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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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마레 지구의 취향 좋은 서점 오에프알(0fr)이 성수동에 상륙했다.

파리 여행의 필수 코스인 오에프알 서점이 서울에 문을 열었다. 한적한 성수동 골목길, 2층 큼직한 유리창에 ‘0fr.Séoul’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앞에는 알록달록 키치한 놀이터가 있고, 조금만 걸으면 녹음이 우거진 서울숲이 나오는 위치에 있다. 오픈 첫 주부터 잡지 <POPEYE>에서 걸어 나온 듯한 힙스터들이 에코백과 티셔츠 고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사실 오에프알은 파리 마레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다프트 펑크가 첫 공연을 열고, 자크뮈스가 소년 시절 드나들며 영감을 수집했다는 일화만 들어도 그렇다. ‘0fr’에서 ‘0’는 그야말로 ‘제로’,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의미와 ‘Open Free Ready’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판사로서 사진집과 여행책을 자체 제작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해서 전시를 여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해오고 있다. 파리 지점의 주인장인 알렉스는 오픈 시기에 맞춰 한국 곳곳을 여행하고 돌아갔는데, 그 결과물도 조만간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매장에는 가장 저렴한 엽서(1200원)부터 가장 비싼 모로코산 러그(149만원)까지 곳곳에 그릇, 액세서리, 옷, 가방, 패브릭이 촘촘하게 놓여 있다. 대부분의 물건을 파리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파리로 어학 공부하러 갔다 방앗간처럼 드나들던 박지수 디렉터가 서울의 공간을 이끌어간다. 파리에서 가져온 원단으로 만든 쿠션과 작은 가방, 영국 브랜드 썬젤리의 가방, 인도와 일본에서 수입한 옷들은 그녀의 취향이 반영된 것들. 그래서 유리창 반대편엔 작은 자두라는 뜻의 ‘mirabelle’ 글자가 나란히 놓여 있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 <네 가지 모험>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서점 탐색을 마친 후에는 건너편에 있는 고즈넉한 카페 ‘eert’에서 차 한잔 마셔도 좋겠다.

피처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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