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에디터들은 어디로 휴가 갈까? W 에디터들의 여름휴가 계획서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우리의 여름은

2019-06-30T23:15:19+00:002019.07.04|FASHION, FEATURE, 라이프, 트렌드|

패션 에디터들의 여름휴가 계획서.

상상은 현실이 된다. 떠나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그려본, 상상만으로도 황홀한 패션 에디터들의 여름휴가 계획서.

오스트리아 블루마우로 아트 다이빙

‘열정적인 게으름뱅이’에게는 가슴과 눈은 가득 채우고 몸은 편안하게 쉴 행선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떠올린 곳이 바로 예술이 녹아 있는 리조트! 오스트리아 출신의 명망 높은 화가이자 건축가인 프리덴슈트라이히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동화 같은 리조트인 로그너-바드 블루마우(RognerBad Blumau) 호텔 앤 스파.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구구단을 외듯 ‘훈데르트바서’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던 일곱 살 딸에게도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자연을 사랑한 건축 치료사’라고 불리며 자연의 가치를 담아낸 그의 건축물 안에서 예술과 자연 친화적인 순간을 만끽하는 일이야말로 이 공간에서 허용되는 특권이 아닐까. 딸의 손을 꼭 잡고 하나의 거대한 작품 같은 호텔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손바닥만한 도화지에 스케치하는 순간은 얼마나 즐거울까. 게다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온천욕을 즐기고, 핀란드식 사우나를 체험할 수 있는 건덤. 유기농 아침 식사와 숲속 공기로 시작한 하루는 윤택한 삶에 대한 갈망을 해소해줄 것만 같다. 이런 날에는 자연의 푸르름이 연상되는 블루에, 훈데르트바서의 절묘한 곡선을 연상시키는 아티스틱한 패턴의 룩을 갖춘 채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겨야지. 참, 예술적 스피릿을 장착한 액세서리도 잊지 않은 채. –  에디터 박연경

 

메마른 오만에서 메마른 옷을 입고

서울에서 점점 단순화된 삶을 살고 있다. 거추장스러운 옷도 싫고, 머리도 짧게 자르고, 단순한 옷을 고른다. 단순화의 검열 속에 갇힌 건 아닌가 생각도 해보지만 별 소용은 없다. 여행이 나에게 중요한 시간인 것도 다 두고 훌쩍 떠날 수 있어서다.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비움의 기회. 이런 면에서 관광지로 덜 알려진 오만은 아주 적합한 행선지다. 서남아시아의 끝자락, 아랍에미리트 밑에 위치한 오만에는 사막과 바다와 계곡이 있다. 사진으로만 본 오만은 투박하고 황량해 더욱 아름답다. 특출나게 볼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어서 그저 풍광을 눈에 담아도 충분 할 것만 같다. 옷은 그 땅을 닮은 것으로, 검거나 희거나, 땅의 색이거나. 장식이 별로 없는 단출한 액세서리로 짐을 싸면 좋을 것 같다. 운전을 좋아해서 그저 달리다 서고, 달리다 마주할 자연에 감동하는 것 자체로 충분할 여름이 아닐까 싶다. – 에디터 이예지

 

이스라엘을 탐험하는 ‘카고 걸’

최근 이스라엘 출신 디자이너 로니 일란과 헤드마이너를 인터뷰하며, 그들의 나라가 무척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부터 모래와 사막, 군복과 총이 익숙했다는 디자이너, 사해로 가족 여행을 간 기억을 되살려 옷을 만들었다는 독특한 디자이너 덕에 나의 여름휴가는 이스라엘 중에서도 ‘사해’로 결정했다. 역동적인 물놀이를 싫어하고, 물에서는 그저 누워 둥둥 떠서 시간 보내길 좋아하는 내게 사해는 단연 맞춤형 여행지인 셈. 여행 자료와 사진을 찾아보니 이스라엘은 내전 중 이지만, 여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진 않다.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 여행이 안전한 것처럼 말이다. 사진을 찾아볼수록 호기심은 더욱 증폭된다. 정말 뜰까? 정말 짤까? 하나 더 매력적인 포인트는 사해의 머드는 피부에 특히 좋다는 사실. 지내는 내내 온몸에 바르고 있을 계획이다. 황량하고 고요한 휴양지 이스라엘은 뷰티&릴랙스가 동시에 가능해 몸과 마음을 리셋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기대된다. 자, 이제 티켓 끊자. – 에디터 김신

 

암스테르담을 떠도는 방랑자

‘여름휴가’라고 해서 여름을 즐길 생각은 없다. 여름을 싫어하기도 하고, 물과 친하지 않아 물놀이를 위한 휴양지는 처음부터 후보에서 제외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추천했는데, 그들이 꼽은 공통적인 이유는 알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것. 일단 네덜란드는 마약과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마약 상인이 여행자를 졸졸 쫓아오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대조되게 암스테르담의 거리는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시절부터 진보적인 나라였다. 마약과 섹스뿐 아니라 동성애와 안락사 같은 또 다른 이슈에서도 진보적 태도를 취하곤 했다. 아기자기한 모습 뒤에 수많은 의외성을 품은 이 도시에서 빡빡한 일정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기보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일 예정이다. 일 년 중 하루 종일 맑은 날이 20일 정도밖에 안 된다는 네덜란드의 맑은 날을 운 좋게 마주한다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가장 가까운 운하나 광장으로 달려가 태양을 환대하고, 태양을 즐기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지켜볼 것이다. 스테델레이크 미술관에서 모던 아트를 감상하다가 배가 고프면 치즈를 원 없이 먹고 싶다. “뭐 하고 왔어?”라고 묻는다면 딱 꼬집어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싶다. 더군다나 7월에도 쌀쌀한 날씨라고 하니 더없이 좋다. – 에디터 김민지

 

와인과 바다, 토속적인 유럽의 맛. 포르투갈의 어디쯤

작년에 토스카나 여행이 취소된 후 좌절을 맛본 게 벌 써 일 년 전이라니. 매해 꽂히는 나라와 도시가 있는데, 올해는 포르투갈로 마음이 흘렀다.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선배들의 지난 행선지가 모두 이곳이었고, 저마다 다른 경로로 추천의 메시지와 장소를 공유 해주었다. 여행 파트너를 설득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디자인 도시, 주목받는 와인 생산지,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보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라는데. 처음 계획은 가장 기본 단계라고 하는 리스본과 포르투를 반씩 갈 예정이었지만 크고 작은 바위로 둘러싸인 남쪽 바다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리스본을 중심으로 올라가면 포르투, 아래로 내려가면 라고스. 결정해야 한다. 그게 어디든 아침-점심-저녁에 샴페인-화이트와인- 포트와인을 마시고, 포르투갈의 민속품을 사고, 알록 달록한 타일과 건축물을 구경할 것이다. 편안하고 활동하기 좋은 티셔츠와 팬츠를 중심으로 라피아, 캔버스와 같은 내추럴한 소재의 소품, 멋부리고 싶을 때를 위해 에스닉한 블라우스나 레이스 드레스를 트렁크에 넣어야지. 현지인 코스프레를 위해 소박한 꽃무늬 비키니와 커다란 밀짚모자, 조개나 소라 껍질을 장식한 주얼리는 그 지역 상점에서 사야겠다. – 에디터 이예진

 

인생의 진리를 찾아서, 북인도 명상 투어

최근 화보 촬영차 간 베트남에서 화끈한 화상을 입고 돌아왔기에 당분간 바다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지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인도. 타지마할, 갠지스강, 요가 등 영적이고 성스러운 ‘깨달음의 도시’ 같은 느낌이랄까. 인도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인도에 다녀온 사람 중 강력히 추천하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라는 얘기. 인도는 너무 넓은 탓에 한번 가면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하고, 여러 도시를 둘러봐야 한다. 그래서 여름에만 육로 여행이 가능한 북인도 투어를 택했다. 여행은 델리에서 시작해 북서쪽의 요새 도시 자이살메르로가 사막을 체험한다. 사막엔 모래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알릭스나 언더커버의 룩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이후 레로 넘어가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오는 판공초 호수를 보고 싶다. 가짜보다 더 가짜 같은 경치를 눈에 담은 후, 리시케시로 이동한다. 힌두교 수행자들의 성지이자 갠지스강이 흐르는 곳. 이 작은 마을에는 명상과 요가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여행객이 모여든다. 이곳에선 챈스 챈스의 사파리 룩이나 코트웨일러의 요가 매트 룩이 제격이다.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니는 매트를 깔고 명상에 잠기면 되니까. 사실 지금 언급한 곳들만 다 돌아도 최소 2주는 필요할 거다. 여름휴가로 2주를 낼 수는 없을 것 같고,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북인도에 갈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꿈꿔본다. 한없이 여유로운 여행을. – 에디터 정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