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오토니엘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유리의 연금술사

2019-01-08T12:57:42+00:002019.01.12|FEATURE, 컬처|

글라스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신비한 작업은 보는 이를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뉴욕 맨해튼에 새롭게 단장한 샤넬 플래그십 매장의 작품도, 작가로서 만든 미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Jean-Michel Othoniel

Jean-Michel Othoniel

2000년대 이후 파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을 마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봤다고 해도 그게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 그 예로 팔레 루야알 옆에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 ‘야행자들의 키오스크(Le Kiosque des Noctambules) (2000)’는 지하철 입구로 활용되고 있다. 무라노산 유리 구슬로 이루어진 아치형 구조물은 마치 닥터 수스나 루이스 캐럴의 동화에서 튀어 나온 듯 기괴하면서도 명랑하다. 사제의 길을 꿈꾼 애인이 달리는 기차 앞으로 몸을 던져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에 영향을 받아 고통과 구원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키오스크를 완성하는 데 4년이 걸렸고, 제작 동안 도시 건축가들과 협업을 통해 조각품 주변의 광장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오토니엘은 강인하고 파격적인 작가예요.” 건축가이자 컬렉터인 피터 마리노의 말이다. 피터는 그와 수많은 작업을 했고, 가장 최근에는 맨해튼 57번가의 보수 공사를 마친 샤넬 매장에 놓일 조각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때 파리의 철도 차량 기지로 쓰인 곳에 들어선 그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오토니엘은 유리처럼 쉽게 깨지고, 변형되기 쉬운 (불을 사용하여 고체에서 액체로, 그리고 다시 고체로 변형할 수 있는) 재료만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재질이 그 형태를 바꿀 때 자신의 가장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성질이 제 자신과 같다고 느꼈어요. 불안하고 확신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제 모습과 비슷한 이런 재료의 속성에 끌렸지요.” 유황이라는 재료에 매혹되어 화산을 연구하던 중,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석을 다시 녹이면 검정 대리석 같은 흑요석 재질로 바뀐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것이 바로 연금술일까? 2800도의 뜨거운 화로와 2년 동안의 연구 끝에 흑요석으로 조각품을 만들어낸 후, 그의 관심은 유리라는 재질로 확장됐다. 1990년부터 이태리, 일본, 그리고 인도의 많은 유리 공예가들과 새로운 유리 공예 기술을 연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하지만 미니멀리즘과 신표현주의가 유행하던 1980년대만 해도 그의 작품은 그저 예쁘기만 하다고 비평받았다. “아름다움은 금기시 된 시절이었어요. 아름다운 예술은 혁신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z-Torres) 같은 일군의 작가들 덕에 오랜 시간 동안 신성시된 개념과 감정의 경계가 허물어졌음을 기억하고, 그들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펠릭스는 아름다운 재료를 우아하게 조합한 작가예요. 에이즈, 혹은 죽음을 선택한 성소수자 친구들의 슬픈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내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지요. 아름다움의 미학을 폄하했던 그 시대에 반기를 들고 미의 개념을 새롭게 확장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가 생각하는 매력이란 내면 깊은 곳에 위치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 우울함, 공포감, 그리고 어두운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검정 목걸이 조각품이 쿠튀르 주얼리 같으면서도 항문 구슬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듯, 그의 시리즈 ‘글로리 홀’(1995년부터 이어진 작품)의 실크와 코튼으로 된 커튼에 세심하게 수놓은 구멍들은 그의 작품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그는 종종 정치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표현하기도 한다. ‘프레셔스 스톤월’(2010년 제작)의 노란색 유리 벽돌은 인도의 빈곤층을 상징하며, 작품의 이름 또한 1969년 뉴욕 게이 커뮤니티가 미국 경찰에 저항한 스톤월 항쟁에서 가져왔다.

올해 제작한 샤넬 프로젝트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추상적인 조각으로 변신하는 목걸이”라고 그는 답한다. 66피트에 달하는 높이에 부분적으로 금박을 입힌 유리 구슬 작품은 강인함과 연약함의 상호 작용을 표현한다. 마리노는 ‘이번 작품은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을까’를 실험하는, ‘다른 여러 작품과 겨루는 시합’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너무 큰 규모라 자신의 파리 작업실에서 실현하기 어려워 스위스 바젤에 4층 짜리 타워를 만들고, 완성된 조각품을 다시 해체해 뉴욕으로 공수했다. “이렇게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재료를 건축적인 규모로 제작한다는 발상이 무척 좋았어요. 유리라는 재질은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과 끊임없이 맞서야 하죠.”

당대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인 오토니엘이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든 것은 역설적이게도 1986년에 촬영한 작은 크기의 사진 한 장이다. 리넨 가운의 사제복을 입고 얼어붙은 댐 위에서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는 이 사진은 그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애도이자 치유의 행위로 보인다.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들 만큼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그 사건으로 그는 예술 세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맞았다.

만약 지난 30년 동안 오토니엘에게 신의 존재를 물었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예술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힘과 능력을 알고, 믿는다. “예술에도 영성이 있다고 이제는 믿어요. 단순히 하나의 물체, 오브제가 아니에요. 예술은 우리의 인생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죠. 어떻게 보면 예술은 인생보다 더 흥미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