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

진정아

그 동안 남성복은 여성복에 비해 얌전히 무게를 지키는 분위기였다. 태생부터 독특한 DNA를 타고난 몇몇 브랜드 빼고는. 하지만 2019 F/W 시즌엔 맨즈 패션위크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점잔을 빼는 대신 말 그대로 ‘쇼 적인’ 쇼들이 많아졌다.

#1. 트레드 밀 위의 디올 맨

카우스와 함께한 대형 장미 피규어, 하지메 소라야마와 함께한 로봇 피규어. ‘그럼 이번엔 어떤 대형 피규어가 등장할까?’. 킴 존스의 세 번째 쇼를 앞두고 사람들은 그가 세울 대형 피규어에 대한 궁금증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 반전. 킴의 한 수는 사람들 머리 위가 아닌 아래에 있었다. 런웨이를 트레드 밀로 만든 것. 덕분에 모델들은 가만히 서서 76m 길이의 런웨이를 이동했다. 옛날 쿠튀르 하우스들이 선보이던 샬롱 쇼를 현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킴. 트레드 밀 위의 옷들 역시 쿠튀르적 터치가 녹아 있었다. 드레스의 드레이프에서 착안해 패널이 길게 늘어진 재킷을 선보인 것. 미국 출신의 아티스트 레이몬드 페티본과 협업한 화려한 드로잉의 니트도 눈길을 끌었다.

#2.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 뮤지컬

버질 아블로의 두 번째 루이비통 쇼인 2019 F/W 쇼는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 받은 이번 컬렉션은 ‘빌리 진’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뉴욕 거리를 런웨이에 재연했고, 데브 헤인즈의 라이브 퍼포먼스에 맞춰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지난 시즌 무지개 런웨이를 통해 평등에 대해 얘기했던 버질은 이번엔 여러 나라의 국기가 섞인 재킷, 백을 통해 인류애에 대해 얘기했다. 쇼의 후반부에 등장한 광섬유 소재의 백과 슈즈도 인상적이었다. 쇼의 흐름과 아이템 하나하나가 시선을 끌은 쇼는 모델 알톤 메이슨의 퍼포먼스와 뉴욕의 길거리 세트 중간에서 깜짝 등장한 버질의 인사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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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런웨이와 식사를 한번에? 자크뮈스

‘아침 먹으러 와요!’ 자크 뮈스는 쇼 초대장과 함께 투박한 시골빵을 보냈다. 그가 보낸 힌트에서 눈치 챌 수 있듯 쇼장에는 소박하면서도 멋내지 않은 아침 상이 차려졌다. 곧 이어 모델들은 한손에 사과 혹은 빵을 들고 아침을 먹으며(?) 캣워크를 했다. 내추럴한 컬러의 옷들, 쇼 마지막에 모델들과 함께 빵을 먹는 자크 뮈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여유롭게 서서 감상하는 관객들 모두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누군가가 첨단 기술과 미래적인 요소로 바이럴에 사활을 걸었다면 자크 뮈스는 되려 힘을 빼고 여유로움과 익숙함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

디지털 에디터
진정아
영상 출처
Instagram @Dior , Youtube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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