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VMH 수상자 'ROKH'의 디자이너 황경록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불완전하고, 완전한

2019-04-07T16:45:10+09:002019.04.09|FASHION, 뉴스|

2018 LVMH 수상 이후 8개월 만에 파리에서 성공적인 데뷔 쇼를 마친 ‘ROKH’의 디자이너 황경록을 만났다.

2018 LVMH 수상 이후, 파리에서 첫 쇼를 마쳤다. 기분이 어떤가? 모든 팀이 다 같이 열심히 해줘서 정말 감동적이었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리뷰도 좋았고, 사람들이 크게 호응해줘서 감사하고 즐겁다.

LVMH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많은 것들이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좀 더 브랜드를 알아봐주고, 우리 작업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봐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초대장으로 손전등을 보냈다. 이번 시즌은 어떤 테마로 풀어갔나? 이번 시즌 콘셉트는 ‘Teenage Nightmare’다. 이번 쇼를 준비하면서 내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쇼에 담아서 관객과 나누고 싶었다. 쇼장은 굉장히 어두웠고 처음 등장하는 모델이 손전등을 들고 나왔다. 나는 어린 시절 숲으로 둘러싸인 오스틴의 황무지에서 자랐는데, 그곳은 밤이면 정말 어둡고 조용했다. 밤이 되면 손전등을 들고 나가야 했던 경험을 재현했다. 관객들이 우리 컬렉션을 그저 쇼로 보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듯 체험하길 원했다. 컬렉션의 색, 프린트, 액세서리 등이 모두 테마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쇼에 등장한 더플코트 같은 것들이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건가? 그렇다. 이번 시즌의 테마가 유년 시절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미국 고등학생의 유스 컬처를 많이 차용했다. 옷은 하나같이 다 절개되어 있는데, 걸을 때마다 아름답게 부서지며, 안에 입은 옷이 살짝살짝 보이게 만들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옷엔 언제나 유스 컬처가 배어 있고,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디테일과 파격적인 스토리가 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핏과 만듦새를 중시하는 그런 옷이다. 클래식하더라도 찢어지거나 열리는 것이 하나하나 모두 다르고, 걸을 때마다 옷이 변형되고 뒤틀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시그너처다. 모든 옷이 하나하나 잘 망가져 있다고 할까? (웃음)

당신은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면모와 젊은 감각을 적절히 투영한다. 모든 컬렉션에서 강약의 조절이 확실하다고 느껴진 다. 옷을 만듦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여자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 는 것, 클래식과 젊은 감각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 것이 포인트 라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다. 젊고, 불완전한데 완전한 옷을 만들고 싶다. 옷은 완성도 있지만, 디테일은 하나하나 위트가 있는 그런 옷 말이다. 취향의 레벨이 높으면서도 젊은 감각을 같이 섞는 게 우리 브랜드의 DNA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옷을 만들고 싶었나?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미국으로 옮겼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영국으로 와서 석사를 마쳤다. 처음에 영국에 간 이유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우연히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교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흥미가 생겨 들어갔다.

2017 F/W부터 보아왔는데 재단 기술이 특히 훌륭하다. 당신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남성복을 전공하고, 여성복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남성복이었는데, MA 루이즈 윌슨 교수님이 나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여성복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셔서 시작하게 되었다. 해보니 재미있고 남성복보다 더 흥미로운 구석이 많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셀린, 끌로에, 루이 비통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모두 공부한 당신이 선택한 곳은 여성복 하우스다. 각각의 경험은 당신에게 어떤 자산으로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프로페셔널리즘, 옷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특히 셀린에서는 옷을 편하게 잘 입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이번 시즌 꼭 설명해주고 싶은 재미난 것이 있다면? 태양에 오랫동안 두면 변색되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선블리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프린트를 만들고, 넉 달 동안 태양에서 말리고, 비를 맞히고, 또다시 말린 다음에 다시 작업해서 총 여섯 달 정도 손작업을 통해 천을 얻었다. 우리 옷의 모든 프린트는 모두 직접 그려서 만든다.

당신의 SNS에 올라온 감각적인 룩북도 인상적이다. 당신과 함께 하는 친구들 이야기도 듣고 싶다. <셀프서비스> 매거진의 패션 디렉터 엘로디 데이비드, 캐스팅 디렉터 줄리아 레인지, 음악감독 미셸 고베르, 메이크업 아티스트 토마스 드 클루이버는 모두 친구이자 나의 조력자들이다. 사진은 초반에는 로비 스펜서가 찍었는데 중반부터는 내가 찍은 것들이다.

시간이 이렇게나 훌쩍 지났다. 벌써 2019 LVMH 프라이즈의 파이널 리스트가 공개됐다. 눈여겨보는 브랜드가 있는지? 다들 훌륭한 분들이라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이번 주제가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경합을 벌인다고 들었다.

본인이 2018년 수상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운!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