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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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결혼을 탈출구 삼지 않아도, 혹은 멋진 싱글라이프를 꿈꾸면서 실상은 고립되는 삶을 살지 않아도, 이상적인 가족의 탄생은 가능한 일이다.

‘우리 집’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물리적 집을 뜻하는 House, 가정으로서의 Home. 대한민국에서 성인이 된 후 샘솟는 독립 의지를 동력 삼아 살 집을 구해본 이들이라면, 내 통장 사정으로 아담하다기엔 비루한 원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좌절감을 겪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집을 전전하며 사는 데 지칠 즈음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하나? 보다 크고 좋은 주거 공간은 부모님의 집에서 각종 잔소리에 묵언수행으로 대응하며 버티거나, 결혼이라는 비상구이자 탈출구로 향해야만 누릴 수 있는 걸까?

미혼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고민 앞에 산뜻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 이들이 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위즈덤하우스)를 쓴 황선우, 김하나 두 사람이다. 황선우는 <더블유> 피처 에디터로서 창간호부터 딱 1년 전까지, 13년 동안 <더블유>의 문화적 스펙트럼을 견고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가까이서 지켜본 바, 그녀는 씩씩하고도 독립적이며 즐거운 취미 생활을 영위할 줄 아는 커리어우먼임이 확실하다. 김하나는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등 히트 광고의 카피를 쓴 카피라이터였다. 또 에세이 <힘 빼기의 기술>의 저자이자 예스 24의 팟캐스트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진행자이기도 하다.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둘은 같은 부산 출신에, 알고 보니 같은 대학교를 나왔고, 문화 생활에 지출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등의 극히 기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20년 가까운 혼자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형태의 삶을 모색하던 한 사람. 널찍한 거실에 베란다와 다용도실을 갖춘, 둘이 살면 딱 좋을 집을 봐둔 무렵이었던 또 한 사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제목이 곧 내용인 이 책의 한 장 한 장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술술 넘어간다. 같이 살겠다고 해놓고 보니 물건을 대하는 태도도(맥시멀리스트 VS. 미니멀리스트), 싸움의 기술도(소리 낼 바에 안 보고 마는 타입 VS. 불같이 터뜨리는 타입)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타인이라는 신대륙을 알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름과 틀림 사이에서 인간관계에 애를 먹는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을 꾸린 둘은 그저 셰어하우스에서와는 달리 한 쪽이 아플 때면 다른 쪽이 보살펴줄 수 있는 동반자이자, 명절이면 각자의 혈연을 찾아 떠나는 동거인 관계다. 네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주인이기도 하다. 다양한 삶의 형태 중 한 가지를,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말을 건네는 두 사람의 집. 책을 읽으며 오랫동안 유예시켜놓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상적인 가족과 집이란 뭘까?’ 이 사회가 정답처럼 제시하지 않는, 내 맞춤형 가족과 집 말이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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