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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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한파에 맞서기 위한 채비에 분주할 때 패션계의 레이더는 리조트 컬렉션에 닿아 있다. 남국의 축복받은 자연과 풍요로운 빛, 리조트의 여유, 도심과 휴양지의 낭만, 판타지와 일상을 관통하는 2018 리조트 컬렉션 리포트.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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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룩의 상징성은 현실과는 다른 계절감이 주는 설렘, 일상과 다른 대자연의 풍광, 대륙을 넘나들며 여행을 다니는 여유로운 이들을 위해 태어났다는 점이다. 수영복과 에스파드리유, 투명 PVC와 같은 한여름의 휴양지에 국한되던 아이템을 넘어서 도심을 활보하는 현대인에게도 이질감이 없이 어울리는 추세로 진화중에 있다. 크루즈 컬렉션의 시조라고도 할 수 있는 샤넬은 이번 시즌 그랑팔레에 실물 크기의 초대형 여객선, ‘La pausa’를 등장시켜 장관을 연출했다. 트위드 룩을 중심으로 한 슈트와 드레스, 스트라이프 팬츠와 드레스에는 베레와 메리제인 슈즈, 튜브 모양의 핸드백 등을 더해 클래식한 마린 룩을 완성했다. 서핑과 비치웨어를 넘나드는 바캉스 룩을 선보인 마이클 코어스, 리조트 룩의 낙천적인 색감과 여유로운 실루엣, 섬세한 소재로 여성미를 강조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스텔라 매카트니, 꽃과 페이즐리 같은 이국적인 프린트를 총동원한 에트로가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체크와 스트라이프 같은 직선적인 형태의 프린트를 여유로운 휴양지 무드로 재해석한 에르메스도 여행의 낭만과 행복을 떠올리게 한다. 리조트 룩을 모던한 방식으로 해석한 막스마라는 캐멀, 회색, 검정과 같은 아이코닉한 색감을 그대로 살려 캘리그래피와 추상적인 프린트를 더했고, 프라다는 미래와 레트로라는 상반된 무드를 전복한 몽환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모험과 신비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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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F/W 컬렉션에 비해 비교적 실용성을 강조한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동화적 판타지와 위트, 퍼포먼스와 화려함을 과시하는 몽상가가 존재한다. 남프랑스 아를의 알리스캉을 무대를 선택한 구찌의 미켈레는 고대 로마 시대의 공동묘지였던 이곳에 상상의 세계를 현실화했다. 종교적인 색채가 가득한 액세서리와 화려하게 수놓은 꽃 자수 가운, 뱀과 염소를 형상화한 가방 등은 주술 의식의 소품처럼 보였다. 남프랑스로 간 또 하나의 브랜드, 루이 비통은 미술관이라는 지적인 예술 세계에서 80년대와 미래적인 코드를 더한 제스키에르식 아이템을 내보냈다. 멕시코 기수인 에스카라무사의 퍼포먼스와 당일 내린 폭우가 서정적인 그림을 완성한 디올은 웨스턴 무드에 더해진 페미닌한 무드로 이국적인 승마 룩을 연출했다. “패션 안에서 나의 역할은 재미를 보여주는 것이죠.” 제러미 스콧은 모스키노의 리조트 컬렉션을 위해 무대를 하나의 서커스장으로 둔갑시켰다. 우스꽝스러운 모자와 액세서 리, 재기 발랄한 드레스, 마술사 모자와 피에로 분장, 타잔 복장, 무용단 등 각기 다른 캐릭터가 줄지어 나왔다. 한 편 돌체&가바나는 뉴욕이라는 의외의 장소에서 쿠튀르 피스를 선보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자유의 여신상, 타임 스퀘어를 비롯해 뉴욕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아이콘들이 주를 이뤘다.

패션 에디터
이예진
아트워크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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