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면, 20번도 넘게 찍었어요

사공효은

영화 <미스 스티븐스>의 티모시 샬라메 인터뷰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는 누굴까? 물론 이제 막 개봉한 <어벤져스> 멤버들이겠지만그럼에도 10명 중 2명은 티모시 샬라메를 언급할 거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고담 어워즈, 골든 글로브, 각종 비평가 협회상 등 20개가 넘는 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올랐고 22세의 젊은 나이에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최근 우디 앨런의 신작 <어 레이니 데이 인 뉴욕>과 넷플릭스 영화 <더 킹>에도 출연하여 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데뷔는 2008년, 단편 영화 <Sweet Tooth>. 그 외의 영화 단역으로 출연하다 2014년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터스텔라>를 통해 얼굴을 알린다. 미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덕분에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데 그 진가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발휘되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판에서 연기를 인정받더라도 ‘패션의 아이콘’이라는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는 쉽지 않다(갑자기 로다주가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이겠지). 각종 시상식에서 심플하고 과하지 않은 슈트를 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알렉산더 맥퀸, 벨루티, 톰 브라운 등 다양한 브랜드를 소화하며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옷걸이로 언급되는 그. 무명에서 스타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20대 초반, 인생의 변곡점에 선 티모시 샬라메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한다. 영화 <미스 스티븐스>, 친구들과 함께 연극 대회에 참가하게 된 ‘빌리’가 동행한 스티븐스 선생님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는 내용. 이번에도 대박을 칠까? 티모시 샬라메에게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자칫 스포일러 일 수도 있겠다. 학교 요주의 인물 ‘빌리’, 매력적인 영어 선생님 ‘미스 스티븐스’. 영화 <미스 스티븐스>를 보는 관객이라면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할 텐데 결말은 그렇지 않다. 보통 학생과 교사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이런 발칙한 로맨스를 넣는데 의외다.

그래서 줄리아 하트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흔히 영화를 보며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이 영화를 택한 것도 있다. 줄리아 하트 감독은 영화 전체를 가로질러서 전복시킨다.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이 ‘정서적으로 복잡한 영화다’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줄리아 하트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프로듀서 조던 호로위츠(<라라랜드>의 프로듀서)가 캐스팅을 완료했을 때, 배우에 맞춰 영화 캐릭터를 다시 썼다.”라는 말을 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와 캐스팅이 확정된 후에 빌리가 어떻게 바뀌었나?

글쎄, 처음 줄리아 하트 감독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에도 무언가 캐릭터가 명확히 잡힌 느낌은 아니었다. 감독은 그냥 몇몇의 장면과 “이러이러한 대사가 있을 거다” 정도만 알려줬을 뿐이다. 그럼 나는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하면 어때요?” 아이디어를 냈고 시나리오가 조금씩 바뀌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다보니 어느새 나도 극 중 캐릭터 빌리가 되어 있더라.

극 중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나? 어떻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나?

시나리오를 보면 빌리는 입체적 성격을 지닌 십대 소년으로 나와있다. 어떻게 보면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친구. 왠지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빌리에 몰입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예고편으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독백을 연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흥분한 감정을 억누르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처절하게 내뱉는 게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에피소드는 없었나?

아, 그 장면… 정말 오래 찍었다. 영화가 아니라 거의 마라톤에 가까웠지(웃음). 처음 촬영한 8번의 테이크는 좋았다. 사실 이때 촬영한 것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영상을 보니 아마 그다음에 찍었던 4번의 테이크 중 하나가 영화에 쓰인 것 같다. 그러고 나서 8번 정도를 더 찍었다. 거의 20번 정도 촬영한 셈이다. 심지어 모두 원테이크로 촬영한 거라 감정적으로도 힘에 부쳤다. 근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도 그 부분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으니까.

연극 <더 톨스>, <프로디갈 손>에 출연한 적이 있고, 이번 영화도 연극이 소재로 쓰인다. 당신은 무대에 서는 것이 편한가? 아니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편한가?

둘 다 좋아한다. 영화와 연극은 각각의 방식이 있고 호흡이나 관객의 반응 또한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연기하는 것 그 자체가 즐겁다는 거다.

영화 <미스 스티븐스>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 청소년의 성장기, 그 안에서 예술의 중요성까지 이야기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캐릭터에 대한 공감. 영화는 여러 사람의 유형을 보여주는 다양한 캐릭터가 있다. 관객들이 빌리, 마고, 샘 그리고 스티븐스 선생님 중 ‘오늘 영화 속에서 나 자신의 일부를 본 것 같다’고 느끼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주) 티캐스트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