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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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 +세이신

+세이신 라인으로 코오롱스포츠에 디자인적 터치를 더하고 있는 시세의 디자이너 마쓰이 세이신(Matsui Seishin)과 그의 숨은 조력자 페인터 사사키 가나코(Sasaki Kanako)와  나눈 아웃도어, 그리고 한국의 미세먼지에 관한 이야기들.

사사키 가나코가 작업한 드로잉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사키 가나코(좌)와 마쓰이 세이신(우)다,

올해로 코오롱스포츠와 마쓰이 세이신(이하 세이신)의 협업 라인인 ‘코오롱스포츠 +세이신(이하 +세이신)’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 4번의 시즌을 돌아봤을 때 어떤 에너지를 더했다고 생각하는지.

세이신 그건 나 역시 코오롱스포츠에 가장 묻고 싶은 것이다(웃음). 브랜드에서 일관되게 내게 원한 부분이 젊은 층에 어필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런 면에선 꽤 만족스러운 2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평소 접근하지 못한 스포츠웨어의 다양한 첨단 소재를 새롭게 접할 수 있어 내게도 큰 공부가 되었다. 내 디자인을 테크니컬 소재와 결합하면 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겠다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많이 배웠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런 배움을 본인의 브랜드에도 활용하나?

세이신 +세이신에서 사용한 소재를 내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시세 컬렉션이 스포티해지는 것을 원하진 않기 때문에 둘을 구분하려 한다. 그런 식으로 서로 다른 콘셉트로 디자인하고 있지만, +세이신 라인과 시세 라인을 믹스해 입었을 때 이질감이 전혀 없다. 지금도 실제로 그렇게 입고 있다.

+세이신 라인의 초창기부터 사사키 가나코(이하 가나코)와 함께 작업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나온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가나코 +세이신 라인의 처음부터 텍스타일 아트, 패턴, 일러스트레이트 작업을 함께해왔다. 세이신이 콘셉트를 제시하면 나는 그거에 맞춰 작업하는 식이었다. 이번 시즌 역시 기본적인 것은 다르지 않다. 세이신과 코오롱스포츠가 이번 시즌 무드를 리얼하게 보여주길 원했고, 프레젠테이션에서 대형 아크릴판에 페인팅 작업을 했다. 그 덕에 내가 +세이신 라인 작업을 해왔다는 것이 크게 부각될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가 됐다.

둘의 인연은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가나코 패션 포토그래퍼인 남편의 스승과 세이신이 아는 사이였다. 그렇게 세이신과 남편이 먼저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나 역시 친해졌다. 알게 된 지는 10년 정도 됐고, 7~8년 전쯤에 시세의 작업을 하며 처음 함께 일했다.

사사키의 그림은 여성스러운 무드가 강해 아웃도어 브랜드와의 조합이 낯설기도 하다.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부분, 혹은 부딪친 부분은 없었는지.

가나코 세이신과의 작업은 명확하지만 난해하다. 이번 시즌 역시 굉장히 추상적인 식물을 콘셉트로 했다. ‘미세먼지를 먹는 정화 기능이 있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미래 식물’이라니. 꽃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형상화해야 하는 것은 꽤 어렵다. 물론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지만.

세이신 한마디 덧붙이자면, 내가 매 시즌 가나코상에게 일러스트를 부탁하는 이유는 친분 때문이 아니다. 콘셉트를 정해서 전달하지만,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혼자 생각해서 뭔가를 그려 오는데, 결과물을 봤을 때 항상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작업을 가져온다. 물론 가끔은 내 생각과 조금 다르게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번 시즌, 한국 최대 이슈인 미세먼지를 다뤘다. 컬렉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세이신 몇 년 전 한국에서 친구들과 한강고수부지로 피크닉을 갔는데, 친구가 자신의 아이는 미세먼지 때문에 못 간다고 하는 거다. 그때 처음으로 ‘미세먼지가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내겐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모두 마스크를 벗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생각들이 컬렉션으로 완성됐다.

룩에 미세먼지나 환경문제 관련한 디테일도 있을까?

세이신 미세먼지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 형상화해서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마스크를 벗고 액티브하게 움직이자’라는 콘셉트에 따라 소재를 가볍게 하는 등 다양한 디테일을 주려 노력했다.

미세먼지 때문은 아니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더 마스크를 애용하는 나라 아닌가?

세이신 맞다. 일본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아도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일본에서 사회 문제로 재조명되고 있다.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 중에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한국의 미세먼지를 체감하나?

가나코 호흡을 하면서 실제로 크게 느끼진 못했는데, 한국 와서 뿌연 하늘을 보니 정말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세이신 솔직히 그렇게 심각하게는 못 느끼고 있다. 내가 무뎌서일 수도 있다. 한국 친구 중에 비 오는 걸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제는 “비 오면 공기가 깨끗해져서 좋아”라고 한다.

원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세이신 일본에서는 특별히 환경 오염 문제를 인식할 이슈가 없었다. 체감해본 적도 없고. 코오롱스포츠랑 작업하면서 그런 쪽으로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환경을 생각해서 하는 작은 행동이라도 있는지.

가나코 아주 작은 실천인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어딘가에 그림을 그리려면 종이를 써야 하지 않나? 조금이라도 여백이 있으면 버리지 않고 거기에 그린다. 사소하지만, 종이를 굉장히 아껴 쓴다(웃음).

세이신 옷이 완성되기까지의 중간 과정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최대한 생략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죽 재킷을 만들 때 사용되는 환경에 안 좋은 독한 약품을 안 쓰고 무해한 것으로 대체해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선 어떤가?

가나코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정도? 세계적인 추세가 있으니까 은연중에 의식은 하고 있는데, 모범이 될 만한 행동이나 습관 같은 것은 없다.

세이신 솔직히 말하면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많은 관심이 생겼고 비로소 인식하게 됐다. 굉장히 진지하게 주제를 바라봤고, 앞으로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리얼 퍼를 쓰지 않는다든지 하는 인식은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평소 어떤 것들에서 영감 받나.

세이신 내년엔 무엇을 할까, 가 지금 최대의 고민이다. 생각해도 나오지 않을 땐 여행을 간다. 일부러 생각해내려 하면 더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부터 마음이 쓰이는 것이 떠오른다.

가나코 외부의 어떤 것에서 영감 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아두고 있다가 작업해야 하는 순간에 마음속으로 떠올린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 감정을 표현해낸다. 세이신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다.

각자 그려본 2019년은 어떤 모습인가?

세이신 최근 3년 정도는 내 브랜드 외에 여러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2020년은 시세의 10주년이다. 올해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자신을 정직하게 제대로 마주하는 해로 만들고 싶다.

가나코 세이신과 반대로 나 자신을 개방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코오롱스포츠 프레젠테이션도 그런 좋은 예다. 내가 지닌 패션에 대한 열정을 많은 곳에 보여주고 싶다.

패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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