은 둘 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진정한 열정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 협업의 캠페인인 ‘True Passion(진정한 열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인물이라고 판단해, 그들과의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기간 동안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했고,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진정한 열정’을 느꼈다.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기간 동안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했고,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진정한 열정’을 느꼈다.

박물관에 전시된 2019년 여자 월드컵 트로피.

전시장을 나서면서 우리나라 여자 축구의 피파 랭킹 순위를 검색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4위다. 우리나라 여자 대표팀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창에 입력해보고, 업사이클링 운동의 현 주소도 서치해보았다. 현대자동차가 여성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캠페인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특별 전시관을 통해 피파와 현대자동차가 알리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축구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예전 시대의 그래픽, 카툰, 패션을 공감각적으로 구성하고 미학적으로 배치해 특별한 감흥을 안겼다. 그곳에서 우리는 여자 축구의 역사와 현재를 보았고, 경시와 몰이해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싸워온 주인공들을 만났다. 여자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 자신을 포기해야 했다는 것, 편견과 맞서야 했다는 사실은 지금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일들은, 어쩌면 앞선 세대의 사람들이 간절히 원 하는 무엇이었고, 그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성취된 것들이다. 월드컵이 끝난 지금, 전시관은 에코백으로 제작되고 있다. 그리고 평생 쓸 수 있는 에코백보다 오래 남을 것은 바로 그들이 힘주어 전하려 했던 여자 축구 선수들의 열정, 삶의 모든 면에서 여성이 이루어내고 있는 진보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 바로 ‘True Passion(진정한 열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패션 에디터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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