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색 페스티벌 리얼 후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페스티벌 잡학사전 Vol.2

2019-06-05T00:13:39+00:002019.06.05|FEATURE, 컬처|

전 세계 이색 페스티벌 모음집 Vol.2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세상 ‘힙’이 아닌 독특하고 요상한 페스티벌을 탐험하고 돌아온 이들의 후일담을 모아봤다.알아두면 언젠가는 유용할 전 세계 이색 페스티벌 모음집.

 

덴마크 코펜하겐 카니발

카니발 속에 그 춤을

코펜하겐과 카니발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 코펜하겐은 북유럽 덴마크의 수도이고, 카니발은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남미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을 떠올리면 된다. 이질적인 두 단어는 매년 6월에 만난다. 코펜하겐 카니발은 서인도제도에서 카니발을 경험한 화가 존 리틀에 의해 1982년에 시작됐다. 이후 30년 넘게 지속되며 덴마크를 대표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2011년, 뉘하운 사진 한 장에 반해 무작정 코펜하겐으로 갔을 때만 해도 이 페스티벌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쯤 되는 스트뢰에(Strøget)를 정처 없이 걷다 퍼레이드 행렬을 발견했다. 화려한 깃털과 비즈, 각종 레이스와 망사 스타킹으로 온몸을 치장한 댄서들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바테리안들이 만들어내는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삼바 리듬에는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다. 대낮부터 칼스버그를 들이켜며 20여 개 삼바 스쿨의 퍼레이드를 따라다녔다. 그러다 발견했다. 임신부의 몸으로 삼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한 여성을, 퍼레 이드의 한 팀으로 참가한 장애인들을, 넓은 치마폭을 휘날리는 노년의 댄서를, 퍼레이드 차량 꼭대기에서 매혹적인 몸짓으로 춤추는 성소수자를. 코펜하겐 카니발에는 뚜렷한 퍼레이드 룰이 없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음악을 즐기고, 함께 춤을 출 뿐이다. 나이와 인종, 장애와 성적 지향이라는 잣대를 넘어 ‘인간’이라는 단어만이 존재하는 단 몇 시간의 판타지. 사랑과 행복감으로 충만했던 그 순간은 습기 하나 없이 쾌청했던 6월의 코펜하겐 날씨와 함께 마음 깊이 남았다. 코펜하겐 카니발로부터 6년 뒤, 나는 퇴사와 동시에 브라질의 타악 문화인 바투카다를 배웠다. 그때 바테리안들이 연주하던 악기를 허리에 두르고 퍼레이드도 했다. 낯선 리듬 앞에서 한참을 헤매도 그 순간만큼은 6월의 코펜하겐이 그립지 않았다. 대신 브라질이 너무 가고 싶어졌지만. 글 | 장경진(공연 칼럼니스트)

 

독일 퓨전 페스티벌

사회주의로의 휴가

2013년 겨울,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나는 친구에게서 신박한 여름 페스티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후 4시경이면 해가 지는 우울한 겨울이 지긋지긋하던 차에 신이 나서 “그래, 당장 티켓을 사자!” 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아니 내가 돈 내겠다는데 왜?!

퓨전 페스티벌의 모토는 ‘사회주의로의 휴가(Holiday Communism)’다. 누구나 티켓을 살 수 있는 페스티벌이 아니다. 해마다 12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신청하면 무작위로 추첨을 통해 선발된다. 우리 그룹은 정말 운이 좋게 2월에 있었던 마지막 3차 추첨에서 당첨되어 그해 6만 명의 퓨저너가 되었다.

퓨전 페스티벌은 베를린과 함부르크 사이의 레르츠(Lärz)라는 마을에서 매년 6월 말에 6일간 개최된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소련군 군비행장 부지였고, 지금은 농장으로 쓰이고 있다. 머천다이즈나 티켓, 부지 곳곳에 설치된 로켓 모형과 러시아어로 표기된 이름이 그 마스코트이다. 1997년 ‘쿨투어코스모스’라는 비영리 단체에 의해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티켓 세일즈의 거의 70%를 청소년의 예술 활동과 좌파 정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쓴다. 페스티벌이 점점 더 거대해지자 이들은 자원 활동가가 아닌 정식 회계관리부를 꾸려야 했는데, 이에 비영리 단체로서의 기능과 페스티벌 모토가 변질되었다며 단체를 탈퇴하고 새로운 소규모 페스티벌을 만든 사람도 있다고. 아무튼 그들의 목표는 누구나 평등한 4일간의 사회, 그 안에서 음악, 영화, 퍼포먼스를 통한 사람들의 순수하고 편견 없는 소통이다. 음악, 영화, 무용, 퍼포먼스, 페인팅, 조각 등과 관련한 약 50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아침까지 신묘하고 다양한 테마의 클럽들이 불을 밝힌다. 4일 꼬박 밤을 새우는 라인업은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주에 공개되며, 타임테이블은 당일에 도착 후 티켓과 함께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에는 라이브 공연뿐 아니라 정치, 전쟁 지역에 관련된 워크숍이나 강연, 명상과 요가, 점성술부터 영화제 프로그램도 있다.

퓨전의 쏠쏠한 재미는 바로 캠핑. 캠핑 비용은 무료, 식수도 무료다. 거대 캠핑카에서 지프트럭, 파빌리온, 작은 소파와 그물 침대까지 참가자들은 4일간 자신의 집처럼 개성 있게 캠핑 부지를 꾸밀 수 있다. 할당량 분리 수거를 해가면 1인당 1회 한정으로 티켓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는 제도도 있다. 취사도 가능하며 페스티벌 내에는 일반 가격으로 생필품을 파는 슈퍼도 있다. 푸드 코트에서는 단체에서 검증한 페어 트레이드, 소규모 혹은 개인 유기농 농장의 숍들이 자리하며 철저히 채식 메뉴만 판다. 직접 짠 생과일주스가 1유로, 제일 비싼 밥 메뉴가 5~6유로 선. 정말 다 맛있다.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솟구쳐오를 정도.

퓨전은 모든 미디어와 상업 광고 금지를 원칙으로 한다. 와이파이 같은 건 물론 없고,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한 콘센트가 있는 부스도 딱 한 군데다. 국가주의를 반대하는 이곳에서 월드컵 단체 응원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해는 월드컵 시즌이었고 독일이 우승했는데도! 그리고 이들의 공식 책자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페스티벌에서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업데이트할 건가? 당신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자유를 고작 마이크로 칩에 구겨 넣는 일을 하는 거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진정한 퓨저너가 아니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글 | 홍소희(음악 애호가)

 

태국 송크란 페스티벌

물총으로 쏘고 가라

태국에서 열리는 송크란 페스티벌 기간 동안 물을 맞지 않고 길을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어딜 가나 물을 뿌리며 ‘Happy New Year’ 를 외치기에 물에 젖어도 되는 간편한 복장은 필수다. 어딜 가나 물을 맞을 순 있지만, 송크란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카오산로드, 실롬, RCA 순으로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오산로드는 가장 핫한 물총 싸움 스폿으로, 이른 시간부터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과 물총 싸움을 할 수 있다. 낮보다 는 밤이 더욱 핫하다.

송크란 기간에는 방콕 곳곳에서 다양한 풀파티가 열린다. ‘W 호텔’에서 진행하는 파티에 참여했는데,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프라이빗한 느낌의 파티를 경험할 수 있었다. 티켓은 3주 전쯤 얼리버드로 예매했고 가격은 4만원 정도(free drink 포함).

그리고 송크란 하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S2O Songkran Music Festival’! 물론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S2O가 독보적이다. 공연장에 도착한 순간, 무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와 흘러나오는 EDM 음악 소리에 절로 몸을 맡기게 된다. 413~15 일까지 총 3일 동안 열리며, 올해는 팻보이 슬림, 티에스토, 스티브 아오키가 헤드라이너였다. 역시나 이 페스티벌에서도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자국 국기를 휘날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정말 많은 한국인을 송크란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 예매 티켓은 생각보다 빠르게 매진되기 때문에 송크란에 가기로 결심했다면 바로 구입한다. 가격은 약 8만원.

짧고도 굵은 휴식이 필요했던 내게 송크란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어디를 걷더라도, 어디를 방문하더라도 쏟아지는 물은 피할 수 없다. 물을 피하는 것을 포기하고 즐기면 그때부터 재미가 시작된다. 인파에 휩쓸려 다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물총을 쏘고, 물을 맞게 되더라도 그저 웃음이 날 뿐! 마지막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해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면,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물총은 거리 곳곳에서 판매하니 굳이 챙겨 가지 않아도 된다. 다만 방수 가방, 아쿠아슈즈, 보안경 그리고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어 플러그는 필수 아이템! 그리고 종일 물을 맞고 다니기에 옷 안에 입고 다닐 수 있는 다양한 수영복을 챙겨 간다.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서 물을 맞고 다니는 탓에 체력이 금방 바닥 난다. 34 일을 알차게 즐기려면, 체력을 비축해서 가는 것은 필수 다. 글 | 황희정 (네이버문화재단 사원)

 

한국 충주세계무술축제

내겐 너무 힙한 무술 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는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열리다가 이후 홀수 해에 개최되는 페스티벌이다. 2010년부터는 무려 유네스코가 공식 후원하며, 자체 추산 방문객이 1백만 명이었던 적도 있다. 2017년에는 39개국 55개 단체가 참여했다고 한다. 뻥치지 말라고? 세계 곳곳의 무술 마스터클래스가 열리며 지난해에는 이종격투기 경기가 열렸고, 개폐막 ‘콘썰트’(절대 콘서트가 아니다)가 열렸다. 나이트클럽 광고 같은 포스터지만 엄연히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축제에 4회 선정된 한국의 대형 페스티벌 중 하나다. 비록 F&B 부스 대신 향토 음식과 농특산물이 있지만 각종 세계 무술의 아시안 챔피언십 대회도 열린다.

익숙한 무에타이나 카포에라, 주짓수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펜칵실랏을 비롯해 탕타, 장사나티 등을 지나 택견까지 만날 수 있으니 무술에 관한 조예를 얻고 싶다면 참여해야 한다. 각종 세미나와 체험을 통해 직접 무술을 익히는가 하면, 다양한 무술의 대가를 직접 만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무술의 향연 그 자체다. 놀라운가? 워낙 다양한 무술이 있어서 절대 질리거나 지칠 리가 없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 해도 국악 공연부터 아마추어 음악가의 공연까지 각종 음악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지나치게 몰입한 자신을 음악으로 환기할 수 있다. 지난번에 열린 충주무술영화제는 <철인, 죽음의 다섯 손가락>과 같은 세계적인 명작부터 주성철 <씨네21> 편집장의 GV 행사까지 열렸다. 종잡을 수 없는 라인업에 이쯤 되면 어지럼을 호소할 수도 있다. 물론 전통 무술이라 보기 애매한 것도, 국뽕을 위해 여는 듯한 행사도, 차력인지 무술인지 헷갈리는 무대도 있다. 그러나 만나기 힘든 타 국가 전통 예술도 실제로 등장하니, 과연 어떤 식으로 무대를 채울지 미리 확인 해보고 어느 정도 정보를 찾아본 후에, 비판적으로 검토해서 가보자. 올해는 830일부터 96일까지 8일간 열린다고 하니, 무술을 향한 애정 만으로 전 세계에서 충주로 모인 이들의 열기를 직접 확인해보자. 글 | 블럭(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