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도미닉의 대표직 사임, 욕설 논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사이먼 도미닉)

2019-01-22T14:18:20+00:002019.01.22|FEATURE, 피플|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한층 더 깊어진 자유를 획득한 래퍼 사이먼 도미닉. 2018년을 보내고 이제는 말할 준비가 됐다는 그가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해 어떤 거리낌도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줄무늬 턱시도 재킷과 시퀀 장식 팬츠는 김서룡, 검정 셔츠는 문수권, 목걸이는 다미아니 제품.

줄무늬 턱시도 재킷과 시퀀 장식 팬츠는 김서룡, 검정 셔츠는 문수권, 목걸이는 다미아니 제품.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촬영장 오기 전에 사이클을 탔다. 유일하게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운동이다. 최근까지 무척 바쁘게 지냈다. 공연도 많이 하고. 한동안 집, 작업실, 공연장 이렇게 세 군데만 오갔다. 집도 작업실 근처로 옮겼다. 집에서 작업실까지 신호만 안 걸리면 2분 거리다.

작업실에 오래 앉아 있는 편인가? 예전처럼 12시간씩 종일 앉아 있지는 못 한다. 집중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걸 느낀다. 무턱대고 앉아 있는다고 좋은 곡이 나오는 것도 사실 아니다.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생시키는 타입이다. 목이 찢어지도록 녹음해도 결국 10시간 전 목 상태가 좋을 때 해둔 것을 쓰게 되는 피곤한 삶을 살아왔다. 요즘은 그렇게 안 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뜻대로 잘 안 된다.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다. 지난해 정규 앨범이 나왔을 때 인터뷰를 거의 안 했다. 생각 정리도 좀 안 됐고, 사실 너무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서. 투 머치 토커가 될까봐 일부러 피했다. 2018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요즘엔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웃음).

20183년 만에 정규 앨범 <다크룸(DARKROOM)>을 발표했다. 꽤 시간이 걸린 셈이다. 나 스스로를 털어버리고 싶어서 만든 앨범이다. 내 삶의 변비 같은 앨범이랄까. 그렇게 쏟아내야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음악을 하는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만든 노래들이다.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만든 음악이 아닌데, 이 앨범이 나오고 나서 주변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받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대중적으로 흥행한 앨범은 아니지만 음악을 다시 열심히 하게끔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로커 김종서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데몰리션 맨’은 정말 의외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피처링으로 누군가의 앨범에 참여한 건 서태지 이후 처음이라던데. 앨범 작업하고 있을 당시에 우연히 KBS 음악 예능 <건반 위의 하이에나>에서 선배님의 노래를 들었다. 그 순간 쓸쓸했던 마음이 크게 위로를 받았다. 이전에도 너무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고 힘든 시기에 들으니 뭔가 느낌이 다르더라. <복면가왕> 때 연락처를 여쭤보고 가끔 안부 인사만 드렸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고 좋은 곡이 있으면 작업을 같이하고 싶다고 바로 문자를 드렸다. 김종서 선배님 목소리를 비슷하게 흉내 내며 녹음한 가이드 버전을 보내드렸더니 무척 좋다고 해주셨다. 내가 ‘아’와 ‘어’처럼 아주 사소한 것으로 고민할 때 ‘너만의 예술이야, 너가 하는 건 다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

푸른색 셔츠와 안에 입은 터틀넥은 우영미, 왼손의 반지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제품.

푸른색 셔츠와 안에 입은 터틀넥은 우영미, 왼손의 반지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제품.

그 이후 발표한 싱글 ‘Me No Jay Park’은 AOMG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일종의 사임서였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다크룸>을 통해 내가 어떻게 힘들었는지 대중에게 보여줬고, 내 자신의 밑바닥까지 가보고 싶었다. 박재범의 업적과 활동을 존경한다. 그에 대한 리스펙트와 나 자신에 대한 디스리스펙트를 동시에 담은 곡이다.

사임 전과 후의 삶이 달라졌나? 변한 건 크게 없지만 마음이 약간 편해진 건 있다. 내가 사장이었을 때보다 회사에 돈을 더 많이 벌어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서 회사에다 공연도 많이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마 최근 반년 동안의 수입이 이전보다 더 많을 거다. 마음이 가벼워졌기 때문에 그렇게 일할 수 있었다.

2018년 마지막 날에도 무대 위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치지 않았나? 제주도에서 야외 공연을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아무리 뛰어다녀도 땀이 안 나더라. 웬만하면 땀을 잘 안 흘리는 편인데 실내에서 공연하면 땀을 엄청 흘린다. 공연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차에 타면 찝찝하긴 한데, 그 느낌을 굉장히 좋아한다.

회색 줄무늬 슈트 재킷과 팬츠는 베르사체, 체크 셔츠는 뮌, 흰색 운동화는 나이키, 오른손의 실버 반지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십자가 목걸이는 다미아니 제품.

회색 줄무늬 슈트 재킷과 팬츠는 베르사체, 체크 셔츠는 뮌, 흰색 운동화는 나이키, 오른손의 실버 반지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십자가 목걸이는 다미아니 제품.

최근에 인상 깊게 들은 곡이나 요즘 주목하는 뮤지션이 있나? 방금 전까지는 주노플로의 신곡을 들으면서 촬영장에 왔는데 랩을 잘하더라. 그리고 최근 들어본 앨범 가운데서는 제이클레프(Jclef)라고, 이 친구의 음악을 사운드클라우드 시절부터 좋게 들었는데 최근 정규 앨범도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가사도 잘 쓰고 뭔가 음악에 대한 순수함이 목소리에서부터 느껴진다. 제이클레프와는 상반된 느낌을 가진 제키 와이의 음악도 좋아한다.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음악이랄까. 요즘 그렇게 두 여성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

친분은 없지만 자신의 데모 음악을 들어봐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는 편인가? 사운드클라우드 쪽지나 인스타그램 디엠을 통해 그런 메시지가 많이 온다. 메시지는 안 읽어도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다 들어보는데 형편없는 사람도 많다. 그 가운데 진짜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쪽지로 ‘너무 잘 들었다’고 답장을 보낸다. 내 귀가 정확하다는 건 아니지만 취향에 맞는 뮤지션을 발견하면 피드백을 해준다. 나 역시도 그런 어린 뮤지션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니까.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으면 내가 먼저 디엠을 보내기도 한다.

사이먼 도미닉 역시 언더그라운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래퍼다. 당신의 과거 시절 랩이 더 좋았다고 평가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언더 시절 내 랩을 그리워하고 왜 그때처럼 못 하냐, 그때 톤이 더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은 언더 시절의 내 음악을 들으시면 된다. 사람들은 내가 발음을 굴리는 것도 싫어하고 목소리를 조금만 얇게 내도 언더 시절 굵은 톤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런 의견을 결코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내 목소리도 취향도 변했다.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랩 하는 방식도 함께 변했다. 비트에 맞게끔 랩의 스타일이나 목소리 톤에 변화 를 주려고 한다.

가사 쓰는 방식은 어떤가? 옛날에는 ‘손으로 가사를 써야 진정한 엠씨’라고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펜을 손에 쥐고 썼다(웃음). 요즘엔 좋은 메모장 앱이 많이 있어서 주로 애버노트에다 쓴다. 최근 작업 방식은 비트 없이 가사를 먼저 쭉 쓴다. 그러고 나서 작업실에 가서 가사에 맞는 비트를 고르는데 그 과정이 꽤 힘들다. 엄청난 결정 장애 까지 있어서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쓸데없는 메모도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쓴 메모의 개수가 3262개 다. 작년에 한 번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갔다 나왔기 때 문에 요즘 작업하는 노래들은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즐거운 곡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런지한 배색 니트와 가죽 팬츠는 알렉산더 매퀸, 안에 입은 화이트 셔츠는 문수권 제품.

그런지한 배색 니트와 가죽 팬츠는 알렉산더 매퀸, 안에 입은 화이트 셔츠는 문수권 제품.

살이 많이 빠져 보인다.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닌데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살이 저절로 쫙 빠졌다. 주변에서 운동을 말릴 정도로 줄어든 체중을 걱정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외모가 좀 더 나아진 것 같아 만족한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고 하지만 막상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해보면 더 잘 나온다. 가벼운 몸을 유지하는 것이 기분도 좋더라고. 그래서 요즘엔 하루에 한 끼 혹은 반 끼 정도만 먹는다. 그렇게 참았다가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왕창 먹지(웃음). 그러고는 숙취로 고생하고.

주량은 얼마나 되나? 글쎄, 세어보진 않는데 취하고 나서부터 측정한다. 그전까지는 주량으로 치지도 않는다. 자랑은 아닌데 술을 많이 마셔서 만취하면 점점 상대방의 잔에 술을 따라주는 게 힘들어지지 않나. 그러면 소주를 병째로 손에 쥐고 마시기 시작한다. 술을 자주 마시진 않지만 한번 마실 때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가끔 사고를 치는 것 같다.

지난번 인스타그램 라이브 욕설 사건이 구설에 올랐는데, 혹시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그날도 되게 기분 좋게 고기도 먹고 소주도 마셨다. 그런데 악플과 밑도 끝도 없는 비난에 대해 쌓여 있던 답답함이 그날 어느 한 포인트에서 터지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욕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나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았다. 완벽하지도 좋은 사람도 아닌데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통해 내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더라. 내 앨범을 들어보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나 역시도 너무 힘들고 외롭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일 뿐인데. 옛날에는 연예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멘탈을 가지고 있었다. 래퍼 사이먼 도미닉과 연예인 쌈디로서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자고 일어나서 공연을 가는데 갑자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사건이 터진 다음 날 기안이랑 앨범 커버 미팅이 있었는데 자기랑 같이 병원에 가자고 하더라. 친구 중에 염따라는 래퍼가 있는데 최근에 술 마시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일이 잘 풀려서 유명세도 얻고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결코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걸 나를 보면서 느낀다고.

검정 나일론 재킷은 프라다, 지퍼 장식 팬츠는 51퍼센트, 스니커즈는 발렌티노 제품.

검정 나일론 재킷은 프라다, 지퍼 장식 팬츠는 51퍼센트, 스니커즈는 발렌티노 제품.

과거 인터뷰에서 ‘결핍은 나의 힘’이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요즘 사이먼 도미닉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얼마 전에 조카가 태어났다. 내가 돈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최근 공연을 많이 해서 돈을 좀 많이 벌긴 했지만 월급이 들어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액수만 확 인하고 정산 메일을 바로 지워버린다. 그런데 조카가 생기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태어났을 때 얼굴을 봤는데 나랑 똑같이 생겼더라. 동생도 ‘행님 닮았는데?’라고 인정할 정도다. 조카를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돈 많이 벌어서 해주고 싶은 거 다 해줘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내가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겠고 내 자식 같은 느낌도 있으니까 조카가 원하는 건 다 이뤄주고 싶다.

평소 지출이 가장 큰 분야가 있나? 다른 사람들은 좋은 차를 많이 사는데 나는 운전 공포증이 있어서 차에 관심이 별로 없다. 옷이랑 신발을 좋아해서 여기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올해 수고했다는 의미로 최근에 시계를 셀프 선물했다(웃음).

작년에 MBC 예능 방송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처음 느낌 그대로’를 열창한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더블유>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파티에서도 이 노래를 불러서 모두가 환호했다. 사실 그날 방송에서 정말 진심으로  노래했다. 왜냐하면 그날도 촬영하면서 중간에 멘탈이 살짝 나갔었다. 방송작가와 사전 인터뷰 때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스스로가 너무 재미없고 별로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 자신을 또 깎아내리기 시작하니까 어느 순간 말이 잘 안 나오더라. 자포자기 심정으로 노래라도 잘 부르고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 진심으로 노래했다. 요즘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렇게 열창하고 나면 항상 눈물이 고이더라. 가창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내가 느낌은 좀 잘 살리는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발라드 싱글 앨범이 든 드라마 OST든 참여해보고 싶은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종신이형(웃음)! 그전에 일단은 랩을 더 열심히 하겠다.

2019년을 시작하며 세운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올해 무조건 앨범을 한 장 더 내려고 한다. 편하고 가볍고 즐겁게 피처링도 개인 작업도 많이 하고 싶다. 그리고 운동을 하나 배울 생각이다. 최근에 골프 강습 상담을 한 번 받았다. 나랑 너무 안 어울리는데 주변에서 적극 추천하더라(웃음).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본 건강검진도 올해는 꼭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