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몰랐던 봉준호

사공효은

섬세한 인간 봉준호에 대하여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개봉 첫날 57만 명을 동원했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한 게 실제 기생충이 따로 없다. 영화에 대한 해석, 봉 감독에 대한 기사가 포털을 가득 채운다. SNS에서는 <기생충> 관람 인증이 피드를 채운다. 그의 영화 다시보기가 유행처럼 번져 각종 영화 채널에서는 ‘봉준호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유례없는 금의환향, 봉준호 열풍이 분다. 영화 연출은 물론 따뜻한 인간미로도 유명한 봉준호의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특별근로감독관 봉준호

봉준호는 <설국열차> 촬영을 하면서 미국 배우조합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하는지 알게 됐다. <기생충>을 촬영할 때, 스태프들의 주 52시간제를 엄수하고 식사 시간 역시 제대로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유다. 아역배우들을 위해 촬영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아역배우들이 빨리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그들이 나오는 장면을 되도록이면 낮에, 우선적으로 촬영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촬영하며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77회 만에 모든 촬영을 끝냈다.

홍대병, 크리스 에번스

크리스 에번스는 한 인터뷰에서 “다른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을 모르길 바랐다.”며 자신만 알고 싶은 감독으로 봉준호를 언급한 적이 있다. 크리스 에번스는 <설국열차>로 인해 캡틴 아메리카로 굳어진 이미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고.

송강호와 봉준호의 인연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두 사람은 수없이 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두 사람이 <살인의 추억>을 같이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2000년대 초, 송강호는 <초록물고기>, <넘버3> 이후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었고 봉준호는 <플란다스의 개>가 흥행에 실패한 직후였다. 봉준호는 <초록물고기>에서 송강호를 보고 실제 건달 못지않은 연기에 감탄했다. 그리고 얼마 뒤, 송강호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봉준호가 조연출 시절, 단역 오디션을 보러 왔다가 떨어진 송강호에게 “언젠가는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다.”라고 메시지를 남긴 것이 고마워서였다.

이 안에 범인이 있다

<살인의 추억> 10주년 행사장. 봉준호 감독이 행사를 연 이유는 범인이 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는 범인이 이 자리에 올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관객들이 머리카락 하나씩만 뽑아주면 바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시행되지는 않았다. 화성 연쇄살인범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천재는 유전

봉준호의 아버지는 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 교수와 ‘한국 디자이너 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다. 누나 봉지희는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다. 그림에 재능이 있던 봉준호 감독은 대학시절 연세대학교 신문 <연세춘추>에 만평을 연재하기도 했다. 대학 등록금 인상 등의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뤘다.

만화광 봉준호

봉준호는 만화광이자 만화 수집가로 유명하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직접 쓴 각본을 토대로 만화 콘티로 그린다. <괴물>의 형태, <옥자>의 슈퍼 돼지, <기생충>의 인물 동선 등이 콘티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의 그림 실력은 출간된 공식 아트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 봉준호 감독은 그림을 그릴 때 아이패드를 쓴다.

인터뷰이 봉준호

예능 <방구석 1열>의 작가들이 봉준호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봉 감독이 감기에 걸렸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상황이라 전화를 나눌 수 없자 “추후에 제가 질문에 대한 답을 녹음해서 드려도 될까요?” 했는데. 무려 한 시간 분량을 녹음해서 줬다고 한다. 기자라서 안다. 이런 스위트한 감독이 없다.

봉준호를 말하다

“봉준호 감독은 섬세하고 자상하다. 현장에서 큰 소리 한 번 지른 적 없다. 거의 귓속말로 말한다. 섬세한 사람이다. 그래서 별명도 봉테일이다.” – 배우 김뢰하(<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등 6작품 같이 작업)

“봉준호 감독은 자연환경을 세트로 활용한다. 그 풍경 안에 그 사회를 보여주는 인물과 풍경들이 섞이면서 당시의 시대상을 잘 녹여낸다.” – 영화감독 변영주

“봉준호 영화는 장르적으로 접근했을 때 완벽하고, 그 안에 한국적인 유머를 넣어 기묘한 연출을 준다.” – 영화감독 이경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나서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사회를 반영하고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웰 메이드’한 스릴러다.”  – 영화 저널리스트 피어스 콘란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넷플릭스,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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