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연애의 맛

사공효은

연애 예능프로그램,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하트시그널2>, <로맨틱패키지> 이후 연애 열풍이 잦아들었나 싶더니만 대한민국에 다시 달달한 바람이 분다. <연애의 맛>에서 만난 이필모&서수연이 결혼 소식을 알린데 이어 김정훈&김진아 커플도 핑크빛으로 물드는 중.

나 빼고 다 연애하는 것 같아 서운하지만 그래도 대본이 아닌 이들의 ‘진짜 연애’를 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연애를 TV로 몰래 훔쳐본지 꽤 오래됐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KBS2 산장미팅 : 장미의 전쟁

<짝>의 조상 격으로 남자 연예인과 일반인 여성이 짝을 이뤄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 ‘산장’이라는 독립된 공간 설정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평범한 여대생으로 출연하지만 사실 연예인 지망생이 대부분.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사람도 상당하다.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배우들은 김빈우, 최하나, 임성언, 윤정희, 임서연, 이윤지, 강정화, 이윤미, 서지혜, 오지은, 온주완 등이 있다. 스타 PD 나영석도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편성 : 2002년 11월 ~ 2003년 11월

방송이 낳은 스타 : 임성언, 이윤지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농땡이를 치더라도 일찍 귀가하게 만들었던 장본인. 비, 세븐, 전혜빈 등 톱스타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트와이스, 청하, 그레이, 워너원 같은 친구들이 출연했던 셈. 강호동 역시 <천생연분> 이후 <무릎팍도사>, <강심장>, <X맨> 등을 맡게 되었으니 명실상부 그를 국민 MC로 만든 1등공신이라 하겠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이성을 만날 시간이 없는 스타들을 위해 멍석을 깔았다’는 파격적인 설정. 출연자들의 언어가 저속하고 선정적이었다는 이유로 미디어워치가 ‘2002년 올해의 나쁜 프로그램 10’에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여운혁 PD는 현재 <아는 형님> CP를 맡고 있다.

편성 2002년 10월 ~ 2003년 10월.

방송이 낳은 스타 : 비, 세븐, 전혜빈, 유민

SBS 실제 상황 토요일 – 연애편지

<천생연분>이 끝나고 방영한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 출연자와 자막 외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연애편지>의 백미는 ‘댄스 신고식’. SBS 특유의 오글거리는 자막으로 시청자들의 손을 닭발로 만들었다는 후문. 브라이언, 김종국, 천명훈의 개그 캐릭터 ‘칠득이’ 외에도 수많은 커플이 이어졌지만 배슬기의 복고댄스만 기억에 남는다.

편성 : 2003 11월 ~ 2007년 1월

방송이 낳은 스타 : 배슬기

Olive 연애 불변의 법칙

애인이 있는 남자친구에게 작업녀를 투입, 버티는지 넘어가는지 몰래카메라로 지켜봤던 막장 프로그램. 김치로 싸대기를 날리는 아침드라마 버금가는 막장 중의 막장이지만 그 당시는 리모컨을 꽉 쥐고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고 자극적인 편집. 그래서 대본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에디터는 군대에서 시청했는데, 당시 경계 근무를 서며 나눴던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다. “박 병장님, 혹시 작업녀가 유혹하면 버틸 자신 있으십니까?”. “야, <연애 불변의 법칙>은 원효대사도 넘어가.”

편성 : 2006년 4월 ~ 2009년 10월

방송이 낳은 스타 : 작업녀로 등장했던 티아라 큐리

MBC 우리 결혼했어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372부작이나 방영했던 가상부부들의 결혼생활을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 ‘가상의 부부를 설정하여 현대인의 결혼을 유쾌하게 풀겠다’는 의도로 기획되어 회마다 집들이, 집안일, 프러포즈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을 촬영한 영상과 출연자의 심경을 담은 속마음이 교차 편집되어 방영됐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진정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방송 초기의 크라운 제이&서인영, 알렉스&신애, 김현중&황보, 앤디&솔비, 전진&이시영, 조권&가인 등은 실제 커플과 다를 바 없었다.

편성 : 2012년 9월 ~ 2017년 5월

방송이 낳은 스타 : 크라운제이, 서인영, 알렉스

SBS 짝

그동안의 연애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도 짝을 찾고 싶다’라는 슬로건 아래 모인 일반인들의 진짜 사랑 쟁탈기. 짝을 찾기 위해 직접 신청한 참가자들이 일주일간 합숙한다는 설정. 고백을 하며 서럽게 우는 사람도 있고, ‘여기는 짝이 없다.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쿨하게 떠난 사람도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출연했다. 이 방송을 통해 결혼한 커플도 상당하다. 진정성이 거의 다큐멘터리 급. 아쉽게 불의의 사고로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짝>을 그리워하는 팬층이 상당하다.

편성 : 2011년 3월 ~ 2014년 2월

방송이 낳은 스타 : 탁예은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Courtesy of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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