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에서 형사로 열연한 배우 이동휘의 낯선 모습?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중력을 거슬러 (이동휘)

2019-01-23T14:19:49+00:002019.01.23|FEATURE, 피플|

빠르게 움직이고, 차갑게 생각하며, 천천히 비워내는 배우 이동휘를 만났다.

가죽 재킷은 슈프림, 티셔츠는 디올맨, 하얀 팬츠는 꼼데가르송×준야 와타나베, 신발은 발렌시아가 제품.

가죽 재킷은 슈프림, 티셔츠는 디올맨, 하얀 팬츠는 꼼데가르송×준야 와타나베, 신발은 발렌시아가 제품.

2017년 개봉한 <부라더> 이후 오랜만에 영화 <극한직업>으로 돌아왔다. 일 년 정도 쉬면서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토대로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변형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 끝에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앞으로 뭐든 도전해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나름대로 고민의 시간을 보내면서 짧다면 짧은 일 년 동안 득도한 기분이다. 코믹한 이미지로 각인된 것을 부정하기보다는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더 깊이 파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공교롭게도 <극한직업>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

영화 <극한직업>은 낮에는 치킨 장사, 밤에는 잠복 수사를 벌이는 마약반 형사 5인방이 펼치는 코믹 액션 수사극이다. 연기에 있어서 이전과 조금 다르게 접근한 부분이 있나? 사실 <부라더>에서도 조금 구사해보려고 한 것이 있다. 내가 상황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리액션 중심의 연기를 해보려고 했다. 한마디로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코미디랄까. <부라더>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이번 작품에서 그것을 확장시켜보고 싶었다. 그저 리액션을 취할 뿐인데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믹 연기를 시도했다. <극한직업>은 그간 출연한 영화 가운데 주어진 대사 분량이 가장 적다. 내가 맡은 영호라는 인물은 말수도 별로 없고 아주 진지하며 전혀 웃음을 의도하지 않는 형사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긴다.

이동휘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생활 밀착형 연기, 합이 잘 맞는 코디미, 능청스러움과 유연함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사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쭉 훑어보면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되는 작품은 아마 세 개도 안 될 거다. 그럼에도 코믹 장르 영화를 끝내고 오랜만에 돌아온 배우가 또 코미디 연기를 한다는 데 대한 약간의 부담이 있었다. <극한직업>이 가장 끌렸던 이유는 그동안 많이 안 해본 액션 연기에 도전할 수 있어서였다. 몸을 혹사시키고 스스로를 몰아붙여보고 싶었다. 훈련이 없는 날에도 나가서 앉아 있을 정도로 액션 스쿨을 정말 열심히 다녔다. 파주에 액션 스쿨이 있는데, 아웃렛에 가서 쇼핑도 할 겸 간 것도 있지만(웃음). 영화 촬영 전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려다 보니까 토하는 사람도 있었고, 하나둘 부상자도 생겼다. ‘열심의 아이콘’, 진선규 배우께서는 본인 나이를 생각하지 않으시고 전력을 다하시더니 결국 응급실에 가셔야만 했다. 류승룡, 이하늬, 공명 등 이번에 함께한 배우들 모두가 서로에게 자양분이 되어주는 합이 좋은 멤버들이었다.

티셔츠는 디올맨×카우스, 비닐 점퍼는 CDG 제품.

티셔츠는 디올맨×카우스, 비닐 점퍼는 CDG 제품.

<힘내세요, 병헌씨>, <스물> 등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코믹 장르를 산뜻하게 연출하는 데 탁월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감독의 디렉션에서 영감 받은 부분이 있나? <스물>을 봤을 때 젊은 배우의 재기발랄함을 저렇게 엉뚱하고 신선하게 끌어내는 것에 신기함마저 느꼈다. 촬영하는 동안 너무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배우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 같다가도 본인이 원하는 그림에 대해 명확한 디렉션을 내려줬다. 이번에 함께 작업해보니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배우의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영화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벗은 것과 수염과 검게 그을린 피부 덕분일까? 스마일 라식을 해서 시력이 좋아졌다. 어떻게 보면 연기할 때 늘 안경을 쓴 모습도 고착화된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작품마다 변화를 주려고 한다. 작년 8월에 <극한직업> 촬영을 끝내고 다음 작품의 역할 때문에 수염을 깨끗이 밀었다. 사실 수염은 화보를 위해 보름 정도 기른 거다. 5개월 동안 수염 없이 지내다가 영화 개봉이 다가오니 그때의 분위기를 다시 만들고 싶어서 급하게 길러봤다. 내일모레 다시 수염 절단식을 가질 예정이다(웃음). 피부를 태닝한 이유는, 경찰서를 오가며 형사들을 관찰해보니 땡볕에 얼마나 오래 있으면 그렇게 되는지 다들 목덜미가 까맣더라.

짧은 공백기가 있어서 그런지 외형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속세를 떠나 몸과 마음을 수련한 사람처럼 보인다. 쉬면서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녔는데 거기서 느낀 바가 참 많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지로 유명한 작은 섬에도 갔다. 푸른 바닷속에 들어가면 물고기들이 발을 툭툭 치고 지나간다. 그런 위대한 자연을 보고 나니까 생각이 많이 바뀌더라. 빈티지 숍에서 쇼핑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원래 여행지로 도시를 선호하는 편인데, 빈티지는커녕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 섬에서 색다른 감정을 많이 느꼈다.

니트는 샤넬, 목도리는 꼼데가르송×버버리, 팬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니트는 샤넬, 목도리는 꼼데가르송×버버리, 팬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 숫자가 102만이다. 단기간에 만들기 힘든 상당히 높은 숫자다. 한때 잠깐 인기가 많아서 남들 오를 때 나도 덤으로 같이 오른 숫자다. 거기서 더 오르진 않더라(웃음). 취미도 별로 없고 술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인생의 낙이 많지 않다. 누군가에게 한잔하자고 말하는 건 일 년에 한두 번밖에 없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한 사진을 봤더니 작가 윤형근, 케니 샤프, 류이치 사카모토 등 화제가 된 전시를 부지런히 보러 다녔더라. 그나마 취미라고 한다면 전시를 보러 다니고 그것을 SNS에 공유하는 것 정도다. 작품도 안 하고 아무런 소식도 없으면 팬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어 올리는 일종의 보답이랄까. 그분들이 떠나는 데 대한 두려움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곁을 지켜주는 소수의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외롭지 않은 배우가 되는 건 더 힘든 것 같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어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를 통해서 외롭지 않은 배우가 됐다. 그것이 나에게 굉장한 용기를 주었다. 내가 여전히 외로운 배우였다면 지금처럼 끈기 있게 배우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일 년 쉬면서 그런 생각이 아주 크게 와닿았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자기 복제와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인다. <뷰티 인사이드>의 상백, <베테랑>의 윤홍렬, <도리화가>의 칠성, <재심>의 모창환 등 꾸준히 변화를 거듭해왔다. 개인적으로는 출연작 가운데 KBS 단막극 <빨간 선생님>을 가장 인상적으로 봤다. 위기의 순간에 타인의 짐을 대신 짊어지는 스토리 안에서 묵직한 연기를 펼쳤다.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안하고 싶어 하는 감독님들이 그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연기에 대한 이런저런 갈증이 많던 시기에 우연히 대본을 보고 너무 좋아서 도저히 스케줄이 안 됐지만 무리해서 촬영한 작품이다. 그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서 내 배우 인생에서도 특별한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내가 원하는 시기에 할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기에 내게는 무척 소중한 작품이다.

눈물로 시작해 통곡으로 끝난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맡은 역할도 이동휘의 낯선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직장인의 애환과 거기에 시한부 인생까지 더해지니 그런 슬픔의 감정을 허투루 표현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눈물이라는 건 나에게도 평생 숙제다. 과하게 울든 반대로 울음을 머금고 참는 연기를 하든 우는 연기는 스스로 만족이 잘 안 된다. 나 자신에게 좀 박하고 엄격한 스타일이긴 한데 그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니트는 샤넬, 목도리는 꼼데가르송×버버리 제품.

니트는 샤넬, 목도리는 꼼데가르송×버버리 제품.

배우 이동휘가 정말로 만나고 싶은 작품은 어떤 걸까? 굉장히 함축적인 정적인 무드의 영화를 만나고 싶다. 올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는 <국도극장>이 그런 기회였다. 우연히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다가 너무 좋은 느낌이 와서 조연, 단역도 상관없으니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극한직업>과 촬영 시기가 겹쳤는데 감사하게도 영화 제작사 쪽에서 기다려 주겠다고 해서 참여할 수 있었다. 영화적 신파가 없는 정말 담백한 작품이다.

배우로서 경계하거나 지양하는 태도가 있나? 연기와 내 삶을 연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의 슬픔이나 과거를 연기를 통해 배출하는 것은 관객이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다. 저 배우가 지금 극에 정말 몰입해서 울고 있구나, 아니면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저렇게 작품에서 다 해소하고 있을까, 분명히 티가 날 거다. 배우가 그동안의 서러움을 풀려는 감정이 연기에 들어가는 걸 위험하게 생각한다.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오는 것이 연기인데 그런 욕심을 가진 채로 연기하면 나와야 할 때도 들어가 있는 연기를 하게 된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나? 넷플릭스에서 본 <블랙 미러:밴더스 내치>. 압도적이었다.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버튼을 누르며 다음 전개를 선택할 수 있는 인터랙션 콘텐츠인데 지금 시대에 어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흥미진진했다.

2019년에도 앞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많다. 가장 낯선 이동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님, <국도극장>의 전지희 감독님, <어린 의뢰인>의 장규성 감독님, 그리고 곧 촬영을 함께할 <더 콜>의 이충현 감독님 네 분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본인들의 영화에서 이동휘의 여러 모습 가운데 가장 생소한 면을 보여줄 거라고(웃음). 2018년을 돌아봤을 때 그동안 개척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두고 능력치를 극대화하고자 나를 내던졌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감이 있다. 계획한 대로 2018년을 잘 보낸 것 같다. 2019년엔 그에 대한 평가를 달게 받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