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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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앤더슨의 공예 사랑, 로에베의 장인 정신과 창조성에 대한 경외와 지지.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2019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 (2019 Loewe Craft Prize)’에 다녀왔다.

이사무 노구치의 실내 정원 ‘Heaven’에 전시된 작품들. 최종 29인의 작품이 모던한 공간과 어우러졌다.

스페인의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담은 우아한 실루엣, 그리고 1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인 정신. 이것이 로에베 패션을 정의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그 중심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이 있다. 조너선 앤더슨은 2014년 브랜드에 합류한 후 로에베를 리브랜딩하며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펼치고, 때론 런웨이 위에 아트피스를 올리며 브랜드의 유구한 전통과 예술에 경의를 표해왔다. 로에베가 추구하는 패션과 문화, 예술의 조화, 이는 3년째 열리고 있는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작가인 섬유공예가 김민희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수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

돌을 담은 5개의 라탄 핸드백을 비롯해 최종 29인의 작품들이 모던한 공간에 전시되었다.

디자인, 건축, 저널리즘, 뮤지엄 큐레이팅 등 각 분야 저명 인사들과 조너선 앤더슨으로 구성된 로에베 재단의 심사위원단.

지난 6월, 2019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을 취재하기 위해 도쿄로 향했다. 조너선 앤더슨이 공예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획해 펼쳐온 ‘2019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2019 Loewe Craft Prize)’에 올해는 총 100여 개국에서 2500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29인은 갓 대학을 졸업한 아티스트부터 유명 아티스트까지 다양하게 선정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행사는 도쿄 소게츠 카이칸에 위치한 이사무 노구치의 실내 정원 ‘Heaven’에서 진행되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둥글게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구조적인 돌이 무심하게 놓인 이곳은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원래의 오브제인지 모를 정도로 압도적이면서도 고요한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특별한 전시를 위해 고심해서 고른 장소임이 오롯이 느껴졌다. 은은하게 떨어지는 자연광이 전시 작품을 비추는데 시간에 따라 빛이 다르게 연출되어 더욱 멋졌다. 돌을 담은 5개의 라탄 핸드백, 골드를 엮어 만든 접시와 세라믹 조형물 등 장인 정신이 깃든 아트 작품 29점이 이 특별한 공간에 전시되어 있었다. 최종 후보자 29인 중 4명은 반갑게도 한국 작가였다. 그들의 작품은 익숙했지만 자세히 설명을 들으니 더욱 놀라웠는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압도적인 높이의 바구니 8개. 지승공예가 이영순의 작품으로 고서를 잘라 일일이 엮어 만든 바구니를 쌓아 기둥을 만들었다.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금속공예가 손계연은 스틸 와이어를 사용한 구조적인 작품을 소개했는데, 이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나무의 둥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밖에 호두나무에 페인트로 색을 입히고 아크릴, 은 소재로 디테일을 준 브로치는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모던했다. 더불어 전시장에서 유일하게 옷의 형태를 작품으로 출품한 섬유공예가 김민희. 그녀의 작품은 필라멘트사로 만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수의로 그 스토리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머링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일본 작가 코이치 이오의 작품.

세라믹과 벨벳으로 완성한 화병은 이스라엘 작가 미카엘 파고의 작품.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코르바자의 골드로 만든 볼.

이어 진행된 시상식은 로에베 재단 회장인 실라 로에베(Sheila Loewe)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스즈키 쿄, 조너선 앤더슨, 그리고 디자인, 건축, 저널리즘, 전시 큐레이터 등 각 분야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발표로 진행되었다. 실버 트로피와 5만 유로 상금을 받게 된 주인공은 옻칠 공예가인 일본 작가 겐타 이시즈카(Genta Ishizuka). “겐타의 작품은 공예가 창작의 자유와 연결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일본 고대의 옻칠 기법을 컨템퍼러리 아트 형태로 선보이며 공예를 바라보는 통념을 깨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라며 조너선 앤더슨이 선정 이유를 밝혔다. 2, 3위격인 심사위원 특별상은 해리 모건(Harry Morgan)과 가즈히토 다카도이(Kazuhito Takadoi)에게 돌아갔다. 해리 모건은 유리와 콘크리트라는 신선한 조합을 선보였는데, “급진적이며 역설적이기도 한 그의 작품은 낯선 소재 간의 특별한 조화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소재로 공예 정신을 불어넣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에서 아트와 가든 디자인을 공부한 가즈히토 다카도이의 볼륨감 넘치는 오브젝트는 그의 가든에서 직접 기른 산사나무 가지를 리넨 실로 엮어 만든 것.

조너선 앤더슨은 “로에베의 본질은 바로 ‘공예’다. 가장 순수한 의미의 공예에서 우리는 로에베만의 모더니티를 찾을 수 있으며, 공예는 로에베와 항상 함께할 것이다”라며 행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다양한 분야의 창의성에 대한 브랜드의 지원과 헌신을 보여주는 2019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 이는 과거로부 터 전승한 장인 정신으로 표현되는 현대적 아름다움, 즉 로에베의 디자인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의미 있는 행보다. 올해 선정된 29인의 작가와 29점의 작품이 로에베와 조너선 앤더슨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영감을 주고 새로운 디자인에 반영될지 기대가 된다.

겐타 이시즈카 (Genta Ishizuka),  Surface Tactility #11’  2018

해리 모건 (Harry Morgan),  Untitledfrom Dichotomy Series,  2018

가즈히토 다카도이 (Kazuhito Takadoi)  KADO (Angle)’,  2018

디지털 에디터
사공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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