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과의 교감

W

대상의 실체가 지닌 속성과 색을 되새겨보게 만드는 사진가, 구본창이 오랜만에 개인전을 연다.

OM 17 ⓒCOURTESY OF KUKJE GALLERY

OM 14 ⓒCOURTESY OF KUKJE GALLERY

OM 19 ⓒCOURTESY OF KUKJE GALLERY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F1963의 드넓은 공간에 국제갤러리가 개관한 지 4개월, 국제갤러리 부산점은 첫 기획전으로 사진가 구본창의 <Koo Bohnchang> 전을 연다. 구본창의 개인전은 2006년과 2011년 이후 오랜만이다. 부산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구본창의 대표작이 된 ‘백자’ 연작을 비롯해 새롭게 공개하는 ‘청화백자’ 연작, ‘제기’ 등 열아홉 점. 그의 사진으로 만나는 유물은 박물관 조명 아래서 보던 유물과 사뭇 다르다. 그 유물이 존재하던 시대도, 유물을 소유한 사람도 사라지고 오직 유물 자체만 남은 고요한 상태가 이토록 울림을 일으키는 건 물론 대가의 시선과 손길 때문일 것이다. 자연광 아래 말갛고 깨끗한 정경, 하지만 꿈의 이미지처럼 흐릿한 백자와 배경 사이의 경계. 사진을 가만히 응시하면 차가운 흰색과 따뜻한 흰색 중 어느 쪽이라기보다 미지의 흰색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가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푸른 빛에 물들다>라는 전시를 보고 그 고유성을 명확히 인지했다는 조선 청화백자는 압도적이고 정교한 중국 청화백자, 조형적이고 세밀한 일본 청화백자와 달리 청아하고 간결하다. 청화백자 작업에 대해 구본창은 이런 말을 남겼다. “백자의 앞과 뒤태를 살피고, 도공의 손길을 감지하고, 화공의 붓질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것을 만든 이들과 시공을 초월하여 조우한다.” 12월 중순에 시작한 <Koo Bohnchang> 전은 217일까지 계속된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