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W 파리 패션위크,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패션의 계절 – Paris

2019-03-27T14:13:16+00:002019.03.28|FASHION, 뉴스|

패션위크 다이어리 in Paris

어김없이 돌아온 패션위크.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했던 뉴 제네레이션의 탄생부터, 갑작스레 전해진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거장의 죽음까지. 더블유 에디터들이 직접 보고 느낀, 환희와 슬픔, 감격과 애도가 공존한 뉴욕, 런던, 밀란, 파리의 생생한 순간들.

스케일이 남달라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보통 쇼장의 베뉴나 세트, 무대 장치 같은 것을 이용한다. 이번 시즌 크고 작은 퍼포먼스가 시선을 끌었는데, 먼저 쇼의 베뉴였던 루브르 박물관 안에 퐁피두 센터를 옮겨버린 루이 비통은 이번 시즌 손에 꼽을 만한 스케일의 쇼를 선보였다. 반면 가장 작은 행동으로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디자이너는 바로 로에베의 조너선 앤더슨이었다. 그는 쇼장 곳곳에 수상하고 작은 포트레이트 펜던트를 걸어두었는데, 멀리서 보면, 그저 점 같은 그 펜던트는 바로 조너선이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흠뻑 빠져든 16~17세기 유럽 각지의 포트레이트 사진! 모든 사람들은 쇼가 끝나고 벽으로 달려가 펜던트의 존재를 확인했다.

뜨거운 안녕

높고 깊은 산에 있을 것 같은 산장으로 청중을 데려간 샤넬. 사회장도 마다한 칼 라거펠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열린 샤넬 쇼는 마냥 침통하거나 비탄에 잠겨 있지만은 않았다. 칼이 격려하며 함께 일한 샤넬 소녀들은 넓고 부드러운 트위트 코트를 입고 늘 그랬듯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워킹을 마쳤다. 몇몇 모델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 카라 델러빈을 필두로 한 피날레 행렬은 최선을 다해 현대 패션 역사에 헌신한 칼의 영원한 안식을 비는 것으로 끝맺었다.

쇼타임!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가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 시골 마을을 그대로 옮겨온 자크뮈스의 세트, 음악에 맞춰 LED 조명이 이퀼라이저처럼 춤을 춘 생로랑의 미러 박스, 여성의 몸을 알파벳으로 표현한 디올의 격자무늬 세트 등 이번 시즌 가장 인상적이었던 쇼 베뉴는 모두 천재적인 쇼 프로덕션 뷰로 베탁(Bureau Betak)의 작품.

떡잎대잔치

매년 특출난 패션계 신예를 발굴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는 LVMH 프라이즈의 2019 후보가 발표되는 자리. 작년 우승한 황록에 이어 올해도 한국인 디자이너 강혁이 포함되었으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염두에 두는 제르마니에(Germanier), 보드(Bode), 아웃도어 라이프를 녹여낸 핍스(Phipps) 등이 후보에 올라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트렌드가 더 심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스틸러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시선을 강탈한 세 명의 모델!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활동을 쉬던 중국 모델 리나장(Lina Zhang)은 프로엔자 스쿨러 세미 익스클루시브로 시작해 메종 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까지 4대 도시 런웨이에 꾸준히 등장해 훨씬 성숙해진 분위기로 이번 시즌 단연코 독보적인 오라를 발산했다. 또, 밴드 혁오의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김예영은 발렌시아가에, 오랜만에 파리 무대로 복귀한 모델 강소영이 셀린 런웨이에 등장해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

모자는 필수템!

이번 시즌 파리에서는 각양각색의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먼저 레이스가 달린 로맨틱한 버킷햇을 모든 룩에 매치한 디올, 크라운이 높고 깊은 니나리치와 발렌티노의 동화적인 모자가 그것. 반면 매일 쓰고 다닐 순 없겠지만 중국의 왕자 모자를 연상케 한 루이 비통의 니하오 모자와 조너선 앤더슨의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덤보의 귀와 샤크의 지느러미가 더해진 로에베의 모자까지. 이번 시즌 모자는 조금 과감한 게 포인트다.

노른자 드레스

오프화이트 쇼의 주인공은 지지 , 벨라 하디드도 아닌, 2미터짜리 테일이 달린 샛노란 드레스를 입은 칼리 클로스가 아니었을까? 길고 버거운 드레스를 컨트롤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녀는 쇼가 끝난 뒤에도 백스테이지에 남아 모든 사진가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며, 포즈를 취했다. 사실 그 노란 드레스의 디자인이 엄청나게 훌륭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까지 회자되는 건 노란 드레스 안에 칼리의 애티튜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시즌 파리에서 데뷔전을 치른 두 디자이너 니나리치와 랑방의 성적은 어땠을까? 먼저 로에베의 남성복 디자이너 출신 브루노 시아렐리를 기용한 랑방은 알버 엘바즈 시대보다 더 캐주얼하고 일상적인 접근과, 공예적인 터치를 더해 랑방의 새 비전을 보여줬고, 한편 앤트워프의 신예 듀오 디자이너 루셰미 보터와 리스 에르브루그를 과감하게 영입한 니나리치는 모던하고 매끈한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파워풀하지만 어딘지 미묘한 구석이 있는 로맨티시즘을 보여줬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조용하지만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밀어붙인 느낌! 두 브랜드 공평하게 모두, 별 네 개!

환상 특급

최근 SNS에서 가장 핫한 주얼리 브랜드 알란 크로세티(Alan Crocetti)의 프레젠테이션이 파리에서 열렸다. 기괴한 얼굴과 손 오브젝트 탓에 약간 당혹스럽긴 했지만, 첼리스트 패트릭 벨라가(Patrick Belaga)의 환상적인 연주 덕분에 알란 크로세티의 판타지 속에 더욱 빠졌다는 사실!

이 음악을 들어봐

패션쇼에서 옷과 시간, 그리고 분위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난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마음이 꿀렁 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있는데, 이번 시즌의 골든 벨은 바로 르메르 쇼장에서 터졌다. 저물녘 푸르스름해진 창밖을 배경으로 먹먹한 옷들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던 찰나, 귀를 때리는 반가운 음악이 있었으니, 바로 로버트 와이엇의 Ship Building’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