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쯤, 과연 뷰티 월드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발칙한 상상, 뷰토피아

2019-04-05T18:26:31+09:002019.04.08|BEAUTY, 뉴스|

2040년쯤, 과연 뷰티 월드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불과 10년 후도 점치기 어려울 만큼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대. 2040년쯤, 과연 뷰티 월드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뷰티 업계 전문가부터 소설가까지, 다양한 이들이 추측해보는 미래의 뷰티, 예상과 상상 그 사이.

미래에도 여전히 두 손이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계속 변할 테지만, 아름다움이라는 가치 자체에 대한 선망이나 추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그 자체로 완전하고 충족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보석의 나라>(이치카와 하루코)라는 만화가 있다. 배경은 인간이 멸망한 미래이고 인간의 형상과 유사한 아름다운 보석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다이아몬드부터 진사, 포스포필라이트 등등, 보석들은 각각 단단함이나 빛깔의 차이가 있지만 아름다움에는 차이가 없다. 이 만화에서 ‘성별 없는, 결함 없는, 죽음 없는’은 아름다움의 속성이자 보석의 속성이다. 만화 속에서 보석은 인간이 가장 갈망하는 것인 ‘자유’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주인공이 생각해낸,인간이 가장 갈망한 것은 ‘아름다움’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아름다움은 상당 부분 ‘손’에 빚을 지고 있다. 부서지거나 금이 간 보석들은 반드시 의사의 손으로 직접 파편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 영생을 유지한다. 또한 원석의 보석을 인간을 본뜬 아름다운 형상으로 깎아내는 과정 역시 손으로 이루어진다.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역시 손이 중요한 것 아닐까. 사람이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것과 사람이 손으로 사람의 아름다움을 다져낸 역사는 유사하다. 한 사람의 아름다움은 그이의 특출함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보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위 뷰티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많은 기술이 아름다움을 향상시키는 데 쓰일 것이고, 각자 가진 자본과 가치관에 따라 그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 만들어지더라도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줄 특별한 사람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안마의자보다 내 몸을 잘 아는 안마하는 두 손을 더 원하게 될 것 같다. 비유가 아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도구는 인간이다. 우리는 미래에도 여전히 손을, 인간을 찾게 되지 않을까. 글 | 김복희(시인) 

취향의 제국

얼마 전 SNS에서 흥미롭다 못해 경이로운 영상을 봤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연신 알약을 삼키며 뷰티 제품을 바를 때까지는 평범한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과 같다. 그런데 갑자기 턱선 주변에 테이핑을 하고 코에 뭔가를 부착하고 렌즈를 끼고 난 뒤에 그녀의 얼굴은 이전과는 거의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달라져 있다. 영상의 조작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미 턱선이나 콧대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고 하니 변신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가정용 IPL 제모 기구, LED 마스크, 미세 침이 달린 노화 방지 화장품 등 과거에는 의료 영역에 한정되어 있던 것들이 내 화장대 위에 올라와 있는 실정이니 이제는 코즈메틱 산업이 단순히 외모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상을 재창조하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인스타그램 피드 속 잘 조각되고 재창조된 인물을 보면 뷰티 업계의 미래는 결국 신체적 변형의 극단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이종산의 SF 연애 소설 <커스터머>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서 몸을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세계가 등장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화가에 위치한 커스터마이징 가게에 들러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자유자재로 신체를 변형한다. 작게는 눈, 코, 입의 형태, 동공이나 피부의 색깔을 바꾸는 것부터 등에 날개를 달거나 지느러미를 다는 등의 극단적인 변형까지 가능하다. 마치 현실의 우리가 기분전환을 위해 헤어 숍이나 네일 숍에 들러 관리받는 것처럼 간단하게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숙원 사업이었던 지느러미를 달기 위해 돈을 모으며, 결국에는 거의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데에 성공한다. 어쩌면 우리가 겪게 될 뷰티 산업의 미래가 이러한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100년 전의 사람들이 지금의 쌍꺼풀 수술이나 코 수술, 양악 수술이 이토록 간편하고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까? 향후 뷰티 산업은 더욱 값싸고 간편하게 신체 전반을 재창조하고 선천적으로 주어진 외모와 성별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다. 종국에는 자신의 취향을 통해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내면과 외면이 정확히 일치하는 형태의 인간 군상이 존재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사회에서 미적 기준이란 결국 모든 사회적 기준을 배제한 채 취향과 취향이 만나는 장이 될 것이다. 글 | 박상영(소설가) 

나노봇 마스크

14세기 사람들이 흑사병 마스크를 썼던 것처럼 21세기 사람들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썼다. 21세기 전반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동북아시아에서 가끔 1회용 마스크를 쓰는 정도였지만, 인구가 100억을 넘어서고 과잉 생산 사회의 환경 재앙을 겪어야 했던 후반기에는 전 세계인이 전면 마스크를 써야 했다. 처음에 마스크는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스노클링 마스크와 비슷한 형태였지만 나노봇 상용화 이후에는 얼굴 전체에 얹은 부드러운 막에 가까워졌다. 목걸이 형태의 배터리로 에너지를 공급했고, 종종 막이 일렁일 때 간지럽지만 숨 쉬기에는 훨씬 편했다. 실내에서도, 잘 때도 써야 했으므로 제2의 얼굴이 되었는데, 반투명 나노봇이 눈코입을 흐릿하게 만들게 두기보다는 아예 장식적으로 조형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곧 떠올리게 되었다. 초반엔 원래 얼굴을 바탕으로 이곳저곳을 변형하는 수준이었지만, 곧 고전 영화 속 배우들의 지적재산권이 풀린 얼굴을 장난스럽게 썼고, 더 나아가 존재한 적 없던 아름답고 기괴한 갖가지 형태를 실험했다. 3년에 한 번 나노봇 전체 교체 시기를 맞을 때만 타고난 얼굴을 보았고, 사람들은 마스크 없는 그 잠시를 더 낯설어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질이 한층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미추나 성별, 나이, 인종과 국적이 얼굴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상징에 가까워진 얼굴은 한 사람의 정체성과 상상력, 세계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의 마스크가 급격히 다른 이미지로 변한다는 것은 신상의 큰 변화와 겹칠 때가 많았고, 너무 매일 다른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아무래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 누군가는 기원전의 조각에서 이미지를 따왔고, 멸종하고 없는 동식물의 일부를 모사하기도 했으며, 꿈속에서, 소설에서, 천체 사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미지 그 자체가 가장 많이 팔리는 뷰티 프로덕트였고, 진부한 도용을 하는 사람은 비웃음과 처벌을 받았다. 때로 아주 유사한 이미지의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길에서 멈춰 서서 서로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곤 했다. 글 | 정세랑(소설가) 

실버 뷰티부터 유전자 디자인까지

먼저 가까운 미래에 폭발적으로 팽창할 시장은 실버 뷰티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가운데 한국 인구 51826059명 중 50대가 8615884명으로 가장 많았고, 408488587명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국민 평균 연령이 42세를 돌파했다(행정안 전부, 2018). 한편 예비 노인과 65~75세의 ‘액티브 시니어’가 포기하지 않는 건 건강 못지않은 아름다움이다. 화장품은 콘셉트가 두루뭉술한 고가 스킨케어 브랜드에서 벗어나 모든 경제 계층이 쓸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 유행을 제안하는 색조 제품, 노인의 피부 문제에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제품이 중심에 자리 잡을 것이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 드럭스토어에는 근래 몇 년 새 시세이도의 프리오르(Prior), 가네보의 코프레 도르 그랑(Coffret Dor Gran), 소피나의 프리즈마비스타 디아(Prismavista Dea)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인의 특성에 맞춘 저가 화장품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했다. 또 노인 전용 향 제품군과 헤어 제품군, 피부과와 노화 방지 클리닉, 에스테틱과 헤어살롱, 운동 클래스 등도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

나이 장벽과 동시에 무너질 것은 성별의 장벽이다.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여자에겐 안 꾸밀 자유, 남자에겐 꾸밀 자유가 주어질 것이다. 그동안 일부 브랜드에서 남성용 색조 화장품을 내놓았지만 남성 메이크업 유튜버들은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쓴다. 유럽 드럭스토어 브랜드들은 피부 타입별로 구분이 잘돼 있을 뿐 소비자의 성별을 지정하지 않는다. 어느 성이 써도 거북하지 않은 기능과, 디자인, 메이크업 기능을 갖춘 젠더리스 제품이 아시아 시장이 성숙할수록 떠오를 것이다.

의학과 기술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를 예상한다. 2013년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유전자를 발견하고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음으로써 세계인이 유전자를 통해 병을 미리 알아내고 예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의학계는 특정 유전자를 자르고 바꾸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암, 혈우병, 노인의 실명 등의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난치병을 해결하고 나면 뷰티 산업에도 그 혜택이 미칠 거라 예상한다. 탈모나 다모, 햇빛이나 특정 화학 물질에 대한 피부 민감성, 액취증 등만 해결해도 인류의 큰 고민거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콘텐츠와 경제성 문제가 됐을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 문제만 해결되면 인공지능과 결합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인종, 피부 타입, 퍼스널 컬러, 피부 상태 진단과 제안 등 전문 뷰티 컨설턴트의 역할을 맡게 될 것.

그동안 친환경이 최대 이슈였다면 타인과 생태계까지 돌아보는 소비자가 늘 것이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천연 · 유기농 화장품 인증제가 시작되는데, 반려동물 천만 시대가 되면서 다음 단계인 비건 화장품(비동물성 원료, 동물 시험을 안 한 화장품) 시장이 급부상 중이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폐기까지 환경에 끼치는 부담을 최소화한 그린 케미스트리 (Green Chemistry) 제품, 원료부터 공정무역(Fair Trade)으로 생산한 제품, 생물종의 다양성(BioDiversity) 보존에 신경 쓴 제품과 소비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착한 소비’가 대세가 될 것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들은 조금씩 다른 개념이라 그사이의 갈등도 해결 과제다. 예로 화장품뿐 아니라 퍼스널 케어 제품에 방대하게 쓰이는 팜 오일은 생분 해성이 좋은 식물성 원료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삼림을 파괴해 오랑우탄 등 동물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앞으로 대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 | 이선배(뷰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