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우울한 걸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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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뭘까?’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이번 생은 틀렸어’ 부쩍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세상이 팍팍해진 걸까? 10년 동안 죽어라 일해도 서울 시내 내 몸 하나 누일 공간 하나 찾기 어렵고, 속은 답답하고 우울한데 어디 속 편히 털어놓을 곳도 없다. 문제가 뭘까? 나만 우울한 걸까? 이런 내가 이상한 걸까? 다들 안 그런 척 살고 있는 걸까?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로 정신과를 전전했던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책,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를 만났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뭘까?

제목이 절반 이상 했다. 제목을 보고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획에 있지 않을까?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문득 다른 사람의 경우는 어떨지 궁금했다. 전문가와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솔루션을 얻었는지 알고 싶은데 그때까지 그런 책은 없더라. 독자의 80% 이상이 20-30대 여성들이다. 그만큼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그만큼 사람들이 기댈 데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슬픈 이야기지만 내 책엔 기댈 곳이 없다. 내가 힘들다는 것. 그걸 써 내려간 책이다. 어떤 사람의 바닥을 보는데 그게 너무 내 이야기 같은 거지. 치부고 어두운 면이라 감추고 있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다들 꽁꽁 숨기고 살고 있구나’ 하면서 위로받았던 게 아닐까.

백세희 작가

처음 병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주변에서 용기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 상담을 받은 건, 대학교 3학년 때. 무료 심리 상담센터였다. 그 당시에 ‘마음의 병’이라고 처음 인식했고 그 뒤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실 정신과는 약물치료를 하는 곳이라 이비인후과처럼 한번 쓱 보고 약 처방을 내려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나와 맞는 병원을 찾기까지도 몇 년 걸렸다. 책에 등장하는 선생님과는 2017년에 만났다. 그때 처음으로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 진단을 받았다. 이런 병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정도로 큰 힘이 됐다.

 

기분부전장애의 증상은 어떤가?

경도의 우울증이다. 근데 무척 유동적이다. 가벼운 우울만 지속되면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그게 왔다 갔다 해서 더 힘들다. 어떤 날에는 살만한 것 같고, 어떤 날은 바닥을 친다. 그러니까 이게 우울증인지 병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을 안 가서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되면 기분부전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흔히 정신병을 감기에 빗대고는 한다. 감기처럼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가라면서.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오히려 난치병에 가깝지. 감기는 약을 먹고 푹 쉬면 낫는데, 정신병은 그렇지 않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완치는 어려운, 마치 아토피 같은 병이다. 우울증도 비슷하다. 햇볕을 쬐고 운동도 하고, 무기력함이 지속되지 않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자존감이 필요한 시기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자존감. 대체 그놈의 자존감이 뭔가? 자존감이 꼭 높아야 하는 걸까? 이제는 내려놓을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실제로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자존감이 높든 낮든 그게 그냥 나라고 생각하는 것. 난 그게 편하다. 사회생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더라. 자존감이 대체 뭐라고. 그게 낮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나.

책을 읽으면서 힘들 때는 내가 제일 힘든 거고,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다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여력이 있으면 다른 사람 감정을 챙길 수 있겠지. 근데 그럴 여유가 없다면 다 내려놓고 나를 챙기는 게 우선이다. 자칫하다가는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

힘들 때 병원 말고는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나?

선생님도 말씀하시길 우울보다 공허함, 허무한 감정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게 곧 무기력함으로 이어지는데 무기력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하더라. 그러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한 번은 밖을 나가서 햇빛을 본다. 운동하고 산책하고 샤워한다. 진부한 방법 같지만 효과가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무언가에 찌들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샤워를 하면 그게 다 씻겨나가는 것 같거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상황들이 힘들었나?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주목을 받는 게 힘들었다. 안면 홍조가 심해서 얼굴도 심하게 빨개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의 앞에서 이야기할 일이 많아지더라.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할 때도 그렇고 회사에 가니 회의, 외부 미팅이 잦았다. 그러니 항우울제를 먹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의사 선생님과는 지금도 만나나?

일주일에 한 번씩 뵙고 있다.

선생님과의 대화를 적은 에세이인데 수입의 일부를 드려야 하는 건 아닐까?

책이 나오고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이다. ‘날로 먹은 책이다’, ‘작가 혼자서 쓴 책이 아니다’ 등의 북리뷰나 악성 댓글이 많았다. 오죽하면 악몽까지 꿨다. 처음 상담받을 때부터 선생님과 ‘책을 이렇게 구성하겠다’ 논의했다. 그래서 녹음했다. 원고가 나왔을 때 초고를 보여드렸고 선생님이 원하지 않으면 출판하지 않겠다고도 말씀드렸다.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선생님과 협의하에 진행했다.

죽고싶지만 떡볶이 (3)

인생이란 뭘까?

갑자기 질문이 훅 들어오는군. 삶이란 알 수 없다. 일희일비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다. 다들 그러고 사는 거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먼저 절망하지 않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 말고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맥주. 정말 좋아한다.

 

치킨은 어떨까?

치킨도 좋겠다. 다들 좋아하니까. 근데 요즘 치킨은 2만원정도로 비싸니까 그냥 소소하게 떡볶이로 하자.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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