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음악을 가진 뮤지션 루키, 로파이 베이비, 수민 그리고 제이클레프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6 Colors Vol.2

2019-04-12T15:49:50+00:002019.04.12|FEATURE, 피플|

뮤지션 루키 Vol.2

확고한 음악, 단단한 언어, 새로운 서사를 가진 여섯 뮤지션을 만났다.

LOFIBABY 로파이베이비 @lo_fi_baby

로파이베이비는 몽환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R&B 일렉트로닉 밴드다. 2018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 <N>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형식의 앨범이다. 13개 트랙은 시간 순서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중간에 음악 없이 내레이션이 나오기도 한다. 음반을 발매하면서 단편 소설을 발표하고 공연 역시 전시회처럼 기획했다. 크루처럼 함께 움직이는 비주얼 디렉터 정진이 선보인 아름다운 브이제잉 영상과 함께 무대를 펼쳤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프로젝트가 독립적인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프로듀서 조(Zo)와 싱어송라이터 세이(Say)는 핑퐁처럼 작업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판을 꾸린다. 멤버들은 스스로가 투자가이며, ‘A&R’(아티스트를 기획 및 제작하는 직무)인 그야말로 인디펜던트다. 첫 정규 앨범 역시 텀블벅 후원을 통해 제작했다. 멤버들은 매 순간이 도전이라고 말한다. 로파이베이비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 음악과 다른 예술 분야를 영리하고 독창적으로 융합 시킨다. 소설, 미술, 영화, 웹툰, 사진 등 이들의 이름을 발견할 다음 챕터는 무궁무진하다.

세이가 입은 원숄더 톱과 팬츠는 막스마라, 조가 입은 터틀넥 톱과 팬츠는 랄프 로렌 제품.

로파이베이와 잘 어울리는 형용사는? Zo 아티스트로서는 도전적인, 진취적인, 융합적인. Say 음악적으로는 분위기 있는, 느낌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소리와 음악은? Zo 어떤 사물이 품고 있는 순간의 소리와 노이즈. 류이치 사카모토와 제임스 블레이크를 리스펙해서 그들의 얼굴을 양 팔목에 문신으로 새겼을 정도다. Say 사람의 목소리가 내는 울림. 네오 솔 아티스트 에리카 바두를 좋아한다.

활동 이래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Zo 단독 공연, 계획한 모든 프로젝트가 완결되는 순간이었다. Say 그날 우리가 만든 음악과 소설의 이야기가 현실로 구현됐다.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공연해보고 싶은 장소는?Zo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해보고 싶다. 예술의전당 같은 곳에서도. 일반적인 공연장보다는 그런 곳이 우리의 음악과 더 잘 맞을 것 같다.

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은? Zo 빈지노에게 여름 노래의 피처링을 부탁하고 싶다. Say 우리처럼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로 구성된 오프온오프와 만나면 재미있는 작업이 나올 것 같다.

거액의 지원금을 조건 없이 받는다면? Zo, Say World’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다시 찍고 싶다. 작년에 자금 부족으로 무산된 적 있다. 사운드스케이프가 굉장히 넓은 곡이라 대자연에서 마음껏 찍어보고 싶다.

2019년에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Zo, Say 신기하게도 작년에 리스트에 적은 대부분의 목표를 이뤄서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웠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2.0 무대에도 출연했고, 2019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올해는 음악 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 글로벌 음악 플랫폼 ‘컬러 쇼(A Colors Show)’ 에 출연하고 싶다.

 

SUMIN 수민 @suminismm

수민은 그 어떤 장르와 역할로 한정할 수 없는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가다. 송라이팅과 프로듀싱 그 사이에 축약된 무수히 많은 디테일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추진하는 뮤지션이다. 케이팝, R&B, 일렉트로닉 등 여러 카테고리 안에서 그는 자신만의 장점을 영민하게 조율한다. 수민에게 가장 크게 자리 잡은 키워드는 흡수와 포용이다. 보아, F(X), 방탄소년단, 기린 등 그 어떤 뮤지션과 만나도 감각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그는 매일 변화하고 진화하는 뮤지션일지 모른다. 자신도 다음 행보의 색깔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직선적으로 뻗어나가는 시원시원한 보컬,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가사, 복잡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운드 운용까지. 작년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Your Home>은 초현실적으로 아름다웠고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제6의 감각(Sixth Sense)’처럼 낯설었다. 모더니티(Modernity)와 리얼리티(Reality), 생명력 넘치는 두 단어가 수민 음악 안에 살아 숨 쉬는 것만 같다.

로고 장식 드레스는 미우미우 제품.

당신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아티스트가 있나? 영국 아티스트 소피(SOPHIE), 내가 공부해보고 싶은 사운드를 정말 잘 뽑아낸다. 앨범 커버, 뮤직비디오도 충격적인데, 특히 ‘Faceshopping’이란 곡을 들어보면 카리스마가 넘치다 못해 기괴함마저 느껴진다.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즐겨 찾는 공간이 있나? 서울 바이닐에 종종 간다. 바이닐에 대한 사장님의 집착과 집요함에 반했다.

본인의 곡이 흘러나오던 의외의 공간은? ‘강남스타일’을 즐겨 선곡하던 까칠한 성격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동네 편의점에서 내 노래가 나오던 순간, 주머니 안에 몰래 녹음기를 켜서 기념으로 남겨두었다.

기억에 남는 음악가와의 만남이 있다면? 보아의 팬클럽인 ‘점핑 보아’ 출신이다. 보아의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했고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다. 그분을 생각하면서 ‘너와 나’란 곡을 만들고 녹음실까지 함께 들어갔을 때 너무 긴장돼서 덜덜 떨면서 녹음한 기억이 있다. 평소에 꿈꿔왔던 장면이 이루어지던 ‘성덕(성공한 덕후)’의 순간이었다(웃음).

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은? 새소년의 황소윤,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 특히 NCT 멤버들!

사운드적으로 집요하게 탐구해보고 싶은 측면이 있나? 악기 구성이 몇 개 없어도 내가 만든 사운드가 꽉 찬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운드 배치를 엄청 정교하게 해보고 싶은데 이를테면 악기의 소리와 비중을 오른쪽, 왼쪽 각각 어떻게 다르게 배치하는지에 따라 아주 다른 음악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나를 도와준 사람이 정말 많다. 그들에게 떳떳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내가 힘들던 때와 가장 비슷한 상황에 있는 뮤지션에게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

 

JCLEF 제이클레프 @yjclef

제이클레프는 듣고, 읽고, 생각해야 하는 가사를 쓰는 비정형 래퍼다. 관습, 편견, 차별, 강요, 그 어떤 것도 거부하며, 은유적인 가사로 그것들을 조곤조곤 부숴버린다. ‘흠(FLAW, FLAW)’으로 시작해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으로 전개되는 그의 첫 정규 앨범 <FLAW, FLAW>는 이전에 없던 서사가 가득하다. 이 음반은 2019년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을 수상했다. 제이클레프는 음악 위에 문학을 얹는 느낌으로 작업한다고 말한다. 그는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뮤지션이다. 제이클레프는 불편한 사실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반문한다. 힙합 비트 위를 매끄럽게 헤엄치는 랩은 보컬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세상에 대한 이유 있는 화(火) 로 시작된 그의 곡은 엄청난 허무에 저항하며 공상과학적인 디스토피아로 귀결한다. 소년의 목소리를 닮은 그의 음색은 종말을 이야기하기엔 지나치게 맑고 아름답다. 그래서 더욱 반전처럼 느껴지고 때때로 슬프기도 하다.

회색 체크 코트와 톱, 팬츠는 막스마라, 스니커즈는 살로몬×더 브로큰 암 제품.

가장 처음 만든 곡은 어떤 곡이었나? Canyon’,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엄청난 장관을 피 흘리는 장소로 만들었다. 배신, 상처, 허무함만을 떠올리는 시기였고, 언젠가는 그 위태로운 나날을 명관으로 대할 날이 오길 바란다는 노래다.

당신의 음악을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음악 안에서 나는 도피하는 어린이인 것 같다. 견디기 힘든 감정을 맞닥뜨리고는 도 망가버린다.

좋아하는 단어가 있나? Vulnerable! 고민과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어디로도 기울기 힘든 사람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 같아서 좋아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울어본 기억이 있나? 프랭크 오션의 가사에는 큰 울림이 있다. <Channel ORANGE>는 들을 때마다 베스트가 바뀌는 명반이다. 사랑에 대한 표현법이 정말 탁월하다.

음악 이외에 다른 장르에서 받는 영감이 있나? The uncertainsclub’이라는 노래를 만들 때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사람이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글이 뮤즈가 될 때가 정말 많다. 그래서 뮤직비디오에 고마운 사람들 전부의 이름을 적었는데 잘 보면 신형철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인생 영화가 있나? <컨택트>! 인간과 다른 언어 체계를 가진 무엇과 소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공상과학 장르를 너무 사랑한 다. 다음 앨범의 방향성도 여기 위에 있다.

당신의 노래처럼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이 온다면? 가족과 통화한 뒤에 사랑하는 이의 심장 박동을 들으면서 가만히 누워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진짜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거다. 이를테면 스페이스 캡틴(Space Captain)의 ‘Landing / Up in the Hills’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