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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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와인, 날씨의 삼위일체. 핫 플레이스 3곳.

1. 비스트로 쥐 BISTRO G

오픈 자체가 하나의 도전인 작은 바 비스트로 쥐. 고깃집과 술집이 즐비한 경기도 금정역 작은 골목길에 이색적인 공간이 등장했다. 주변 사람들은 건물주의 딸이 아니냐, 여기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공간이냐며 호기심과 의구심으로 그곳을 바라보며 지나간다. 이탤리언 레스토랑 그라노와 SPC 그룹에서 10여 년간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황진 오너 셰프의 오랜 여정과 탐험이 담긴 공간이다. 7m 길이의 바 형태 테이블에 11개 좌석이 있는 놓여 있다. 사람의 신체 구조와 높이를 고려해 가장 편안한 좌석을 찾아냈다.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키며 밤새도록 호방하게 먹고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다. ‘G’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 사용하던 이름(Gina)과 그릴(Grill),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뿌연 연기가 지글지글 올라오는 그릴 앞에 서서 매일같이 고기와 해산물을 굽는다. 그릴은 불맛은 살리고 육즙은 보존하기 위한 셰프의 킥이다. 말수도 별로 없고 무표정하지만 요리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단단하다. 제철 조개 5가지로 만드는 파스타와 구운 망고를 곁들인 가브리살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심플한 것이 가장 맛있다’는 모토를 그대로 보여주는 금정역의 와인 사랑방이다.

2. 정식 카페 JUNGSIK CAFÉ

2009년에 문을 연 정식당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정식바가 자리했던 1층 공간이 정식 카페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널찍한 나무 테이블 위로 차갑게 칠링된 10여 종의 와인이 눈에 가장 먼저 띈다. 샴페인부터 독일 리슬링, 소테른 디저트 와인까지 다채로운 종류를 글라스로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디저트 메뉴가 탄탄한 정식당의 정체성을 카페에도 그대로 가져와서 소금이 들어간 짭짤한 스콘, 파, 치즈, 할라피뇨 조합의 스콘은 디저트라기보다 술안주에 가까운 와인 친화적 메뉴다. 옥수수를 갈아 넣어 만든 옥수수 무스 케이크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색적인 시도. 자몽과 콜라비를 곁들인 광어 크루도, 스모키한 향의 브로콜리니와 페코리노 치즈가 들어간 안심 타르타르 또한 알코올 지수를 높인다. 유리창 밖으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며 푸른 나무가 우거진 창가 자리는 한낮에 광합성을 하기에 완벽하다. 청담동 속 작은 정원이 그곳에 있다.

3. 세스크 멘슬 XESC MENZL

힙 지수가 점점 올라가는 성수동에 남다른 기운을 내뿜는 공간이 들어섰다. 국내 미식 신의 한 단계 진화를 보여주는 세스크 멘슬은 독일식 소시지를 중심으로 한 육가공 전문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붉은 조명 아래 각양각색 소시지, 미트로프, 콜드 커트, 쿡 베이컨 등이 가지런히 누워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셰프 마일리, 신세계 R&D 육가공 개발을 거쳐 10여 년 동안 한 우물만 판 김정현 셰프의 오랜 여정의 결과가 응축된 곳이다. 화이트 점프슈트 작업복에 턱수염과 팔뚝 문신이 인상적인 셰프가 지하 공장에서 소시지를 한 아름 안고 터벅터벅 올라왔다. 그는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의 유명 육가공 전문점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미각 지도를 만들었다. 아들에게도 잘 안 알려준다는 핵심 레시피를 쏙쏙 전수한 탓에 그의 별명은 ‘Egg Yolk(노른자)’. 궁극의 맛을 찾아서 (하도 많이 먹은 탓에) 장염도 견뎌내며 도시와 산골 깊은 곳까지 차를 몰아 누비던 한 남자의 열정을 외면할 수 없었으리라. 세스크와 멘슬은 그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준 스승님의 이름을 허락을 구해 사용한 것이다. 소분해서 판매하는 치즈, 훈제 연어, 감자 샐러드, 굴라시 등 파티 음식이나 케이터링하기에 좋은 식재료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동네 정육점 가듯 편하게 들러 그날의 와인 테이블에서 한껏 호사를 누려도 좋겠다.

피처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박종원, 신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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