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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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자연, 종교와 민족을 아우르는 다양한 아시아의 음식 문화를 찾아 나섰다. 아시안 색채에 흠뻑 젖어볼 수 있는 서울의 신상 맛집 여섯 곳.

태국에 취하다, 소이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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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향신료를 발라 지글지글 굽는 고기 냄새만큼이나 강렬한 열대과일 무늬의 식탁보가 당신을 방콕의 뒷골목으로 이끄는 곳, 지난 12월 압구정에 문을 연 ‘소이마오’다. ‘마오’는 태국어로 ‘취하다’라는 뜻으로, 소이마오는 태국 음식에 잘 어울리는 맛있는 ‘반주’를 소개하고자 와인리스트를 대폭 늘리고 태국 요리를 한상차림으로 즐기도록 했다. 이곳의 모든 와인리스트를 셀렉하고 서브하는 김은지 이사는 “태국 음식의 독특한 신맛을 잘 살려주는 와인을 매치하고 싶었어요. 내추럴 와인의 산미가 요리와 만나 펑키해지는 순간을 꼭 느껴보시길 바라요”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곳의 와인리스트는 샴페인을 제외하고 내추럴 와인이 99%다. 산미가 강하고 정제 및 여과하지 않은 와인이 강한 향신료에 시큼한 맛이 특징인 태국 요리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 특히 모작을 베이스로 슈냉블랑과 샤도네이를 블렌딩해 민물생선의 쿰쿰한 신맛이나 피시소스의 감칠맛과 잘 어울리는 ‘실방 쏘(Slyvain Saux)’는 소이마오의 시그너처 와인이다.

연남동에 위치한 툭툭누들타이의 세컨드 브랜드답게 모든 메뉴의 완성도가 높지만 특히 이곳의 인기 메뉴는 피시소스 베이스 소스에 발라 숯불에 구운 닭꼬치 ‘가이삥’과 타이 바비큐 소스를 발라 구운 돼지 항정살 ‘커무양’. 우리의 김치처럼 매끼 곁들이는 그린 파파야 샐러드 ‘솜땀’도 빠뜨릴 수 없다. 와인 애호가를 위한 배려인지, 와인리스트에 대한 책임인지 해장 메뉴 섹션도 구비되어 있다. 구기자와 함께 고아낸 후 얌소스를 더한 닭발수프 ‘카가이수퍼’와 매콤달콤 감칠맛 나는 스지탕 ‘똠셉엔느아’, 똠양꿍의 새로운 버전 ‘똠얌 누들’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 식사로도 좋지만 영업시간이 새벽 2시까지라니 늦은 저녁 뭔가가 허전한 미식가의 2차 선택지로 손색이 없을 듯.

홍콩 스트리트 미식이란 신세계, 키키찬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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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녹사평대로 안쪽 골목에 홍콩 현지 느낌을 풍기는 외관의 ‘키키찬팅’이 오픈했다. 복합적이면서도 단순한 공간과 메뉴 구성의 감각이 남다르다 했더니 디트로이트식 피자 전문점 ‘모터시티’와 ‘매니멀스모크하우스’를 성공시킨 매니멀트라이브 팀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키키찬팅은 아시안 푸드 기획자 강기영 팀원의 이름에서 따온 ‘기’와 중국어로 식당을 의미하는 ‘찬팅’의 조합어라고.

이곳에서 선보이는 바비큐는 크게 3가지. 광둥식 바비큐로 국내에서는 키키찬팅에서만 맛볼 수 있는 광둥식 차슈 ‘BBQ차슈’와 뜨거운 간장 베이스의 ‘로스트 치킨’, 에어 드라이법으로 껍질은 바삭하고 살코기는 부드럽게 만든 ‘크리스피 포크밸리’, 이 3가지를 중심으로 한 세트 메뉴와 콤보 라이스를 즐길 수 있다. 차슈와 새우를 베이스로 커리파우더와 참기름으로 맛을 낸 ‘싱가폴누들’ 또한 별미다. 재스민 라이스를 사용하여 중화의 풍미를 살린 밥과 간장에 찻잎을 넣어 재운 달걀 ‘티 에그’, 마라소스를 이용한 독특한 ‘마라피클’도 꼭 맛볼 것. ‘홍콩 블랙 레몬티’,‘홍콩 밀크티’ 등 ‘홍콩스러운’ 음료와 캐주얼한 스트리트 음식에 어울리는 칭따오 맥주도 드래프트로 즐길 수 있다. 최근의 요식 트렌드에 맞춰 배달의민족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니 용산구민은 이용해봐도 좋겠다.

우즈베키스탄의 정통 할랄 식탁, 호지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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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아랍식 카펫과 경건한 문양의 그릇들로 장식된 우즈베키스탄 레스토랑 ‘호지보보’가 지난해 여름 역삼동에 오픈했다. 주방의 모든 요리사는 우즈베키스탄인으로 정통 할랄 우즈베키스탄식 요리를 선보인다. 여러 가지 채소와 향신료, 건포도로 볶은 밥 위에 고기가 올라가는 ‘풀 로브’는 결혼식과 같은 잔칫날 먹는 음식. 여기에 들어가는 당근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수한 노란 당근만 사용한다. ‘양 샤슬릭’과 ‘비프 샤슬릭’,‘다진고기 샤슬릭’ 등 일종의 꼬치 요리인 샤슬릭도 스테디셀러다. 위구르족의 후예답계 양고기를 베이스로 채소를 곁들인 ‘비프세이’와 면요리 ‘라그만’, 닭고기와 채소로 만든 스튜 ‘치첸스캬’ 등 그들의 전통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정통 할랄 음식을 고집하는 만큼 그 어떤 주류도 허락하지 않는다. “중앙아시아에도 당연히 와인과 맥주가 있어요. 그리고 주류를 추가하면 한국인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지만 그것은 신념의 문제예요.” 이곳의 오너인 바흐롬 대표의 말이다.

그 대신 달콤한 우즈베키스탄 과일주스 ‘블리스’와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다. ‘호지보보’란 우즈베키스탄어로 ‘좋은 할아버지’라는 뜻이고 성지순례한 어른이라는 의미도 있다. 바흐롬 대표는 아시아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메인으로 한 여행사도 함께 운영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상 ‘차반’을 입고 있던 그는 중앙아시아의 문화를 한국에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몽골 유목민의 정이 담긴 맛, 유목민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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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골목에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찾는 아시안 식당이 즐비하다. 이 지역에 위치한 ‘유목인 몽골’은 오픈한 지 1년 남짓 됐지만 입소문 덕분에 길게 줄을 서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몽골의 식품 기업 ‘저친 버즈’ 본사와의 교류로 다양한 몽골의 음식을 선보이는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인 ‘허르헉’은 뜨거운 돌을 이용한 양갈비찜으로, 엷은 양념을 이용해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몸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는 돌의 온기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돌에 구워 더욱 먹음직스러운 구황 플레이트와 몽골 현지에서 먹는 여러 가지 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허르헉과 함께 대표적인 메뉴는 ‘몽골전통세트‘. 몽골에서 매년 711일부터 13일까지 씨름, 말달리기, 활쏘기 등이 열리는 전통 축제 나담 때 즐기는 음식이다. 단순한 양념에 육즙이 살아 있게 만든 여러 가지 고기만두들로 거대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몽골은 예로부터 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문화가 발달했어요. 한국인에게 다소 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 몽골인의 마음이에요”라고 말하는 이곳의 둘마 대표.

몽골인의 향수를 달래줄 몽골 가정식도 푸짐하다. 밀크티에 고기와 만두를 넣은 ‘방시타이 차’는 몽골식 만둣국으로 우리의 김치찌개 같은 몽골인의 솔푸드다. ‘호쇼르 소고기 국’은 몽골인이 출산 후 꼭 먹어야 하는 우리의 미역국 같은 것이다.1년 전에는 몽골인이 주로 찾는 식당이었으나, ‘허르헉’이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인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는 ‘유목민 몽골’. 유목민의 집인 ‘게르’에 앉아 양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커드’ 한 잔 마시며 몽골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북인도에서 불어온 향취, 인디안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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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안 그릴’은 게스트하우스 아래 위치한 식당이다. 인도와 여행에 관심이 많던 장종관 대표가 가족과 함께한 인도 여행에 영감을 받아 오픈한 이곳은 인도 현지 셰프가 만드는 여러 종류의 커리와 탄두리가 대표 메뉴. 인도의 대표 커리인 시금치커리 ‘팔락 파니르’부터 병아리콩커리 ‘차나 마살라’ 등 베지테리언을 위한 커리 8가지와 그 외 다양한 인도식 커리를 선보인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매일 먹었다는 ‘버터치킨커리’는 최고의 인기 메뉴. 진짜 북인도식 커리를 즐기고 싶다면 각종 허브와 향신료로 만들어 진정한 인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양갈비커리’와 북인도의 대표적인 커리 ‘램 로건 조쉬’를 추천한다. 여기에 인도의 밀 곡창 지대 펀자브(punjab)의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난과 큐민 씨드를 더한 지라 라이스도 맛볼 수 있다.

이곳의 강점은 다양한 인도의 주류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한 나라의 음식은 그 나라의 술과 함께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장 대표. 인도의 와인 ‘술라(sula)’와 인도 위스키, 인도 럼은 인도 음식의 맛을 배가한다. 끝맛이 약간 달콤해 매력적인 라거맥주 ‘타지마할’은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지난 인도 여행의 기록에서 모티프를 얻은 메뉴 북의 표지 외에도 미술을 전공한 부부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소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앞으로 남인도 셰프를 초빙해 남인도 요리도 추가할 계획이라니, 올여름에는 남인도 디저트인 ‘도사’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진정성 있는 발리 음식을 찾아서, 발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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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힙한 연남동에 서핑보드를 간판으로 건 인도네시아 식당 ‘발리문’이 문을 열었다. 발리문은 의류 기업 MD로 일하던 성호진 대표가 2년 동안의 푸드트럭 경험을 토대로 발리의 대표 음식과 음료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발리문의 메뉴는 발리 포시즌스 호텔 20년 경력의 셰프가 운영하는 ‘발리문와룽’에서 전수받은 현지 레시피를 토대로 구성되었다. 그 대표적 메뉴가 뿌리채소로 만든 ‘갈랑갈라’와 레몬그라스, 샬럿으로 만든 ‘바왕고랭’, 고수씨 등 10가지 향신료를 직접 블렌딩한 페이스트로 만든 ‘치킨른당’. 모든 페이스트를 직접 만들기에 평일 15그릇, 주말 30그릇 한정으로 맛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음식은 크게 두 가지 소스에서 시작해요. ‘분부꾸닝’이라는 노란색 소스는 된장과 같은 역할을, ‘분부메라’라는 고추장 같은 소스는 나시고랭의 맛을 좌우하죠.” 발리 음식의 대표 메뉴인 ‘나시고랭’과 발리새우커리 ‘우당카리’도 현지의 맛을 살렸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국민 맥주인 ‘빈탕’과 코코넛밀크, 원더팜 타마린드 등 다양한 현지의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식음료 사업에도 관심이 많은 성 대표는 올해 말 인도네시아 친구와 협업해 인도네시아 원두 ‘만델링’을 베이스로 한 발리 커피 전문점을 론칭할 계획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발리의 석양을 형상화한 논알코올 칵테일을 꼭 주문할 것. 이 사랑스러운 칵테일의 이름은 발리말로 ‘사랑해’라는 뜻의 ‘친타’!

피처 에디터
김아름
이상민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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