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 일어나는 의미 있는 변화를 자축한 할리우드 톱 배우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Hollywood Tales Vol.1

2019-04-04T00:59:07+09:002019.04.04|FASHION, FEATURE, 피플, 화보|

2018년 할리우드의 변화

2018년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섹시한 여자친구나 충실한 조력자라는 클리셰를 넘어섰다. 그저 낙천적 주장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넘어 무게 있는 여성 중심의 영화가 쏟아졌고, 그 작품들은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오르며 다시 한번 회자됐다. 세 여성이 극을 끌어가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필두로 <바이스>의 부통령 못지않은 권력 브로커, 격랑의 시대를 지나던 멕시코에서 분열된 가족의 중심에 서 있는 <로마>의 가정부, <디스트로이어>의 복수심에 불타는 베테랑 경찰 등, 총명하고 야심만만한 여러 캐릭터가 영화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 그뿐만 아니라 인종적 다양성과 관객의 사각지대에 있던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도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196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인종을 넘어선 우정을 다룬 <그린 북>, 기독교와 동성애 사이에서 동성애 치료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진 <보이 이레이즈드> 등이 대표 적이다. <더블유>와 포토그래퍼 팀 워커는 스타와 상상력이 함께하는 축제를 꾸렸다. 이에 여기 소개할 많은 배우들이 합류했고, 그들은 영화계에 일어나는 의미 있는 변화를 자축했다. 대형 스튜디오에 100여 명의 스태프가 모여 몇 달에 걸쳐 벌인 축제다. 이제 더는 변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Amy Adams 에이미 애덤스 <바이스(Vice)> 

검정 가운은 Valentino, 볼드한 골드 링 귀고리는 Valentino Garavani, 흰색 리본 장식 부츠는 Marc Jacobs 제품.

미국 부통령이 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바이스>는 대기업 CEO에서 미국 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인 딕 체니에 관한 영화다. 크리스천 베일이 살을 찌우고 몸집을 불려 딕 체니 역을, 그리고 에이미 애덤스가 그의 아내 린 체니 역을 맡았다. 에이미는 극 중에서 20대 시절부터 70대까지 모습을 소화하는 도전을 감행하며, 남편 뒤의 숨은 권력 브로커를 연기했다.

린 체니의 보수 정치 성향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단지 그녀의 관점을 흡수했을 뿐, 내가 그것에 동의하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린 체니가 그랬듯이 나도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애덤 매케이 감독과 오랫동안 정치나 정책 얘기를 나눴다. 그의 이름을 얼마나 많이 불렀는지 모른다. 가끔씩 촬영장에서 그가 반바지 차림인 것에 잔소리를 해대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를 비난하진 않았다. 린 체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욕을 내뱉지 않을 사람이니까.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보통의 경우보다 더 어려웠나, 덜 어려웠나? 예전 작품에서도 실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다. 현존하는 사람을 연기하는 건 큰 책임이다. 다만 린 체니와 나는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을 연기하면서 그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는 것 말이다.

 

Nichole Kidman 니콜 키드먼 <보이 이레이즈드(Boy Erased)>, <디스트로이어(Destroyer)> 

흰색 코트, 티셔츠, 스커트, 타이츠 그리고 부츠는 모두 Comme des Garcons 제품. 헤드피스는 헤어스타일리스 Malcolm Edwards, 라텍스 코스튬은 아티스트 Sasha Frolova의 작품.

<디스트로이어>에서 니콜 키드먼은 숱한 풍파를 겪고, 절망적이며 분노에 차 있는 베테랑 경찰로 분했다. 니콜의 아이들이 영화 촬영장에 왔다가 엄마의 모습을 보고 놀랐을 정도로. 사실 맨 처음 캐스팅 1순위는 니콜 키드먼이 아니었지만, 먼저 의뢰를 받은 다른 배우들이 다행히도 역할을 고사했다. 시나리오를 읽은 니콜 키드먼은 손을 번쩍 들어 말했다고 한다. “저는 어때요?”

<디스트로이어>라는 작품은 어떻게 당신에게 왔나?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다른 배우에게 먼저 갔다. 캐린 쿠사마 감독과 몇 년 전에 만나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이 영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감독이 이 작품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나리오를 읽어본 후, 내가 먼저 나는 어떠냐고 말했다. 작품에서 내가 캐스팅 1순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어떤 역할에 적합한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는 없다.

영화에서 놀라울 정도로 외모부터 변신했다. 허름한 옷차림 같은 그런 변신은 어땠나? 거의 모든 장면에서 가죽 재킷을 걸치고 나온다. 맘에 드는 재킷을 찾아내느라 꽤 고생했다. 아침에 가장 먼저 입는 게 가죽 재킷이었고, 나중엔 이 재킷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집에서도 입곤 했다. 사실 아이들이 촬영장에 놀러 왔다가 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열네 살 때부터 배우로 활동했고, 이건 내 선택이자 천직이다. 가끔 떠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 일은 항상 나를 다시 끌어당긴다.

캐릭터를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 기간 동안에는 그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 아주 긴 시간 동안 말이다. 나는 <디스트로이어>에서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출연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무게를 다 짊어지고 가는 식의 연기는 오랫동안 해보지 않았다. 감독은 카메라가 내게 머물도록 두는 스타일이었고, 난 내면의 모든 걸 끌어내 그 시간을 채워야 했다. 시나리오는 루스하게 쓰였지만, 연기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인물의 모든 과거사와 상처를 담고 있어야 했다. 그게 손에 잡힐 만큼, 확실히 보여야 할 정도로.

 

Rami Malek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흰색 팬츠는 Officine Generale, 흰색 장갑은 Atsuko Kudo Couture Latex Design 제품.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 연기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은 데뷔할 때 오디션조차 못 볼 뻔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그에게 한 캐스팅 디렉터가 전화를 걸어서는 라미 말렉의 에이전트를 바꿔달라고 했다. 그가 “오! 전데요”라고 하자 캐스팅 디렉터는 웃음을 터트리며 에이전트가 생기면 연락해달라고 전화를 끊을 모양이었다. 그러나 라미 말렉은 밀어붙였다. “이미 웃고 계시잖아요. 제게 기회를 주세요.” 그렇게 그는 드라마 <길모어 걸스>의 세 줄짜리 대사를 읊을 수 있었고, 마침내 역할을 따냈다.

영화에서 말고 퀸의 노래를 공적으로 부른 적이 있나? 일본에서 영화 속 멤버들과 가라오케에 가 동물 모양 옷을 입고, 오리지널 뮤직비디오 대형으로 서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른 적이 있다. 촬영을 하긴 했는데… 누군가 술에 취하면 그 영상을 공중으로 던져버릴 거라고 확신한다. 6개월간의 영화 촬영을 거친 후 난 가라오케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됐다. 참, 일본 사람들은 가라오케를 좋아한다.

프레디 머큐리가 그 시절에 그랬듯이 자신감에 차 있으면서 과시적인 상태로 자신을 밀어넣는 연기를 한 경험이 당신을 바뀌게 했나? 그렇다, 난 자유로워졌다. 난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프레디 머큐리는 도전적이고, 정말 진실한 사람이다. 자신감에 찬 완벽하고 아름다운 자아인 그는 관객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에게도 이럴 자유가 있어. 그래서 난 이걸 즐기고, 이걸 할 거야. ”

 

Ethan Hawke 에단 호크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꽃무늬 셔츠는 Dior Men 제품.

유수의 매체와 평단에서 올해의 영화로 꼽는 <퍼스트 리폼드>는 기도로 다 담지 못한 일상을 일기에 남기기로 한 목사의 이야기다. 어느 날, 한 여자 신도가 찾아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자기 남편을 만나달라고 청하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이 영화를 만나기 직전까지 인생이 끝났다고 느낄 만큼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던 에단 호크는 이제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에단 호크라는 이름이 아주 쿨한 거 알고 있나? 태어난 날부터 이 이름으로 살았다. 어머니가 허먼 호크의 소설 <영블러드 호크>의 광팬이었다. 그러다 짐 호크라는 남자를 만났고, ‘오, 이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호크’라는 성을 붙일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하셨다. 그게 어머니가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 이유였던 것 같다.

<퍼스트 리폼드>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출연을 수락했나? <택시 드라이버>를 쓴 폴 슈레이더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내가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동시 상영으로 본 영화가 <택시 드라이버>와 <분노의 주먹>이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묘한 기분에 빠져 있어서 왠지 내 인생이 다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폴이 <퍼스트 리폼드>의 시나리오를 보내줬을 때, 그가 영화의 힘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당신에게서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모습은 <청춘 스케치>나 <비포 선라이즈> 속의 청춘 이미지다. 첫 키스의 기억이 있나? 뉴저지주에 있는 해밀턴 롤러 링크장에서 첫 키스를 했다. 그녀의 이름은 신디. 검정 티셔츠를 입고, 천천히 스케이트를 타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함께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그녀가 내게 말했다. “잭 다니엘 좋아해?” “그래, 그가 죽었다니 안됐어. ” “뭐? 죽었어?” 난 잭 다니엘을 순간 지미 헨드릭스로 착각한 거다. “그럼, 프렌치 키스는 해본 적 있어? ” 그녀의 물음에 난 “아, 그럼!”이라고 답했다, 거짓말이었지만. 우리는 콜라 자판기 뒤로 가서 키스를 했다. 어땠나? 글쎄. 스토리는 아직도 기억하는데, 그 느낌을 말하기엔 너무 오래전 일이다.

 

Timothée Chalamet 티모시 샬라메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

화이트 셔츠는 Charvet 제품.

아버지와 그의 약물중독자 아들에 관한 영화인 <뷰티풀 보이>의 제작진은 거의 10년에 걸쳐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다. 티모시 샬라메의 말에 따르면 그 또래의 웬만한 배우들이 모두 이 영화에 도전해봤다. 그는 자신이 운이 좋지만, 대신 <스파이더맨> 같은 할리우드 대형 영화 속 역할은 얻지 못했다고 말한다. 뭐 어떤가? 이 젊은 배우는 <뷰티풀 보이>를 준비하며 약물중독에 관한 많은 책과 연구 결과를 읽었다. 감독과 첫 미팅을 할 때도 그 책들을 가져갔는데, 감독의 눈에서 ‘이 아이가 미쳤군’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티모시는 약물중독이라는 주제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고, 약물중독을 미화하지 않는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생각한다. ‘우리가 해냈다’고.

<뷰티풀 보이>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 닉 셰프를 만나봤나? 촬영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만났다. 내가 가진 약물중독자에 대한 어떤 모습과도 들어맞지 않았다. 덕분에 영화는 그야말로 배움의 연속이었다. 닉은 살아 있고, 잘 지내고 있으며, 영화에 표현된 리얼리티는 과거의 어떤 시절일 뿐이다. 이 영화는 진짜 이겨내기 어려운 시절에 관한 작품이다.

재활 시설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나? 그렇다. 입원 환자, 외래 환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 작품이 마약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중독 영화나 갱생 영화라고 느낀다. 재활 센터와 재활 모임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 때문이다. 온라인에는 마약 사용에 관한 불편한 영상도 많고, 보통 사람들은 그런 모임들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는 듯하다. 현실 속 그들은…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그들은 목숨을 구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거다. 내가 그런 놀라운 상황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점은 행운이다.

살이 많이 빠졌는데, 어머니가 걱정하진 않았나? 많이 걱정하셨다. 8.2kg가량을 감량했다. 이 작품 전에 나는 민망하게도 ‘복숭아 섹스 신’이 등장하는 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말이다. 그 이후 “이제 또 다른 영화에 출연하게 됐어요! ”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셨다. 그리고 내 다음 작품이 어떤 영화인지 설명해드려야 했지….

 

Eddie Redmayne 에디 레드메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Fantastic Beasts : The Crimes of Grindelwald)>

노란색 재킷과 팬츠는 Dior Men, 흰색 장갑은 Urstadt Swan, 흰색 부츠는 Givenchy 제품.

에디 레드메인은 변신에 능한 배우다. 초기작인 <세비지 그레이스>에서는 부서질 듯 불안한 정서를 가진 유약한 청춘으로 나오더니 <사랑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스티븐 호킹 박사로 열연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대니쉬 걸>을 통해서는 여장 남자와 트랜스젠더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판타지물의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속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활약한 이 마법사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당신이 제일 처음 구입한 음반은 뭐였나? 본 조비. ‘Livin’ on a Prayer’는 진짜 좋은 노래다. 주로 감성적인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리오나 루이스도 정말 좋아해서 유튜브로 <X 팩터> 영상을 살펴보곤 한다. 그녀는 매주 내게 다가오면서 노래를 부르지.

당신만의 비법이나 스킬이 있다면? 일찍 서두르는 걸 믿을 수 없게 잘한다. 나는 항상 공항에 4시간 일찍 도착해서 모두를 미치게 한다. 아내와 결혼하기 전 처음 휴가를 같이 보낼 때 에피소드가 있다. 그녀는 나와 정반대로 매사 엄청나게 느린 사람이다. 우리는 이탈리아로 향하는 이지 젯 비행기 안에서 만나기로 했고, 나는 아일랜드 수도사와 수녀들 세 명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거기서 내가 그랬다, “신사 숙녀 여러분, 승객 한 명이 늦는 관계로 이 비행기는 이륙할 수 없습니다.” 바로 그때 아내가 들어왔다. 만약 우리가 공항에서 만난 사이라면 연애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났겠지. 하지만 그때 내 주변에 차분한 수도사와 수녀들이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예전 작품인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통해 스티븐 호킹에게서 뭘 배웠나? 스티븐 호킹은 우리에게 ‘위를 올려다보라’고 한 사람이다. 하늘과 별을 보고, 천체에 대해 생각하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면서 살지 않나? 배타적으로, 우리 자신을 묶어두면서 말이다.

 

Steven Yeun 스티븐 연 <버닝(Burning)>

흰색 재킷과 팬츠, 줄무늬 셔츠, 모자, 그리고 신발은 모두 Gucci, 타이는 Charvet 제품.

스티븐 연은 죽음이 깃든 영화를 좋아한다. <워킹 데드>를 촬영할 때 한동안 자기 캐릭터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있었고, 처참하게 죽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에는 정말로 흥분했다. 그는 <버닝>에서의 죽음 역시 흥미롭게 여긴다. 그가 연기한 벤이 죽을 때 극 중에서는 유일하게 눈이 내렸고, 그 순간에 마법이 깃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죽음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지 않나요?” 그는 죽음으로써 경력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버닝>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 프로젝트는 실로 아름답게도 어쩌다 내게 왔다. 런던에 있을 때, 새벽 3시에 봉준호 감독이 전화를 했다. 이창동 감독이 나와 얘기하고 싶다는 거다. ‘왜?’ 싶었다. 마침내 이창동 감독과 얘기를 나눴을 때 그가 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읽었습니까? ” 나는 재빨리 책을 읽었다. 운 좋게도 이틀 뒤에는 한국으로 향하고 있었고, 3일 동안 이창동 감독과 함께 앉아 대화했다. 마지막엔 서로를 끌어안았다. 우리 두 사람 다 캐릭터를 이해했다는 기쁨 때문에.

이창동 감독은 작품 속 당신을 본 적이 있던가? <워킹 데드>는 보지 않았고, <옥자>는 봤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게 다였던 것 같다. 재미있는 건 그가 처음에는 ‘스티븐 연은 <버닝>의 벤을 소화할 수 없을 거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더니 직접 만나보고 나서는 ‘오, 벤을 연기할 수 있겠군’ 하고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당신이 맡은 다른 배역들이 너무 착해 보여서였을까? 어쩌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감독과의 미팅에서 나쁜 사람처럼 굴었나? 그냥 그 자리에 최대한 참여하고 충실했다. 이창동 감독은 내 영웅이다. 그래서 한자리에 앉아 같이 식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엄청난 일이었다. 나는 <버닝>을 해야만 했다. 시나리오 또한 훌륭했고. 그래서 그와 이야기하는 일이 쉬웠다.

영화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어를 편안하게 구사하는 듯한 특정 뉘앙스에 도달하는 게 어려웠다. 지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것도 어려웠고. 내게는 그만한 수준의 한국어 어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당신만의 비법이나 스킬이 있다면? 주차 공간을 진짜 잘 찾아낸다. 저기 어딘가에 주차 공간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면 거기 반드시 자리가 있다, 그것도 가장 가까이에!

 

Thomasin Harcourt McKenzie  토마신 매켄지 <흔적 없는 삶(Leave No Trace)>

흰색 드레스는 Moschino Couture, 흰색 타이츠는 Capezio, 보석 장식의 흰색 신발은 Sergio Rossi 제품.

피터 록의 소설이 원작인 <흔적 없는 삶>은 딸을 사회로부터 최대한 멀리 떼어놓는 게 안전한 생존과 양육에 최선이라고 믿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재향군인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런 부녀가 있다는 사실에 당연하게도 당국이 개입하고, 이제 세상 속에서 그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토마신 매켄지는 문명과 멀리 떨어진 야생의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소녀로 출연한다. 그녀는 작품을 위해, 야생의 삶을 고수하는 이른바 ‘생존주의자들의 캠프’를 경험하기도 했다.

영화에 캐스팅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나는 뉴질랜드에 살기 때문에 미국까지 갈 수가 없어서 테이프를 보내 오디션을 치렀다. 양동이, 칫솔, 침낭 등의 소품을 준비하고, 코코라는 이름을 가진 토끼를 빌렸다. 그리고 고 프로를 입에 물고서 뉴질랜드 덤불을 통과해 달리는 장면을 찍어 보냈다. 감독을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6개월이 지나 크리스마스에 내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존주의자들에게서 배운 바가 있나? 혼자만의 힘으로 생존하는 것을 배우고,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만으로 삶이 돌아가는 것을 배운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어떻게 불을 피우는지, 어떻게 물과 피난처를 찾는지, 생존에 필요한 이 모든 것을 아는 것. 그리고 자연 속 동물과 식물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저 조용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진짜 자각하게 되는 것 또한 뜻깊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