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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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데 매트하고, 가벼운데 영양이 흘러넘치는, ‘반전미’ 가득한 화장품만 모아봤다.

참을 수 있는 가벼움

Cellcure 골드 이데베논 리커버리 크림 50ml, 30만원.

The Saga of Soo 사가수 자하비책 에센스 100ml, 18만원.

Sisley 시슬리아 랭테그랄 앙티 아쥬 안티 링클 컨센트레이티드 세럼 30ml, 53만원.

Refresh by Re:NK 드래콘펩타이드™ 앰플세럼 30ml, 4만3천원대.

Estee Lauder 리바이탈라이징 수프림+ 듀얼 트리트먼트 오일 30ml, 11만원대.

Chanel 수블리마지 레쌍스 뤼미에르 40ml, 61만3천원.

Su:m37° 시크릿 크림 50ml, 15만원.

Amorepacific 보태니컬 래디언스 오일 30ml, 11만원대.

La Prairie 플래티늄 래어 쎌루라 라이프-로션 115ml, 82만6천원.

어릴 적 엄마의 화장대 위에 있던 영양 크림은 끈끈이같은 과한 텍스처에 피부에 온갖 먼지와 머리카락이 다 들러붙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양 크림은 농밀한 질감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요즘 나오는 에센스나 앰풀, 크림은 안티에이징, 고영양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담백한 텍스처가 대세다. 가볍고 끈적이지 않는 제형이 피부에 착 달라붙어 여러번 덧발라도 부담스럽지 않은(오히려 3번 덧바르면 더 효과적이라고!)

더 사가 오브 수 ‘사가수 자하비책 에센스’나 트리트먼트 에센스와 오일이 배합돼 실크처럼 가볍게 마무리되는 에스티 로더의 오일, 겉으로 보기엔 꾸덕한데 실제 피부에 문질러 흡수시키면 끈적임 하나 없이 피붓결을 보들보들하게 만들어주는 셀큐어와 숨37°의 크림이 대표적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피부 겉과 속이 건조함으로 아우성치는데, 이렇듯 흔적 없이 흡수되는 가벼운 질감의 화장품을 사용해도 될까? 여러 번 덧바르면 효과가 배가되는 ‘레이어링 텍스처’를 개발한 LG생활건강 연구팀은 그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자하비책에센스의 레이어링 제형은 히알루론산 과 소듐피씨에이와 같은 피부 내 보습 인자와 덧발라도 끈적이지 않고 편안한 촉촉함을 제공하는 발효 보습 폴리머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한 텍스처예요. 주로 아이크림에 사용되는 탄성겔을 마이크로 사이즈로 안정화해 피부에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밀착되지요.” 1번만 바른다고 해서 보습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3번 덧발랐을 때 밀리거나 번들거림 없이 일상생활 속 피부 건조가 유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촉촉함이 더 효과적으로 유지된다는 거다.

37°의 ‘시크릿 크림’은 ‘이게 정말 영양 크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볍다. 언뜻 보기엔 농밀한 크림 텍스처인데, 피부에 닿는 순간 마치 에센스를 바르는 듯하다. 흡수되고 나면 실리콘이 함유된 모공 에센스를 사용한 것처럼 피붓결이 매끈해지고, 그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다음 날 아침 세안 전까지 이어진다. 텍스처가 영양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물’이라고 놀리지 말아요

CNP 하이드로 세라 에센셜 토너 150ml, 3만2천원.

La Mer 트리트먼트 로션 150ml, 19만5천원대.

Cle de Peau Beaute 에센셜 리파이닝 에센스 170ml, 11만원.

Albion 스킨 컨디셔너 에센셜 330ml, 9만5천원대.

Philosophy 퓨리티 메이드 심플 하이드라 에센스 30ml, 3만8천원대.

피부과 의사 사이에 이렇게 의견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화장품 카테고리가 또 있을까? 토너, 워터 에센스, 스킨 컨디셔너 등 여러 이름을 지닌 이 ‘물’ 화장품에 대해 그들에게 자문을 구할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사용해야 한다’와 ‘전혀 필요 없다’는 극과 극의 답변이었다. 인터넷상에서 ‘7스킨법’, ‘3스킨법’ 등이 화제가 되며 액상 화장품의 신분이 격상되는 듯했지 만, 에디터를 포함한 건성 피부 여성에겐 그저 ‘수돗물보다 조금 더 촉촉한 물’에 불과했다.

돌덩이처럼 굳건했던 마음을 움직인 건 올해 출시된 몇몇 워터 에센스를 사용하면서다. 피부 위에 탈락되지 못한 잔 각질이 얼기설기 얽혀 있고, 그 위에 세럼과 크림을 겹겹이 바른 후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니 베이스 제품이 피부 위에 겉돌면서 밀리던 차였다. 밑져야 본전 이지 싶은 마음으로 보풀이 생기지 않는 고급 화장솜에 워터 에센스를 듬뿍 적셔 피부 위에 톡톡 두드리고, 이마나 콧잔등처럼 피지나 각질이 잘 끼는 부위에만 둥글리며 발랐더니 죽은 각질이 부드럽게 탈락되며 수분감만 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다시 솜에 제품을 충분히 묻히고 화장솜을 결대로 5개 정도로 분리하여 양 볼과 이마, 턱, 코, 입술 위까지 덮어 주고 5~10분 후에 떼어내니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피부에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 비밀은 세럼 못지 않은 유효 성분에 있었다. 끌레드뽀 보떼 ‘에센셜 리파이닝 에센스’는 서피스 리파이닝 콤플렉스 EX와 피토스테롤 유도체가 일차적으로 모공 내 죽은 피부 세포 조각에 달라붙은 노폐물을 제거하고, 그 안에 보습과 재생 기능이 탁월한 플래티넘 골든 실크 에센스와 일본산 진주 추출물 등으로 구성된 브랜드의 독자 보습 성분을 흡수시키는 개념이다. 일본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한국은 아직 면세점에서만 판매한다고) 알비온 ‘스킨 컨디셔너 에센셜’은 물처럼 보이는 텍스처 안에 미세 오일을 집어넣었다. “수분과 유분을 결합한 더블 캐릭터 오일이 피부 속은 수분으로 꽉 채우고 피부 표면에는 얇은 보호막을 형성해 피부 안팎이 건조할 틈이 없죠. 물과 기름을 한데 넣은 화장품은 흔히 흔들어 쓰곤 하는데, 이 제품은 브랜드만의 기술력으로 친수성과 친유성 성질을 결합해 사용하기 편하답니다.” 이데아코즈 알비온 홍보팀 김정아 대리의 설명이다. 단순히 물처럼 보이지만, 세럼이나 크림 못지않은 보습 유효 성분과 오일을 워터 텍스처 안에 머금고 있는 것!

이러한 화장품의 효과를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큰맘 먹고 질 좋은 화장솜을 구비해두길. 제형을 듬뿍 머금고 있다가 피부에 닿으면 빠르게 방출시켜 유효 성분을 그대로 전달하는 실크 처리된 제품이나, 보풀이 생기지 않도록 가공해 피부에 미세한 스크래치를 남기지 않는 펄프나 레이온 소재의 화장솜이 베스트다.

뷰티 에디터
김선영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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