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아도 괜찮아 (우석 X 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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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우석 X 관린

펜타곤 멤버 우석과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이 유닛으로 뭉쳤다. 두 남자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미니 앨범의 제목은 각자의 태어난 해를 조합한 <9801>이다. 잠은 포기해도 부모님이 늙어가는 건 꼭 곁에서 보고 싶다는 훤칠한 두 ‘어른이’를 만났다.

우석이 입은 오렌지색 터틀넥, 오버사이즈 재킷, 팬츠는 모두 오디너리 피플 제품. 라이관린이 입은 초록색 터틀넥, 베스트, 오버사이즈 재킷, 팬츠는 모두 오디너리 피플 제품.

관린, 입술이 부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둘이 싸운 건 아니겠지?

관린 어젯밤에 안무 연습을 하다가 동선이 꼬여서 마이크에 입술을 부딪혔다. 입술 안쪽이 터졌는데 아직 부기가 안 빠졌나 보다.

우석 아마 싸웠으면 내 입술이 터졌겠지(웃음).

관린 무슨 소리. 우석 형이 복싱을 배워서 보나 마나 내가 졌을 거다.

복싱이라니. 왠지 펀치도 셀 것 같다.

우석 취미로 두 달 정도 배웠다. 내내 줄넘기만 하다가 끝났다. 그래서 사실 복싱 말고 줄넘기를 잘한다(웃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기억하나?

관린 나는 우석 형이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까지 기억한다. 내가 글로벌 오디션에 합격해서 비행기를 타고 막 한국에 도착했을 때다.

우석 안무 연습하다가 잠깐 물을 마시려고 내려갔는데 한 직원분이 “너랑 똑같은 친구가 연습생으로 들어왔어”라며 소개했다. 진짜 분위기가 비슷했다. 키도 크고.

왠지 지금처럼 듀오로 연결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나?

관린 전혀. 처음 봤을 때부터 형이 좋았지만 그걸 표현하는 한국말도 모를 때였다. 그러니 같이 팀을 이룰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석X관린’ 말고도 후보에 오른 다른 유닛명이 있었을 것 같다.

관린 처음에는 ‘투빡’이었다(웃음).

우석 펜타곤 ‘청개구리’ 활동할 때 내가 헤어스타일을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짧게 민 적이 있다. 관린이가 유독 좋아하길래 “너도 한번 밀어야지. 둘 다 머리 밀고 ‘투빡’할까?” 했던 게 회사의 기획회의 때 거론되면서 이렇게 유닛으로까지 이어졌다.

관린 실제로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기획안 중에 ‘투빡.pptx’ 파일이 있을걸(웃음).

우석이 입은 빨강 줄무늬 셔츠는 포저, 검정 진은 아크네 스튜디오 제품. 라이관린이 입은 티셔츠,
오버사이즈 베이지색 재킷, 줄무늬 팬츠는 모두 포저 제품.

만약 소속사 내에서 실력으로 두 명을 뽑는 서바이벌을 했다면 그때도 두 사람이 만났을까?

관린 큐브 엔터테인먼트 내에 실력자가 많아서 우승까지는 못 했을 거다. 단, 둘의 케미는 확실하게 보여줬겠지. 회사 내에서 ‘쟤네 둘이 있는 그림은 괜찮네’ 정도 임팩트는 남겼을 거다.

둘 다 신인이고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닛을 시작했다는 우려도 있다.

관린 신인이긴 해도 벌써 4년 차다. 만약 우리의 인지도가 높았다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거다. 이렇게 0에서 시작해서 차차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 더 드라마틱하지 않을까?

<9801> 앨범 명이 독특하다.

우석 내가 98년생이고 관린이가 01년생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걸 그대로 담았다. 억지로 철든 척, 어른인 척, 성숙한 척, 스웨그도 부리지 않았다. 학생 때는 교복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처럼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이런 가사를 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쓴 가사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면?

우석 ‘별짓’이라는 타이틀곡에서 ‘우린 우석 관린, 9801’ 라임도 맞고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느낌이라 좋다.

관린 나는 ‘도미노’라는 곡에서 우석 형이 쓴 ‘어차피 쓰러진 거 뭐 어때’라는 가사. 도미노라는 게 원래 쓰러뜨리려고 세운 것처럼 우리 인생도 좌절하기 위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가사를 쓸 때 심적으로 힘들었나 보군.

우석 많이 지치기도 했고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는데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었다. 혼자 일기처럼 끄적거린 가사였는데 관린이가 꼭 이번 앨범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수록했다.

라이관린이 입은 스카이블루 줄무늬 셔츠, 팬츠는 디올 맨 제품. 우석이 입은 스카이블루 패턴 재킷, 화이트 팬츠는 디올 맨 제품.

이번 앨범의 주제가 ‘스타’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겪어보니 어떤가?

관린 우리 나이에는 홍대나 이태원에서 노는 게 흔한 일인데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길거리를 걷는 것도 조심스럽다.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포기하는 것도 많다.

우석 가족도 자주 못 본다. 부모님을 볼 때마다 안 보였던 주름이 생겨 있기도 하고.

관린 그들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행복일 텐데. 그런 소소한 것을 놓치고 있어서 아쉽다.

라이관린은 워너원을, 우석은 펜타곤으로 그룹 활동을 했다. 멤버수가 많으면 자신을 어필하는 게 어렵고 단체 생활의 장단점이 있을 텐데, 이렇게 단 두 명만 활동하니 어떤가?

관린 워너원은 11명이었다.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 스타일리스트, 매니저까지 대기실에 다 있다고 상상해보라. 복잡하고 정신이 없어서 가만히 사색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형과 무대를 모니터링하거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여유가 있어서 좋다.

우석 펜타곤은 내가 막내였기 때문에 형들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컸다. 10명이서 무대를 하면 나에게 주어지는 파트는 4마디 정도. 그 안에 모든 걸 쏟아야 하고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지금은 굳이 무대에서 오버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펜타곤은 일본 활동을, 라이관린은 중국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스케줄이 빽빽한데, 언제 이렇게 다섯 곡을 준비했나?

관린 잠, 휴식을 포기했다. 크리스마스, 주말, 설날에도 만나서 작업하고 안무 연습을 했다. 남들 쉴 때 일하니까 결과물이 나오더라. 그렇게 준비해놓고 며칠간 각자 스케줄을 소화하고 다시 만났다.

유닛 활동이 코앞인데 애가 타지는 않았나?

관린 지금도 미칠 것 같다. 당장 내일이 쇼케이스라 연습해야 하는데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다. 어쩔 수 없지. 이것도 활동의 연장선이니(웃음).

‘우석X관린’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관린 활동 기간이 짧다. 짧고 굵게 일주일간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실컷 할 생각이다.

우석 이번에 잘된다면 또 기회가 주어지겠지. 몇 년 뒤 앨범에서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 좋고.

‘스타가 되려고 이런 것도 해봤다’ 하는 게 있나? 말 그대로 ‘별의별 짓’.

관린 가수하려고 한국에 온 것만 해도 별짓이지 뭐.

우석 ‘청개구리’ 활동 때, 머리를 짧게 자르고 청개구리 색으로 염색한 것. 누가 그런 머리를 하겠나. 외출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햇빛에 머리가 형광색으로 빛났으니까(웃음).

우석이 이너로 입은 빨강 패턴 톱, 줄무늬 니트는 프라다 제품. 라이관린이 입은 네이비 패턴의 터틀넥, 검정 재킷은 프라다 제품.

둘 다 회사 말은 잘 듣는 편인가?

우석 느긋한 성격이라 “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오겠습니다.” 대답하며 스케줄을 소화한다. 말썽을 피운 적도 없고.

소심한 반항을 해본 적은?

관린 연습생 시절, 10시 이후에 숙소 밖을 나가면 안 되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도시락을 사러 나갔다가 걸린 적이 있다.

우석 아, 맞다. 나도 연습생 때 영화 보러 가려고 몰래 나왔다가 들킨 적이 있다. 영화도 못 보고 바로 숙소로 잡혀 들어왔다(웃음).

관린 내가 이겼네. 나는 혼나긴 했어도 도시락은 먹었는데(웃음).

린이 생각보다 한국말을 잘해서 인터뷰 내내 감탄하는 중이다. ‘이런 고급 어휘도 안다’ 하는 게 있나?

관린 보통은 ‘자취한다’, ‘나와 산다’ 이런 말을 하는데 내가 ‘분가했다’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놀란 적이 있다(웃음).

우석 놀라울 정도로 습득력이 빠르다. 이번 앨범에서도 관린이가 직접 가사를 썼는데 문맥, 라임, 펀치 라인이 수준급이라 자주 놀랐다.

각자가 생각하는 진짜 스타의 모습이란?

우석 잘되더라도 자기가 잘나서가 아닌 걸 아는 사람. 그래서 주변 사람을 더 챙기는 사람.

관린 어떤 상황에서도 예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어른의 모습이기도 하고.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무게감이 있다.

우석 연예인 대부분이 ‘어른이’일 거다. 나이는 먹어도 철부지인 거지. 철이 들면 이 일을 못 할 것 같다.

관린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은 아니다. 나이가 많아도 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아직 세상엔 너무 많으니까. 이번에 이런 가사를 썼다. “많이들 물어대, 내 나이를 먼저. 근데 무슨 상관이야.” 나이를 먼저 묻기보다는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묻는 게 먼저 아닐까? 난 그렇게 사람을 사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컨트리뷰팅 에디터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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