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이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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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낙서폭탄’ 작가 해티 스튜어트 (Hattie Stewart)가  서울을 찾았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들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해티 스튜어트와의 해피 타임.

타고난 귀여움 사랑스러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런던에서 건너온 작가 해티 스튜어트와 그의 작품을 보고 든 생각이다. 엄청나게 화려하고 믿을 수 없게 유쾌한 그녀가 서울을 찾았다. 미키 마우스처럼 동그랗게 말아 올린 헤어스타일, 팔뚝 곳곳에 귀엽고 작은 문신이 촘촘하게 그려진 해티 스튜어트는 일명 ‘낙서폭탄(Doodlebomb)’ 프로젝트로 유명한 작가다. 게임기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깜찍한 캐릭터, 역동적이고 어지러운 패턴, 위트 넘치는 그림체가 특징이다. 한마디로 ‘Tongue in cheek(농담 같은 것)’!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가 처음으로 서울을 찾은 이유는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2019년 첫 대규모 기획 전시 때문이다.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가 214일부터 91일까지 열린다. 지금 주목해야 할 전 세계 작가 16인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 등 3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19세에 <뉴요커> 표지를 장식한 피에르 르탕(Pierre LeTan), 구찌와의 협업으로 주목받은 언스킬드 워커(Unskilled Worker), 로봇 일러스트레이션과 조각으로 기계적 판타지를 표현해온 하지메 소라야마(Hajime Sorayama)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차세대 아티스트로 떠오른 신모래, 엄유정, 김영준 등 국내 작가들도 대표 작품과 신작을 선보인다.

<더블유>는 이번 기획 전시와 맞물려 해티 스튜어트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사진가 신선혜와 함께 작업한 수십 장의 사진을 그녀에게 보냈다. 그리고 느낌이 오는 그대로 자유롭게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 환상’ 속에서 패션, 사진, 그림이 흥미로운 케미스트리를 일으켰다. 그 결과물은 <더블유> 3월호에 실린 ‘The Adventure’ 화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거울에 반사시켜서 설치한 작품, ‘I Dont Have Time for This’, 2018 ⓒHattie Stewart, Commissioned by NOW Gallery London

<더블유>와의 협업에 대한 소감을 먼저 듣고 싶다. Super Fun!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 매체와 작업해왔지만 오롯한 자유를 준 매체는 <더블유>가 처음이다. 화보 자체도 놀라웠다! 내가 그린 몇몇 컷에서 공상과학 영화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작업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 즉각적으로 느낀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했다.

당신의 그림에서 즉흥성은 중요한 요소인가? 그림을 처음 그릴 때 어떤 패턴이나 모양을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그려나간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끔은 그림을 완성한 후에 이건 처음 해보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요소들을 가져와서 다양하게 조합하고 나만의 색을 입힌다.

그동안 패션 잡지의 커버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했다. 캔버스가 아닌 사진, 잡지 커버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있나? 나의 작업은 사소한 낙서로부터 출발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의 나는 무슨 일을 하든 오로지 그림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는 너무 지루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 위에 그림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나의 페인팅을 통해서 이미지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그때부터 잡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계속할 수 있었다. 잡지 덕분에 내 커리어가 ‘훅’ 하고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웃음).

즐겨 보는 잡지가 있나? <Riposte>를 좋아한다. ‘A Smart Magazine for Women’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잡지인데 아트, 디자인, 음악, 정치, 여행, 음식 등 다루는 주제의 폭이 아주 넓다.

디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해티 스튜어트의 작품, ‘Cheeky Universe’, courtesy of D MUSEUM

디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해티 스튜어트의 작품, ‘Cheeky Universe’, courtesy of D MUSEUM

이번 디뮤지엄 전시에서는 대형 설치 작품도 선보인다. 당신이 설계한 방 안에는 구름, 무지개,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가득하다. 관객이 그곳에 들어가서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Let me make You Feel Special’!

그동안 애플 뮤직, 펩시, 맥, 마크 제이콥스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작업을 해왔다.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 펜디, 루이 비통, J.W.앤더슨, 프라다 같은 패션 브랜드와 일해보고 싶다.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인도 해보고 싶고. 그리고 나의 영원한 꿈은 언제나 한결같다. 비욘세!

그동안 톱 셀레브리티를 뮤즈로 많은 작업을 했다. 리한나, 아리아나 그란데, 카일리 미노그, 케이티 페리, 퍼렐 윌리엄스, 위켄드, 엘튼 존 등등.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지금 말한 이름 가운데 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웃음). 애플뮤직 페스티벌 프로젝트 때 케이티 페리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자신의 오피스를 내 아트워크 프린트로 장식하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를 후에 전해 들었다. 정말 쿨한 경험이다.

당신의 스튜디오가 런던에 있다고 들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 쇼디치에 있는 편집숍 ‘Goodhood’. 정말 과소비를 유발하는 곳이다(웃음). 신인 디자이너들의 옷과 책, 그리고 리빙 제품을 재미있게 큐레이션한 공간이다. 테이트 모던 안에 있는 서점도 자주 가는 편이다. 그리고 내 스튜디오가 있는 해크니 지역에 최근 ‘Public Gallery’가 오픈했는데 전시가 무척 좋더라.

팝아트, 사이키델릭 아트에서 큰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 그래픽 디자이너 마틴 샤프(Martin Sharp). 호주 출신 아티스트인데 사진에 일러스트를 그린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그림, 음악, 영화 다양한 일을 했던 사람인데, 에릭 클랩튼이 속한 밴드 크림(Cream)의 앨범 커버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는 작가다.

영감 받는 이미지를 아카이빙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나? 인스피레이션을 모아두는 텀블러가 하나 있다. 요즘에는 잘 사용하진 않지만 내가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보고 싶으면 놀러 와도 좋다(웃음). 주소를 알려주겠다. tenderlovingcry.tumblr.com

피처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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