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치 겐타로부터 류이호까지, 아시아 각국의 라이징 스타!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아시아 표류기 vol.1 – 이 구역의 새로운 스타

2019-01-30T08:35:26+00:002019.01.24|FEATURE, 컬처|

박스 오피스 흥행사를 새로 쓰면서 자리매김 중인 아시아 각국의 라이징 스타 여섯 명이 있다. 고유한 매력으로 자국에서 주목받는 이 영화 배우들 중에 당신의 취향도 하나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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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성을 지닌 ‘초식남’, 사카구치 겐타로 SAKAGUCHI KENTARO 

2010년대 일본이 사랑하는 미남의 스탠더드를 보여준다. 순정 만화의 그림체로 빚어놓은 듯한 외모는 ‘소금남’이라는 신조어가 일본에서 유행하게 된 주요 동력. 마른 장신에 흰 피부, 결정적으로 쌍꺼풀 없이 날렵한 눈이 포인트다. 종종 본인을 무색에 비유하는 그는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배우인데, 초식남 같은 첫인상 이후로 은근한 마초성을 드러내는 것이 지금껏 캐릭터를 구축해온 방식이다. 이 미묘한 매력을 포착해내는 대중의 세련된 기호야말로 사카구치 겐타로의 존재 이유인 셈. 그는 영화 <내 이야기!!>(2015), <히로인 실격>(2015)에서 공공연한 꽃미남을 연기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나라타주>에서는 서정적인 멜로 연기를,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에서는 스릴러 장르의 소화력까지 보여줬다. 분장에 따라 이미지가 확연히 바뀌는 배우이기에 앞으로의 변화 폭도 긍정적으로 점치게 된다.

‘덕후’를 부르는 얼굴, 저우동위 ZHOU DONGYU

특유의 말갛고 담백한 생김새가 갖는 강점은 결국 어떤 이미지로도 정형화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전적인가 싶지만, 현재 중화권의 젊은 배우 사이에서 저우동위(주동우)만큼 신세대적 감수성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배우도 드물다. 아직 10대를 연기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인데, 조금만 분위기를 달리하면 이미 사랑에 통달한 성숙한 여인의 표정도 거뜬히 소화한다. 그녀에게서 젊은 시절의 자오웨이(조미)와 닮은 말괄량이 기질을 엿본 버버리는 20191월부터 자오웨이와 저우동위 콤비를 모델로 내세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18세에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2010)로 데뷔해 놀라움을 안겼지만, 특히 최근 영화들에서 배우로서의 밀도가 촘촘해졌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먼 훗날 우리>(2018)가 택한 멜로 드라마적 사용법이 특히 인상적인데, <먼 훗날 우리>가 작년 4월 중국에서 개봉해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로맨스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쓴 이유엔 상대를 불문하고 농밀한 호흡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마성이 주효했다.

성장 중인 귀공자,  리우이하오 LIU YI HOW 

‘완벽하게 친절하다’. 인터뷰 현장에서 리우이하오(류이호)를 만났을 때 받은 첫인상이다. 대만에서 배우 생활과 동시에 밴드 칭첸덴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연기 경험을 책으로도 낸 그의 살뜰함을 떠올리니 그 첫인상이 수긍이 되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9년 차, 더는 신인이 아니지만 여전히 푸릇한 청춘 스타인 그는 드라마 <아적귀기우>(2015)에서 죽은 지 6년이 지난 ‘킹카 귀신’을 연기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요컨대 현실에선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존재라는 점이 리우이하오가 얼마나 판타지에 부합하는 배우인지를 역설한다. 여기엔 환하고 시원하다 못해 어딘가 초연해 보이는 특유의 미소도 한몫한다. 그러나 최근 그는 귀공자 타이틀을 떼고 진중한 배우가 되려 애쓴다. 스크린 주연작인 <안녕, 나의 소녀>(2017)와 <모어 댄 블루>(2018)에서 보여준 일상적인 모습에 이어 조심스레 기대를 걸자면, 라이징 스타 리우이하오의 2막은 코미디 장르가 아닐까. 어린 시절부터 주성치의 열혈 팬이자 한국 배우 차태현과의 호흡을 꿈꿨다는 그다. 그러고 보니 정말 호감 가고 웃기는 사람 가운데 리우이하오처럼 내성적이고 조용한 이들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투명에 가까운 청초함, 가라타 에리카 KARATA ERIKA 

아시아의 여성 스타에게 ‘청순함’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연예 시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 만능키다. 1997년생의 가라타 에리카는 일본의 라이징 스타 중 이 청초함에서 독보적이다. 그녀에겐 투명에 가까운 극도의 깨끗함이 있다. 한국에서는 BH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한일 양국 매니지먼트사와 동시에 일하는데, 아이돌스러운 포토제닉함 덕분에 일본 소니 보험사, 한국 LG 핸드폰 V3 광고, 소녀시대와 나얼의 뮤직비디오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그녀가 어필한 이미지는 무척 순수하면서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여성이었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클래식한 멜로 영화 <아사코 I&II>(2018)는 이를 상징적으로 재해석했다. 버블 경제 몰락, 동일본 대지진 등 일본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와 기호가 가득한 이 영화에서 가라타 에리카는 젊음 그 자체다. 아름다우나 연약한 그녀의 양면성에 환호하게 되는 건 어쩌면 그것이 청춘의 초상에 가장 가깝기 때문은 아닐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 쑹윈화 SONG YUN HUA 

대만 멜로 영화가 부활한 최근 몇 년, 그 중심에 쑹윈화(송운화)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필모그래피는 단 3건.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2014), <나의 소녀시대>(2015), <안녕, 나의 소녀>(2017)에서 쑹윈화는 건강하고 명랑한 이미지로 “우리가 기다리던 완벽한 소녀”의 적임자라고 평가받았는데, 이 말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로 본격적인 대만 청춘 로맨스 붐을 주도한 구파도 감독이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의 제작자로서 남긴 말이다. 짙은 이목구비를 자랑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흑역사가 절정이던 10대의 어느 때도 너끈하게 소화해내는 털털한 매력 또한 빛나는 배우다. 현재 대만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남자 스타 왕타루(왕대륙), 리우이하오(류이호)와 나란히 호흡을 맞춘 쑹윈화는 <안녕, 나의 소녀>를 통해 관객의 기대보다 성큼 앞서나갔다. 앳된 얼굴 위로 좌절과 체념의 감정도 배워버린 눈빛이 스크린에 떠오를 때, 그녀의 미래가 더는 소녀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

품위 있는 그녀, 추티몬 추엔차로잉수키잉 CHUTIMON CHUENGCHAROENSUKYING 

애칭 ‘옥밥’으로 불리기를 더 즐기는 배우. 태국에서 있었던 시험 부정행위 사건을 소재로 한 <배드 지니어스>(2017)는 잘 만든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쫀쫀함을 자랑하는 하이스트 무비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태국 박스오피스 역대 최고 수익을 낸 데 이어 베트남,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서도 흥행 신화를 썼다. 옥밥은 데뷔작으로 태국의 황금 시간대 뉴스나 인터뷰 쇼에 입성했다. 시험 사기극을 주도하는, 가난하지만 대담한 천재 린을 연기할 배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감독이 인스타그램을 방황하던 끝에 찾은 옥밥은 태국 모델 최초로 영국판 <하퍼스 바자> 커버 모델로 선 적 있는 유망주. 내한 일정 당시 운 좋게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단순한 몸놀림부터 무척 침착하고 우아한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윤리적 고민을 뒤로하고 관객을 자신의 편에 서게 만든 것이 <배드 지니어스> 속 린이 보여준 최고의 덕목이라면, 옥밥에게 실제로 받은 느낌도 그와 비슷한 신뢰감이나 품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