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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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펀치넬로의 사뭇 진지한 이야기

트랜디한 래퍼 펀치넬로가 싱글 앨범을 냈다. 제목은 ‘23’. 그의 나이다. 고양이 네 마리를 키우는 집사, 집돌이, 게임 폐인. 유난스러울 정도로 외부 활동이 없는 펀치넬로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쇼미더머니8>의 뒷이야기.

곧 앨범이 나온다고 들었다.

제목은 23. 스물세 살이 되어 느낀 감정을 담은 노래다. 딱히 설명할 게 없다. 어른이 되는 과정, 난 아직도 중학생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안 보고 어른으로 대한다. 그게 적응이 안 되더라. 많은 생각과 책임감을 갖게 되는 나이 스물셋. 가족 생각,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반성을 하며 쓴 곡이다.

대체 얼마를 벌어야 많이 버는 걸까?

지금도 돈을 벌긴 하는데,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나 혼자 먹고살기도 간당간당하다. 가족을 책임지고 무언가를 하려면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스럽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 앨범에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나?

‘이젠 좀만 편하게 내 스물 셋에는’이라는 가사가 있다. 어린 나이에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듣는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사회의 일 처리 방식이 복잡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생기니 힘들더라. 나는 아직 애 같은데…

샘킴과 곡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안 지는 꽤 오래됐다. 프로듀서 우기 형의 음감회에 갔다가 만났다. 아마 동갑일 거다. 어른스럽고 나보다 훨씬 성숙한 것 같아서 아직 말을 놓지 못하고 있다(웃음). 좋아하는 목소리고 ‘스물셋’이라는 주제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같이 작업하자고 DM을 보냈다. 어느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회사를 통해서 공식적인 작업을 의뢰했다. 작업물을 받았는데 열심히 화음도 넣고 여러 번 녹음해 준 게 티가 나더라.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앨범 작업 중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중학교 친구 ‘번 페이크’와 같이 작업한 것. 일러스트, 디자인을 하는 아주 감각적인 친구인데 이번 앨범 아트워크를 도와줬다. 아주 오래전부터 재능이 있는 걸 알았다. 다만 조금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어서 설득하는 데 오래 걸렸다. 성격이나 사고방식 등 닮은 점이 많은 친구다. 그 친구에게 부탁한 건 딱 하나다. ‘23살까지의 기쁜 일, 슬픈 일. 그리고 네가 노래를 듣고 생각나는 걸 그려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그려준 그림이 앨범 커버로 실렸다.

음악 작업이 잘 되는 환경이나 시간대가 있나?

그냥 ‘작업해야지’마음 먹으면 잘 된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좀 더 잘 되는 느낌. 그만큼 애주가이기도 하다. 주로 작업하는 시간은 거의 새벽이다. 조용해서 집중이 잘 된다. 한동안 밤새워서 작업하고 점심때 즈음 잠들었다가 저녁 늦게 일어나곤 했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지더라. 소화도 잘 안되고 자주 얼굴이 부었다. 생활이 불규칙하고 밤에 먹고 자서 그런가. ‘이렇게 살다간 죽겠구나’ 싶어서 고쳤다. 지금은 밤 11시 정도에는 자려고 한다.

‘펀치넬로의 음악은 트랜디하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음악은 어떤 것 같나?

딱히 트렌디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내 음악은 평범한 한 인간의 삶을 그려내는 일기 같은 느낌이 강하다. 보통 작업할 당시의 상황이나 그때 느낀 감정이 담긴 곡이 대부분이다. 이번 23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큰 욕심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음원 순위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아, 지금 경연하고 있는 <쇼미더머니8>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음 좋겠고.

<쇼미더머니>의 재도전, 참가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아무것도 안 하고 백수처럼 게으르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정신 차리게 도움 준 형들이 있다. 엘로, 우기, 오프온오프의 영채널 형 등 그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형들 덕분에 나 이렇게 잘 하고 있어’라고.

<쇼미더머니>는 어떤 곳인가?

죽을 것 같다. 프로그램 특성상 경쟁을 해야 하는데 내 성향과는 잘 안 맞는다. 다행히 프로그램을 하면서 친해진 사람들이 있고 그게 재미있어서 버티고 있다. ‘킹치 메인(Kingch Mane)’이라는 일반인 참가자가 있는데 정말 잘하더라. 어쩌다 보니 친해졌다. 무척 에너제틱 한 성격이라 붙어 다니며 좋은 기운을 받고 있다. <쇼미더머니>는 고통스러우면서 재미있는 곳이다. 확실히 여러 방면에서 성장해가는 게 느껴진다.

<쇼미더머니>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과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씩 꼽아보자면?

긴장한 상태로 하루 종일 대기하는 게 가장 힘들다. 내 순서를 모르니 언제 나가서 무대에 올라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고되다. 프로듀서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긴장하고 무대를 하고 나니 어지간한 스케줄은 쉽게 느껴지더라. ‘음, 이건 <쇼미더머니>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지’ 라며(웃음)…

래퍼 펀치넬로가 아닌 인간 이영신은 어떤 사람인가?

먹는 걸 엄청 좋아한다. 그렇다고 대식가는 아니고 하루에 한 끼를 먹는데 그때 엄청 많이 먹는다.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김밥, 떡볶이 같은 분식류를 좋아한다. 밖에 잘 안 나가는 집돌이. 나쁘게 말하면 게임 폐인(웃음).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래퍼가 되기 전에 게임회사에 취직을 고려할 정도였다.

작업하는 시간 외에는 주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그렇다. 신작 게임 출시 등 게임 관련 뉴스도 꼬박꼬박 챙겨 본다. 쉬는 날에는 가끔 술을 마신다.

활동을 하면서 제법 입금이 됐을 텐데. 가장 크게 지른 것, Flexing 한 게 있다면?

백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들여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했다. 난 컴퓨터를 잘 몰라서 컴퓨터를 잘하는 친구에게 게임용으로 맞춰달라고 부탁했다.

SNS를 보면 고양이와 같이 찍은 사진이 많다.

네 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 ‘뚱이’와 ‘루’는 길고양이였던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게 되었고 나머지 두 마리 ‘잭’과 ‘두식’이는 뮤지션 라드 뮤지엄 형이 기르던 고양이를 분양받았다. 네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 매 순간이 에피소드다. 소파는 작살났고 벽지는 다 긁혀서 형체가 남아있지 않다. 유지비도 만만찮고 고양이 화장실에서 감자를 캐다 보면 하루가 간다(웃음).

고양이만큼 힘이 될 때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다면?

집. 집만큼 위로가 되는 공간이 없다.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라 내가 관심 있는 것들로 꾸몄다. 컴퓨터도 좋은 걸로 맞추고 모니터도 적당히 크다. 밀리터리 덕후라서 장난감 총을 잔뜩 모아두기도 했다. 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아지트처럼 자주 가는 단골집이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다면?

바로 옆집과 아랫집. 옆집에는 엘로 형이, 아랫집에는 우기 형이 산다. 가까이 살아서 정말 자주본다.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수다를 떨거나 음악을 듣는 게 전부인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 대부분 시켜 먹어서 단골집도 없다.

몸에 있는 타투는 어떤 의미가 있나?

타투를 할 때 의미 있는 타투를 하면 언젠가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없이 예쁜 것, 그래서 게임 캐릭터를 타투로 새겼다. 손등의 타투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 <레인보우 식스> 캐릭터의 엠블럼이다.

여름 보양식으로 추천하는 음식이 있다면?

닭백숙. 그리고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너무 좋을 거 같다. 시원한 소주를 좋아한다.

펀치넬로를 검색하면 어떤 연관검색어가 떴으면 좋겠나?

게임폐인. 음원 1위.

마지막으로 ‘펀치넬로’에 대한 오해나, 편견 중에 해명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저는 여러분들 생각만큼 귀엽지않습니다. 나중에 분명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각오하시길.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AOMG, Instagram @fkur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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