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한 패션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예술을 사랑한 패션

2019-05-26T17:51:28+00:002019.05.29|FASHION, 뉴스|

예술과 패션은 통한다.

예술과 패션은 통한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처럼, 다른 듯 같은 에너지가 짜릿하게 교감하는 순간! 이제껏 당신이 품어온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밀라노 디자인위크 기간, 어린이 극장에 전시된 스툴은 미우미우가 M/M Paris와 협업한 제품.

생태주의를 실천한 화가이자 건축가 훈데르트바서는 말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은 일탈이고 건축을 위한 건축은 범죄’라고. 미학적 가치나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능적이기만 한 단순한 형태의 건축물을 획일적으로 짓는 일은 우리의 삶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패션을 위한 패션은 어떨까. 단순히 의식주의 하나로만 패션을 이해하는 것은 패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다. 패션은 예술과 건축, 혹은 문화적인 맥락에서 강렬한 비주얼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니까.

지난 56일, SNS 피드를 화려하게 장식한 ‘2019 Met Gala’의 패션 퍼레이드. 극장적이고 과장된 옷 차림을 일컫는 ‘캠프(Camp)’라는 주제에 맞춰 패션 디자이너와 톱 모델, 그리고 셀레브리티에 이르기까지 유명세를 지닌 화려한 게스트들이 온갖 기괴한 상상력을 발휘한 룩으로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그렇다면 캠프란 무엇인가. 캠프라는 개념은 미국의 사상가이자 유명 작가인 수전 손택의 ‘캠프에 관한 노트’라는 에세이에서 시작되었다. 앤디 워홀식의 아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당혹해하는 이들에게 손택은 ‘캠프’라는 개념을 명시했다. 캠프의 본질은 비자연적이고 인조적인 것, 그리고 과장이다. 모스키노의 룩을 입은 채, 샹들리에 레이디가 된 케이티 페리와 총 네 번의 드레스업을 보여준 레이디 가가. 그들의 룩이 과하다고 느껴졌나. 캠프는 ‘그것이 끔찍하기 때문에 좋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얼핏 키치의 개념과 비슷해 보이지만 흉내 내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나아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안을 채운 다채로운 의상들 역시 아방가르드한 예술품처럼 비주얼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일부러 촌스러움을 연출해 무거운 예술과 엄숙주의를 조롱하는 것, 바로 그 예술의 기능을 패션이 대신한 순간이었다.

패션과 예술이 만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린다면? 이러한 정상회담식의 명제가 통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피렌체의 페라가모 뮤지엄에서 펼쳐지는 <지속 가능한 생각(Sustainable Thinking)> 전시다. 현대적인 실험 예술과 패션 디자인 연구를 통해서 패션의 새로운 소재와 아트에 대한 지속 가능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시라는 소개가 덧붙는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요즘 집중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환경 문제. 얼마 전, 422일 지구의 날에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신소재로 제작한 ‘42 Degrees 캡슐 컬렉션’을 소개했다. 이는 페라가모 하우스의 오랜 아이콘인 레인보 웨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한 젊은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콘테스트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이처럼 페라가모는 창시자의 개척자 정신을 이어받아 지속 가능성을 탐색한다. 즉 창립자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사용한 재활용 가능하며 혁신적인 소재를 오늘날의 친환경적인 소재와 최신 기술의 실험에 적용한 것. 그리고 자연 섬유의 선순환적 재발견을 통해 자연과 보다 깊은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는 내년 38일까지 1년간 장기적으로 선보인다. 패션의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주의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오늘의 행동이 초래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모두의 지속 가능성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지난 49일부터 14일까지 밀라노에서 ‘2019 디자인 위크’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 기간 동안 밀라노의 쇼핑거리는 예술의 장으로 변모했고,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흥미로운 오브제들을 선보였다. 그중 미우미우는 M/M Paris와 협업한 가구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프랑스의 명망 높은 듀오 그래픽 디자이너인 그들은 지난 2018 F/W 시즌의 미우미우 쇼장에 놓인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게 꾸밀 수 있는 유기적인 가구를 제작했다. 일명 ‘미우미우 M/매칭 컬러 스툴’이라 불리는 의자는 300개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며, 총 12가지 색상의 매치 스틱(MatchStick) 300개가 포함되어 마치 보드게임이나 퍼즐처럼 ‘즐기는 의자’로서 놀이의 기능을 더했다. 마음 가는 대로 의자를 구성하다 보면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의자를 소유할 수 있는 매력적인 오브제인 것. 나아가 밀라노의 어린이 공연장 무대 위에서 주인공으로 전시된 스툴은 표면의 컬러풀한 도트가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마치 무언의 연극을 보는 듯한 특별한 장면을 선사했다.

511일부터 열린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도 패션과 아트의 협업 이슈가 눈길을 끌었다. 오래 전부터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리처드 애버던, 아르망 등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온 주얼리 메종 피아제가 네덜란드의 형제 예술가 베르호벤 트윈즈(Verhoeven Twins)와 함께한 작품 ‘행복의 순간(Moments of Happiness)’을 선보였는데, 11월까지 이어지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프란케티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예르온 과욥 베르호벤 쌍둥이 형제는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환상적이면서도 실용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과 협업한 작품은 다양한 유리 버블로 이루어진 조형물로 그 위에 무지갯빛 오일을 더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버블’을 주제로 젊음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주변을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채워주는 피아제 주얼리의 모토인 ‘인생의 밝은 면(Sunny Side of Life)’을 반영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피아제의 금세공 기술에 담긴 노하우에 착안해 처음으로 자신들의 작품에 골드를 활용했다. 사실 그들의 버블 제작 방법은 수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했는데, 여기에 주얼리 정밀 세공에 정통한 이탈리아 장인들이 유리를 복잡한 구조로 커팅하는 작업까지 더해져 특별한 작품이 탄생했다. ‘우리는 환상에서 공장까지, 그리고 문장에서 제품까지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라는 베르호벤 트윈즈의 말처럼 오늘날의 명민한 아티스트들에게 제품과 작품 사이의 경계는 없다는 메시지가 오롯이 느껴졌다.

로에베가 올해 세 번째로 개최하는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Loewe Craft Prize)’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테크닉, 미디어, 표현 방식의 작품을 제안한다. 성대한 문화 프로젝트로서 로에베의 헤리티지와 장인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로에베가 지 닌 지식의 공유와 협력 정신을 반영하는 것. 그 중심에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너선 앤더슨이 있다. “로에베의 본질은 바로 공예이며, 이는 가장 순수한 의미의 공예이다. 이것에서 우리는 로에베만의 모더니티를 찾을 수 있으며 공예는 로에베와 항상 함께할 것이다”라고 말한 그는 브랜드에 합류한 이래, 세라믹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몇 해 전, 파리 유네스코의 로에베 쇼장에 놓인 한국의 달항아리 역시 그가 손수 고른 것. 행사차 서울을 찾았을 때도 도자기를 보러 다녔을 정도로 그의 공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유명하다. 이러한 그가 직접 구상해 시작된 크래프트 시상식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나아가 아트와 디자인을 잇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올해에는 약 100개 국가에서 총 2,500개 작품이 출품되며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지난 2월에 ‘2019 크래프트 시상식’의 최종 후보자 29명이 발표되었는데, 이제 갓 대학교를 졸업한 아티스트부터 유명 아티스트까지 다양하게 선정되었다. 올해에는 금속공예가 고희승과 손계연, 섬유공예가 김민희, 그리고 지승공예가 이영순까지 한국인 아티스트 4명이 최종 후보에 포함되어 그 결과가 특히 주목되기도. 모든 파이널리스트들의 작품은 일본 도쿄 소게츠 카이칸에 위치한 이사무 노구치의 실내 정원인 ‘Heaven’에서 2019626일부터 722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며, 전시 오프닝인 625일에 최종 우승자가 발표된다.

경계를 넘어 패션과 조우한 아트의 열기는 뜨겁다. 그러니 아트와 패션이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쉬운 결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언제나 그 둘의 관계는 현재진행형일 것이므로. 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또 다른 도전을 해나가는 패션과 아트의 러브 어페어는 앞으로도 열렬히 이어지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매혹적인 러브 스토리 덕에 우리의 눈과 가슴은 한껏 풍요로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