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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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위트 있는 그래픽과 서브컬처 전반에 걸친 활동으로 스트리트 신에 급부상한 브레인데드(Brain-Dead). LA를 기반으로 카일 잉(Kyle Ng)과 에드 데이비스(Ed Davis)가 설립해, 불과 4년 만에 협업을 원하는 곳이 줄을 서는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컨버스 협업 제품 론칭을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 카일 잉과 나눈 브레인데드, 그리고 협업에 대한 이야기.

10-25 W 0056 완성

 ‘브레인데드(뇌사 상태, 머리가 먹통인)’라, 브랜드명이 꽤 자극적이다. 자극적인 이름이긴 하지만 과격한 브랜드는 아니다. 하이컬처와 서브컬처, 주류와 비주류 어디에도 속하지 않되, 그 사이에서 특별한 것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문화를 크게 나누고, 공통점을 찾아 그 경계선에 있는 정제되고 세련된, 특별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다.

다분히 미국적이기도, 어딘가 일본스럽기도 한 펑크적인 그래픽 요소가 눈에 띈다. 개인적인 취향, 재미있게 읽은 공상 소설, 거리에서 나눠주는 플라이어, 전시회 포스터, 만화 같은 것에서 소재를 얻는다. 그것들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콜라주를 생성한다.

그렇다면 브레인데드의 베이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스케이트보드, 힙합, 펑크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문화, 취향, 관심사 이런 것들을 모두 섞어놓은 것. 밴드와 함께 LA에서 공연도 하고, 책도 내고, 아트쇼도 하는 등 내가 살고 싶은 방식을 쿨하게 표현하는 방향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컨버스 x 브레인 데드 척 70 (Converse x Brain Dead Chuck 70) (3)

이번 컨버스와 협업은 어떤 것들에서 영감 받았나? 윌리엄 버로스(William S. Burroughs)라는 소설가가 있다.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그와 그의 책 <네이키드 런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의 아우라, 정신 세계, 에너지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서 받은 영감을 내 방식대로 풀어냈다. 성조기, 지브라, 뉴스페이퍼 등 클래식한 빈티지 그래픽과 이미지를 리드로잉해서 차용했다. 클래식한 게 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픽적으로 새로운 걸 시도하지는 않았다.

얘기한 것처럼 다양한 패턴이 눈에 띈다. 레오퍼드, 지브라, 도트, 카무플라주, 성조기 등을 하나의 컬렉션에서 선보였는데. 윌리엄 버로스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카오스(Chaos)’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패턴을 모아 한 슈즈에 담으니 어지러우면서도 조화로운, 새로운 혼돈의 완성체가 탄생했다. 클래식은 언제나 힘이 있다.

컨버스와 브레인데드의 접점에 무엇이 있을까? 컨버스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인디록 밴드나 음악 같은 것들. 농구하고, 진창에 빠지고. 그런 것이 오히려 힙하게 느껴졌고, 재미있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컨버스가 가진 이미지를 인디록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브레인데드는 어떤 음악에 가까울까? 전형적인 스트리트 펑크, 힙합이나 그들이 지향하는 패션은 분명 아니다. 아방가르드하고 와일드한 펑크에 가깝다고 할까? 90년대 펑크, 힙합, 인디록은 저항하고, 새로운 걸 꿈꾸고, 주류와는 동떨어졌었다. 요즘엔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것이 뒤섞이고 있다. 극명한 색채보단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그 이전 각자의 길을 걸었을 때의 저항 정신을 표방하고 싶다.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사운드, 그러나 모든 장르를 조금씩 아우르는.

컨버스 x 브레인 데드 척 70 (Converse x Brain Dead Chuck 70)(2)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도버스트리트마켓, 칼하트, 컨버스 등과 협업을 벌였다. 대상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우리가 뭔가 할 수 있게 그냥 놔두는 것이다. 서로의 에너지가 공존했을 때 툭툭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들을 캐치한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바이브를 좋아한다.

협업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줄을 섰다고 하던데. 어떤 점이 브레인데드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나? 정말?(웃음) 상업적인 브랜드들과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우리의 스피릿, 진실성, 카피하지 않은 고유한 느낌, 그리고 조금은 아마추어 같을 수 있는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돈 때문에 하는 것도, 히트 아이템을 팔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결과보다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을 즐기는 거다. 그리고 긍정적인 느낌을 전하는 것.

홈페이지에 레코드와 아트 카테고리가 있는데 비어 있더라.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거다. 티셔츠 디자인으로 만든 음반 커버, 음반 커버로 만든 블랭킷처럼. 이를테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스트리트지만, 옷 자체는 하이 퀄리티로 만든다. 우리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내가 제작한 테이프를 살 수 있고, 그렇다면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거고, 그럼 또 내가 하는 라디오 쇼나 디제잉에 관심이 생길 수도 있겠지. 이런 식으로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거다.

직접 음악적인 활동도 하고 있나? ‘NTS’ 라는 라디오 채널을 진행하고 있다. 디제이로 활동하고, 밴드를 서포트하기도 한다. LA의 스튜디오에서 밴드와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런 것에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고 발생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푸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어제 장어구이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웃음).

패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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