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4대 도시에서 조망한 2019 S/S 트렌드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봄의 제전

2019-02-19T17:13:28+00:002019.02.20|FASHION, 트렌드|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4대 도시에서 조망한 2019 S/S 트렌드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기다리며, 헤아려보는 봄 시즌의 트렌드. 실용성과 하이패션의 유전자를 겸비한 사이클링 쇼츠, 막강한  발전을 이룬 쿠튀르 스포츠, 환상적인 리본 장식과 공예 기술로 관심을 뻗친 디자이너들까지. 더블유 에디터가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4대 도시에서 조망한 2019 S/S 트렌드가 여기 있다.

New York 2018.9.6~9.12

물들어

두 가지 이상의 색이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는 색의 향연, 어디로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특성만큼 타이다이는 그 매력의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하다. 예술적인 동시에 목가적이며 더없이 자유롭다. R13 컬렉션에는 무지갯빛 타이다이 티셔츠와 재킷에 디스트로이드 데님 쇼츠를 입은 카이아 거버가 마치 캘리포니안 걸처럼 현란한 젊음을 뽐냈고, 프라발 구룽은 블루, 옐로가 어우러진 타이다이 니트 후디에 쿠튀르적 깃털 장식의 데님을 매치해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했다. 날염된 데님 스커트와 매치한 프로엔자 스쿨러의 타이다이 셔츠, 버클 슬라이드와 틴트 선글라스와 함께 영하게 연출한 존 엘리어트의 실크 드레스까지, 타이다이의 매력은 프라다, MSGM, 디올 등 밀라노, 파리의 런웨이에서도 나타나며 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헬로 옐로

봄이 되면 자연스레 디자이너들의 팔레트가 풍성해진다. 뉴욕의 디자이너들은 옐로를 새로운 시즌의 키 컬러로 잡은 모양이다. F/W 시즌 유례없는 네온 컬러의 향연에 단련된 탓일까. 런웨이 위 노랑은 눈을 자극하기보다는 평온하게 어루만져준다. 이는 개나리처럼 정직한 샛노랑보다는 머스터드에 가까운 채도가 낮은 옐로 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 더불어 색이 가진 본연의 화려함을 과장되지 않게 정돈된 선과 실루엣으로 디자인한 차분한 룩도 그런 기조에 한몫한다. 브랜든 맥스웰은 간결한 선의 셔츠와 커다란 팬츠를 실루엣에 강약을 주며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캐롤리나 헤레라의 실크 롱 드레스,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시폰 드레스는 우아하기 그지없고, 에스카다의 오버사이즈 재킷과 휴고 보스의 플리츠 팬츠 룩 등 옐로는 돌아오는 시즌 다양한 스타일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컬러임이 분명하다.

뜨개 장인

토리 버치와 마이클 코어스. 뉴욕을 대표하는 두 디자이너는 여느 시즌과 마찬가지로 휴양지에서 멋지게 즐길 수 있는 옷을 대거 런웨이에 올렸다.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니팅이 휴양지 룩의 핵심이다. 토리 버치는 격조와 여유가 동시에 묻어나는 크로셰 디테일의 투피스로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마이클 코어스는 속이 비치는 성근 크로셰 팬츠에 프린지 디테일 빅 백, 스웨트셔츠로 자유로운 여행자의 룩을 소개했다. 캐롤리나 헤레라, 짐머만이 이 크로셰 디테일의 열풍에 동참했다면 3.1 필립 림과 로다테는 뜨개 장인에게 ‘고혹미’를 추가했다. 마치 어부의 그물처럼 보인다는 ‘피시넷’ 니팅이 그것인데, 성근 짜임의 피시넷 드레스는 보디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며 여성미를 가득 채웠다. 한편 레이스와 믹스 매치한 디온 리의 슬립 원피스는 이브닝 웨어로 입어도 손색없을 만큼 강렬했다. 에디터 | 사공효은 

 

Milan 2018.9.19~9.24

아티스트 컴퍼니

디자이너들의 꿈틀대는 예술적 감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프린트는 이번 시즌 더욱 공고해졌다. 가장 인상적인 건 마르니의 프란체스코 로소인데, 밀로의 비너스상을 오린 아트워크를 그대로 옷으로 표현했다는 것. 모스키노는 매직펜을 보낸 초대장에서 단서를 줬듯, 쓱쓱싹싹 낙서한 터치를 그대로 프린트로 활용했고, 프라다는 타이다이 기법, 추상화를 룩에 담아 활력을 더했다. 니트 위에 토르소를 수놓은 질샌더, 사인펜과 그래픽 패턴을 여러 개 겹쳐 활용한 에리카 카발리니, 얼굴을 형상화한 무늬를 니트에 펼친 미쏘니도 옷을 도화지처럼 해석한 그들의 생각을 설파한다.

거침없이 하이킥

지난여름, 켄들 제너와 벨라 하디드, 카다시안 자매 등 패션 아이콘에게 눈에 띄어 스트리트 신을 장악한 바이크 쇼츠. 사이클이나러닝에더어울릴법한이 스포티한 아이템이 커다란 테일러드 재킷과 가죽 코트, 하이힐과 만나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올봄에도 가뿐히 트렌드에 안착했다. 뉴욕의 알렉산더 왕과 나시르 자데부터 파리의 샤넬과 오프화이트 등으로 마무리되는 패션위크에서는 포멀한 재킷부터 드레시한 셔츠, 여성스러운 드레스까지 아이템의 경계를 허물며 다채롭게 해석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밀라노의 경우를 살펴보면 PVC 재킷과 모피 후디, 포켓 셔츠에 미래적인 선글라스를 더해 하이테크 애슬레저 룩을 완성한 펜디와 핀 스트라이프 셔츠 원피스와 싱글 버튼 재킷으로 워킹우먼을 위한 오피스 룩을 제안한 로베르토 카발리가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특히 로베르토 카발리의 자수와 비즈장식을덧댄바이크쇼츠는갈라 디너와 이브닝 파티에도 승산이 있음을 보여준다. 밀라노의 낭만주의자 블루마린은 드레스와 쇼츠에 레이어링하는 방식을 택했고, 스포트막스는 스포티한 테일러링재킷과 조합해 모던한 서퍼 룩을 제안했다.

흔들어 주세요

걸고, 붙이고, 꿰매고. 더 화려하고 장식적으로 옷을 재단하는 밀라노의 디자이너들은 올봄 프린지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웨스턴 무드가 강세였던 지난 시즌을 지나, 소재와 가공 방식, 무드를 저마다 개성 있게 활용했다는 점을 주목할 것. 먼저 4대 도시 트렌드 중 하나로 대두한 피시넷 스타일을 활용한 페라가모는 스웨이드와 구슬을 엮은 드레스로 수공예 무드를 배가했고, 마르코 드 빈센초는 프린지 스커트와 플라스틱 원피스, 스팽글을 뒤덮은 드레스로 가장 많은 버전의 프린지 룩을 선보였다. 옷핀을 하나하나 나열해 프린지와 같은 효과를 준 모스키노, 알록달록한 전깃줄을 이어 붙인 듯한 미니드레스로 이국적인 휴양지 룩을 완성한 돌체&가바나, 홀로그램 기법을 활용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니트 드레스도 프린지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실 커튼처럼 보이는 가느다란 니트 술 장식을 스카프와 목걸이, 귀고리 등 액세서리에 두루 활용해 특유의 화려함과 볼륨감을 더했다. 에디터 | 이예진

London 9.13~9.18

보우 와우

이번 봄/여름 기성복 컬렉션의 빅 트렌드 중 하나인 ‘리본 장식’은 런던에서부터 목격됐다. 영국 여왕이 쇼에 등장해 유명세를 치른 프린트의 귀재 리처드 퀸의 컬렉션에는 까만 보디슈트를 입은 모델이 어깨에 큼지막한 리본 장식을 얹은 풍성한 튤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실크 리본은 과감하게 어깨에, 허리에 쓰였고, 패션 천재의 드라마틱한 상상력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었다. 할펀 또한 화려한 시퀸 드레스의 어깨에 리본을 얹어 비슷한 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선보이기로 유명한 어덤 쇼에는 말간 얼굴의 모델들이 빈티지한 벽지 꽃무늬 드레스를 입었는데, 목 뒤로 묶은 리본 장식의 테일이 바닥까지 떨어져 극적인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시몬로샤또한섬세한튤소재드레스의등에리본을묶어데카당스적분위기를 연출했다.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릴 것 같은 어여쁜 드레스가 대부분이었던 델포조는 투명한 시폰, 시퀸을 장식적으로 사용하고 소매를 크로스로 묶어 리본으로 끝맺음하거나, 바지 끝단과 가슴에 이따금씩 리본을 더했는데, 이런 장식들의 완성도 때문에 순수한 여성상을 극대화한 완벽주의자 성향이 엿보였다.

크레이지 매드니스

역시나 신예들의 재기 넘치는 반란이 계속된 런던. 형광색의 사이키델릭한 질주는 런웨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도록 했다. 우선 신인 디자이너에게 쇼케이스 기회를 제공하는 요람 역할을 하는 패션이스트. 세 개의 브랜드가 통합 쇼를 선보였는데, 그중 아사이는 형광색과 타이다이 기법을 조합했고, 샬롯 노울스는 추상적 프린트 원단을 거침없이 드레이핑하고 컷아웃한 피스를 선보였다. 노출에구애받지않는얇은튤소재와 스트링 장식에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세기말 감성이 느껴졌는데, SNS 세상 속 힙스터의 취향을 저격시킬 듯했다.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그랜드의 지지를 받고있는 또 한명의 신성 매티 보반은 그라피티 프린트와 니트, 스포티한 저지 소재를 마구 뒤섞어 창작욕을 맘껏 표출했는데, 코치와 협업한 빅 사이즈의 힙색이 화제가 됐다. 런던의 문제아 하우스 오브 홀랜드, 애슐리 윌리엄스는 그라피티와 타이포그래피, 만화 프린트 등으로 어딘가 불량스러운 태도를 잔뜩 담아냈고,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장기인 나타샤 징코는 형광 노란색 수영복에 드레스 테일을 붙이는 등 스트리트 무드를 실험적 시도를 통해 표현했다.

잉글리시 클래식

런던에서 가장 화제였던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 데뷔 컬렉션 ‘킹덤’. 버버리의 클래식한 유산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포멀하고 세련된 룩은 부드러운 컬러 팔레트와 새빌로 테일러링이 특징이었다. 스카프 디테일을 차용한 트렌치코트를 비롯해 스리피스 슈트, 주름 스커트 등 엄격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우아한 무드를 표현한 옷은 스트리트 무드 일색인 패션계에 깊은 감동을 줬다. 한편 롤랑 무레의 쇼는 런던 내셔널 시어터 옥상에서 열렸다. 낙천적인 색감과 낙낙한 팬츠, 둥그스름한 어깨의 재킷, 피시넷이 접목된 코트를 입고 세찬 바람에 관능적인 태도로 맞서는 모델들의 워킹이 인상적이었다. 런던의 영원한 잇걸 알렉사 청은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으로 런웨이 쇼를 열었는데, 버튼 장식 베스트와 팬츠, 벨티드 재킷, 튜브톱 드레스에 코트를 매치해 봄과 여름에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컬렉션을 제안했다. 10주년을 맞아 런던으로 돌아온 빅토리아 베컴은 특유의 단단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슬립 이너나 자카드 팬츠를 스타일링해 여유로운 서머 룩을 선보였다. 에디터 | 이예지 

Paris 2018.9.24~10.2

데님 뉴 비전

기가 막힌 데님 변주곡으로 데님 트렌드의 서막을 알린 준야 와타나베. 그는 패치워크, 주름, 튤 소재와의 조합, 절개 등을 통해 걸리시와 톰보이 사이, 펑크와 로맨틱 사이를 오직 데님으로만 채워나갔다. 수많은 데님 사이에서 포착된 키워드는 바로 지금이 바로 ‘로맨틱 데님’의 시대라는 것. 한편 데님이라는 소재를 드레시하게 해석한 두 브랜드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갑옷 모티프의 메탈 톱과 데님 스커트를, 미우미우는 리본 장식 데님 미니드레스를 대거 무대에 올렸는데, 그 모습은 어떤 드레스보다 강인했고, 당당한 여성을 떠오르게 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데님 트렌드는 디올과 스텔라 매카트니가 선택한 자연 친화적이며, 야생적인 타이다이 데님이다. 타이다이 프린트는 히피들이 즐긴 프린트답게 그 어떤 데님보다 자연스럽고, 자유분방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무용수를 통해 몸에 대해 이야기한 디올과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스텔라 매카트니의 정체성에 비추어보면 그들의 선택이 무척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그들 각자의 테일러링

“모든 것들에 자유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시즌 테일러링 트렌드는 로에베 쇼를 마친 조너선 앤더슨의 이 한마디 압축할 수 있다. 먼저 로에베의 누드 톤의 테일러드 슈트 끝에는 스트랩이 달린 워커 부츠가 매칭되었고, 손에는 가죽 백이 아닌 자연 친화적 소재인 바구니 백이 들려 있었다. 한편 남성이 여성의 옷을, 여성이 남성의 옷을 입었을 때 생기는 그 모호함을 흥미롭게 여긴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큼직한 재킷에 남자의 트렁크 팬츠를 매치, 셀린의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페르소나인 얇은 타이를 맨 댄디 보이를 여성에게 그대로 적용했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슈트를 입은 에디의 레이디는 변형된 슈트가 많이 등장한 이번 시즌 슈트들 사이에서 오히려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밖에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에 라이딩 쇼츠를 매치한 샤넬, 팬츠와 재킷, 베스트, 셔츠 그 무엇 하나 짝을 이룬 것이 없지만 모든 것이 조화롭고 유니크했던 구찌, 잘 재단된 테일러드 슈트에 뱀피 가죽 부츠로 포인트를 준 생로랑까지. 이번 시즌 슈트에는 ‘What’은 없었고, 오직 ‘How’만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

슈퍼 우먼

이번 시즌 파리의 디자이너들은 강인한 여성상을 표현하기 위해 깊이 고민했다. 먼저 여성의 강인함을 드러내줄 소재로 ‘가죽’을 선택한 알렉산더 매퀸의 사라 버튼은 완벽한 테일러링 솜씨를 발휘해 볼륨 넘치는 현대판 갑옷 드레스를 창조했다. 한편 여성의 강인함은 소재뿐 아니라, 입체적인 디자인을 통해서도 발현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브랜드는 루이 비통과 발맹인데, 루이 비통은 니트처럼 짜인 스팽글 톱의 팔을 입체적으로 재단해 팔 부분을 과장시켰고,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뾰족하고 딱딱한 플라스틱을 선택해 발맹의 여전사들에게 갈퀴를 선사했다. 두 브랜드 모두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를 선택한 덕분에 쿠튀르적 터치가 더해져 강인함을 표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인함의 끝은 매 시즌 새로운 여전사 캐릭터를 창작하는 릭 오웬스가 보여줬다. 그는 거대한 원단을 기하학적으로 갈기갈기 커팅했고, 구조적인 철골 헤드피스와 ‘버그 아이’ 선글라스 더해 강인하고 미스터리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이번 시즌 이토록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강인한 여성상을 거듭 강조하니, 소재, 실루엣 혹은 선글라스나 슈즈 같은 작은 액세서리를 더해서라도 파워풀한 여성상을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 | 김신 

달리고 달리고

버질 아블로와 나이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슈즈 협업에 이어 그들의 동행은 런웨이에서도 이어졌다. 오프화이트의 쇼장은 트랙이었다. 무대 가운데에는 육상경기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스톱워치가 있었다. 나이키 로고가 가득 박힌 운동복인지 드레스인지 헷갈리는 의상들, 이제는 시그너처가 된 버질 아블로의 낙서가 적힌 스니커즈는 여전히 신선했다. 트랙의 줄을 따라 워킹하거나, 모델과 운동선수가 뒤섞여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듯 서로를 지나쳐 걷는 재미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파스텔 톤의 꽃무늬나 큼지막한 백을 매치해 스포티 의상에 특유의 로맨틱함을 녹여냈고, 이치아더의 스포츠 브라와 레깅스, 마린 세레의 전신 타이츠 역시 러닝에 제격인 의상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안드레아스 크론탈러는 모델들이 킥보드나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나오게 연출해 다른 의미로 달리는 재미를 줬다.

해변의 여인

파리 컬렉션의 백미 중 하나는 ‘샤넬이 그랑팔레를 또 어떻게 변신시켰을까?’이다. 이번 시즌 샤넬 레이디들은 어느 여유로운 해변에 도착했다. 항구와 거대한 여객선을 설치해 여행을 떠나는 지난 크루즈 쇼에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것. 하이힐을 손에 들고 모래사장을 워킹하는 모델들은 정말로 바다로 놀러 온 듯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스윔슈트와 매치한 데님, 해변 위의 트위드 원피스는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올여름 해변에서 꼭 준비해야 할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밀짚모자일지도 모르겠다. 샤넬이 밀짚모자의 청초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에 주목했다면, 존 갈리아노는 남성적이면서도 반항적인 모습으로 연출해 시선을 모았다. 한편 발렌티노는 모델의 머리보다 몇 배는 큰 거대한 모자로 눈길을 끌었다. 비치웨어를 떠올릴 때 빠질 수 없는 자크뮈스는 경쾌한 컬러로 보다 직접적인 비치 룩을 선보였고, 알투자라는 마치 해먹을 연상시키는 니트 소재로 충만한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고고 디스코

때아닌 디스코 열풍이 파리를 강타했다. 그 옛날 밤거리를 주름잡던 ‘노는 언니’들이 런웨이를 점령한 것. 시작은 밀라노를 떠나 파리에서 처음 쇼를 연 구찌였다. 쇼가 열린 유서 깊은 극장 ‘팔라스’는 70년대 유명 나이트클럽. 구찌에서 시작된 디스코는 생로랑을 지나 셀린으로 이어졌다. 셀린에서 첫 쇼를 선보인 에디 슬리먼은 결국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주며 컴백을 알렸다.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디스코볼을 분해해 만든 듯한 의상을,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강렬한 색감과 실루엣으로 이 흥겨운 메들리에 동참했다. 정점을 찍은 건 이자벨 마랑 쇼. 한껏 올려 입은 팬츠, 부푼 어깨, 일명 ‘돌청’ 데님, 그리고 반짝이는 은박지 의상을 입은 디스코 걸들. 은색 커튼을 열어젖히며 등장한 그녀들의 당당하고 경쾌한 발걸음은 마치 주말 밤 클럽으로 향하던 그것과 다름없었다. 쇼가 끝난 뒤 쇼장은 실제 클럽으로 변신했다. 디제이의 신나는 음악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뜨거운 디스코 파티가 열렸으니까. 에디터 | 정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