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p And C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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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가격에 탁월한 휴양을 보장하는 숙소 7.

세상에 멋진 호텔과 리조트는 바닷가 모래알만큼 많다. 그곳에서 숨 쉬는 시간조차 돈으로 환산해야 할 만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뿐이다. 우리의 재력으로, 재력 이상의 호사를 누리려면 어디로 향해야 하나?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탁월한 휴양을 보장하는 이 최신 숙소 일곱 군데가 그 답이다.

어촌마을의 속살

로 세레노 카사 드 플라야 LO SERENO CASA DE PLAYA

TRONCONES, MEXICO 2인용 객실 약 185유로부터

멕시코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은 멕시코의 태평양 해안선 일대라고 하면 이 나라에서 휴양지로 유명한 로스카보스(Los Cabos)와 비슷할 거라고 짐작한다. 소독약 냄새 나는 수영장과 무한 리필이 가능한 뷔페가 즐비한 풍경 말이다. 그러나 시에라마드레산맥 아래 숨어 있는 어촌마을 트론코네스는 좀 다르다. 자갈돌이 깔린 해변과 코코넛이 매달린 야자나무, 그리고 파도가 역동적으로 일렁이는 바다를 품은 이 작은 소도시에는 야생의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멕시코시티 토박이이자 로 세레노 카사 드 플라야의 오너가 19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이 동네를 지나다가 사로잡힌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는 얼마 후 바다를 바로 앞에 둔 땅을 구매했는데, 언젠가 이 어촌에서 살 거라는 생각만 했을 뿐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그는 불과 몇 년 전에야 이곳에 소박한 비치 호텔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가슬가슬한 하얀 리넨이 깔린 객실 10개는 더없이 단순하고 소박하다. 숙소 외부에는 인피니티 풀장을 따라 선베드와 나무에 달린 캐노피가 줄지어 있다. 최근 서핑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한 이곳에서의 하루는 커피와 서핑으로 시작해 해가 질 즈음 멕시코의 주류인 메스칼을 마시고, 파도 소리가 무한 반복되는 야외 식당에서 갓 잡은 생선과 따뜻한 타코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며 마무리할 수 있다. 돌벽처럼 보이는 멕시코의 유적지 툴룸이 그 속살을 탐험하는 자에게 점점 비밀을 드러내던가? 이 소박한 어촌마을도 그렇게 여행자에게 매력을 드러낼 것이다. 글|MARY HOLLAN

현지인들의 낙원 

블루 애플 비치 하우스 BLUE APPLE BEACH HOUSE 

TIERRA BOMBA, COLOMBIA 2인용 객실 약 120유로부터

콜롬비아 북부,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 카르타헤나(Cartagena). 이곳을 찾은 여행자 대부분은 자갈 깔린 골목길과 밝은 색상의 건물, 그리고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부겐빌레아꽃이 건물과 테라스를 휘감은 풍경 정도를 감상하며 올드타운 안에 머문다. 올드타운을 둘러싼 정글 같은 풍경과 외딴 군도의 정취는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지인 일부는 더워지면 종종 스피드보트를 타고서 바다로 향한다. 곧 티에라 봄바섬이 나타난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환경 의식을 갖춘 리조트, 블루 애플 비치 하우스는 콜롬비아인과 외지인의 퓨전 프로젝트로 탄생한 곳이다. 현지인들은 처음에 리조트가 들어서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위치 때문에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곳의 투박한 스타일,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 흰 모래사장과 해먹 등등과 사랑에 빠졌고, 숙소는 곧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아티스트, 요기, 뮤지션, 작가 등이 돌아가면서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현지인의 블루 애플 비치 하우스 이용법은? 일단 근방에서 수영과 일광욕으로 하루를 보내고, 내키면 거친 물살을 건너 카르타헤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은 아는 10 개의 베어풋 객실 중 하나를 예약한다. 어떤 객실은 독채이고, 또 다른 객실은 야자수 지붕의 오두막이다. 메인 건물 객실도 있다. 리조트에 비치된 가구는 전통 직조 기술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현지 브랜드 ‘투쿠링카(Tucurinca)’의 것들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리조트에서 최고는 전면에 바다 전망이 펼쳐져 객실 밖을 나오자마자 바다로 점프할 수 있는 거대한 돌 욕조를 갖춘 객실, ‘만자나’다. 도시에서 외떨어진 이 티에라 봄바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비사의 대표적 섬인 포멘테라의 펑크와 브라질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바이아의 글래머, 엄청난 지분의 캐리비안식 영혼을 모두 갖춘 곳. 글|JOSUE COPETE

호주에서 한적한 휴양지 찾기

배니스터스 포트 스티븐스 BANNISTERS PORT STEPHENS 

NEW SOUTH WALES, AUSTRALIA 2인용 객실 약 115유로부터

시드니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포트 스티븐스는 일주일 정도를 느긋하게 보내기 좋은 장소다. 여기는 주먹코 돌고래가 거주하는 데다 거북이와 상어 등등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푸른 해변, 그리고 마냥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있다. 이곳은 또한 셰프 릭 스타인이 호주에서 두 번째로 오픈한 레스토랑이 위치한 호텔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그의 첫 시도는 시드니 남쪽, 풍광 좋은 몰리묵 해변에서 시작했고, 그 레스토랑 콘셉트가 포트 스티븐스에서도 이어진다. 이 호텔 건축가들은 1968 살라맨더 쇼어 호텔의 레트로풍 회반죽 외관을 그대로 보존했다. 객실의 메인 컬러는 명랑한 파랑과 따뜻한 핑크다. 카루아강이 바라다보이는 테라스도 있는데, 코알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유칼립투스로 가득하다.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는 연어와 크리미한 관자가 들어간 생선 파이, 혹은 인근의 넬슨만에서 잡은 랍스터나 해산물을 먹어보자. 리즐링 와인이 페어링되는 메뉴들이다. 당신이 호주의 해변 휴양지를 염두에 둔다면 이곳에 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뉴사우스 웨일스는 다행스럽게도, 바이런이나 본다이 등 호주의 여느 해변에 비해 사람이 붐비지 않은, 한마디로 때 묻지 않은 휴양지이기 때문이다. 글|NATASHA DRAGUN

작지만 펑키해

호텔 아구아 클라라 HOTEL AGUAS CLARAS

PUERTO VIEJO, COSTA RICA 2인용 객실 약 200유로부터

코스타리카 서부 해안은 서핑과 웰니스를 원하는 코스타리카 여행자가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푸에르토 비에호는 그곳과 반대편인 코스타리카 남동쪽에 위치한다. 카리브해 남서부 해안, 인적 드문 해변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 펑키한 마을에서는 가는 곳마다 레게 비트가 흐른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호텔 아구아 클라라의 오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녀는 30년 전, 그러니까 이 동네에 전기도 안 들어오고 포장도로도 없던 시절에 휴가용 별장을 마련했다. 다 허물어진 오두막집 한 무더기가 매매로 나오자 오두막집의 매력을 눈치챈 거다. 그녀는 이내 현지의 재료와 업사이클링 가구로 공간을 새로 일으키고자 했다. 호텔의 현재는 ‘박차를 가하는 중’. 레스토랑에서는 질 좋은 농어 세비체와 신선한 과카몰레를 곁들인 바나나를 맛볼 수 있고, 식후에는 호텔에 비치된 자전거를 타고 도시나 해안을 천천히 돌아다니기 좋다. 호텔 주변은 정글이다. 어쩌면 원숭이가 소리치거나 앵무새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깰 수도 있겠다. 나무 위의 나무늘보를 발견하거나 풀장 주변 덤불 속에서 에메랄드 바질리스트 도마뱀과 마주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숙소를 인근 다른 곳과 차별화해주는 건 곳곳의 예술적인 터치다. 오두막들은 시원한 화이트를 기본으로 군데군데 강렬한 컬러를 입었고, 주변 열대 환경에서 영감을 얻은 밝은 패브릭과 그림이 내부에 가득하다. 거울과 램프는 해변에서 구한 조개로 만든 수공예품이다. 모든 인테리어 작업은 아티스트인 오너와 그녀의 아티스트 친구들이 했다. 이 작은 마을이 코스타리카에서도 앞서가는 지역이라는 느낌을 주는 데는 호텔 아구아 클라라의 몫이 크다. 글|SOPHIE PITHER

정글 옆 은신처

카주 그린 KAJU GREEN

GALLE, SRI LANKA 2인용 객실 약 140유로부터

스리랑카 하단에 위치한 도시, 갈에는 번잡한 해변가와 역사적인 항구, 그리고 유명한 크리켓 운동장 이상의 뭔가가 있다. 내륙의 섬 (Inland Island)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글이 우거진 지대는 스리랑카인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인데, 정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놀랄 만큼 세련된 에코 로지인 카주 그린이 자리한다. 많은 나뭇잎 사이에 숨은 은신처 같은 이곳은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마을에서 10분 거리이며, 느긋한 속도를 즐기기에 알맞다. 물론 도시를 피해 숨어 있으면서도 맨발로 걷기 좋은 위자야 해변을 즐기고픈 투숙객을 위해 툭툭 정도는 보유한 곳이다.

카주 그린은 단순하면서 스타일리시하고, 명상적이면서 사교적인 데도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좋아할 만한 객실에서는 선풍기가 돌아 가고, 대나무 벽 너머로 새들의 노래와 사원의 기도문 소리가 들린다. 나무 바닥은 야생미가 넘치는데, 의도적으로 손대지 않은 듯하다. 어떤 코너에는 홀로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의자가 잘 정돈된 모양새로 놓여 있다. 건물 중앙에는 시멘트와 통나무로 건축된 개방형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건물 옥상에 마련된 요가를 위한 공간, 잔디로 이어지는 풀장 등 깨끗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은 이 섬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 자체로 훌륭하다.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은 모든 직원의 세심함도 그렇다. 은신을 원하되 먹는 즐거움만은 포기할 수 없는 여행자라면 안심해도 좋다. 열대과일, 버팔로 커드(요커트의 일종), 스트링 호퍼(스리랑카 전통 면 요리)와 로티(북인도 지역의 빵), 당밀과 코코넛을 끼얹은 팬케이크, 카레 요리 등등. 휴양지로 떠오른 이 일대에서 완벽한 평온을 제공하는 공간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카주 그린에서만큼은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는 일이 가능하다 . 글|EMMA BOYLE

서퍼들의 정착지

코모 우마 캉구 COMO UMA CANGGU

CANGGU, BALI 2인용 객실 약 155유로부터

코모 그룹은 발리에서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고급 휴양지 샴발라 에스테이트나 정글의 유명한 우마 우붓에 뿌리를 둔 회사다. 특유의 젠 스타일을 고수하던 코모 그룹이 분위기를 바꿔 캉구의 에코 비치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했다. 그리고 거품이 이는 바다와 화산 모래에 끌린 보헤미안 여행자들은 최근 발리 남부의 화려한 스미냑보다 코모 우마 캉구 일대로 더 향하고 있다. 객실 분위기는 다소 고전적이다. 현지산 티크나 인도산 민디 원목으로 만든 가구, 호랑이 눈빛 모양으로 디자인된 욕실의 모자이크 타일, 작지만 훌륭한 스파, 고치 모양의 돔 침대 등. 누군가는 흔들의자에 앉아 종일 서핑 중독자들을 보기도 하지만, 파도를 타고 싶은 초보자라면 리조트 내 열대 서핑 구루인 CJ 키멜의 수업을 예약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오토바이로 바람 한 번 맞으면 되는 거리에 있는 동네 카페들, 혹은 호주의 컬트 스타일 의류 브랜드인 욜리 앤 오티스(Yöli & Otis) 같은 숍을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마법에 걸린 기분이다. 해 질 무렵 리조트의 비치 클럽에서 바라본 하늘에도 마술 같은 붉은 줄무늬가 그려져 있다. 흑백의 건물 기둥, 밀랍 염색으로 물든 패턴, 원시 부족 마스크가 눈에 띄는 클럽부터 음악을 트는 디제이와 저 멀리 파도를 타는 서퍼까지, 이 모든 이미지가 어느 섬의 한구석을 흥이 넘치도록 만든다. 글|IANTHE BUTT

발리의 새로운 모던

더 슬로 THE SLOW

CANGGU, BALI 2인용 객실 약 150유로부터

여기,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갖출 줄 아는 신세대의 재능이 집약된 예가 있다. 브루클린, 달스턴, 비아리츠 그리고 베니스 비치를 스쳐 다니는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들이 발리의 캉구를 그들의 서클에 추가했다. 정확하게는 바투 볼롱(Batu Bolong)과 불과 몇 분 거리에 위치한, 열대와 브루탈리즘 양식이 믹스된 건물 ‘더 슬로’를 추가했다고 말해야 한다. 세련된 콘크리트와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라탄 및 목재를 기본으로 한 객실 12개는 기본을 정확히 지켜낸다. 큰 침대, 관능적인 욕실, 그리고 아라크주로 만든 칵테일 병이 채워진 미니 바.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이 완벽한 미감은 호주의 패션 브랜드 수비의 공동 창립자 조지 고로우에게는 놀라울 일이 아니다. 더 슬로와 이웃한 숍은 그의 새로운 남성복 라인인 ‘논-타입’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한편 먹고, 마시고, 잠자기에 충실하기 위한 이 건물의 여러 벽은 공간을 나누는 역할뿐 아니라 갤러리 역할도 한다. 깨끗한 돌과 목재와 벽돌의 선을 뒤로한 채 진열된 주문 제작 가구가 작품처럼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 안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는 1970년대 음악이 흘러나오고, 뮤지션이나 디제이가 나타나 레코드판을 돌린다. 그사이 힙스터 여행자와 외지인은 실험적인 요리나 지역에서 양조된 맥주를 마시며 어울린다. 호텔이 개관하던 때의 셰프는 현재 뉴욕으로 이전했지만, 그 바통은 제이미 올리버의 15번째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로 일한 이가 이어받았다. 갖고 싶은 도자기 그릇에 건강하고 풍미도 좋아 보이는 음식이 서빙된다.  글|JULIET KINSMAN

피처 에디터
권은경
컨트리뷰팅 에디터
TEDDY WOLSTENHOLME
포토그래퍼
VARIOUS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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