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고 싶으세요?

사공효은

세상을 혼자 살아서 남들 앞에 나설 일이 없으면 참 좋으련만, 인생이 참 내 마음 같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의도 해야 하고 발표 자료를 읽어야 할 때도 있고 나플라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아야 할 상황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건배사를 외칠 일도 종종 있다. 하물며 소개팅을 하더라도 상대방이랑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 왜 머릿속은 하얘지는 걸까.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손이 축축해지는 이유는 뭘까. 대체 말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말하기 전문가이자 <생각 정리 스피치>의 저자 복주환 강사에게 물었다.

designecologist-600480-unsplash

사람들이 말할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생각 없이 말부터 하는 사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회의 시간에 말을 길게 하고, 지루하게 만들고, 횡설수설하는데 본인이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말하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럼 듣는 사람도 혼란스럽다. 흔히 말주변이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하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엔 순발력이고 애드리브라고 하지만 결국 듣고 보면 남는 게 없다.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하면 목소리가 작아도 힘 있게 들리고 전달력이 있다. 정제하고 다듬어진 말이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말하기를 두려워할까?

심리적인 발표불안 증세, 사람들 앞에만 서면 떨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렸을 때 발표하러 나갔는데 친구가 놀렸던 것, 누군가에게 혼났던 것들이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다. 다수의 사람들이 욕심이 많아서 긴장한다. 잘하고 싶은 불안감, 할 말은 많은데 어떤 걸 말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이 온다. 나 역시 강연하면서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는 분야는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때, 아는 척을 하거나 말부터 꺼내는 실수를 범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말이 꼬이고 산으로 간다.

말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피치 대본을 만들 때 핵심 키워드만 적자. 발표를 앞두고 대본을 만들어서 통으로 외우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단어, 어휘, 문법에 신경을 쓰게 되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스피치 도중 틀리면 생각이 꼬이면서 머릿속이 하얘진다. 마인드맵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정리하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복주환 강사가 생각하는 달변가의 특징은?

청중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람이다. 한 친구가 식당을 개업했다. 늘 손님이 몰려서 봤더니 말하는 방식이 여느 식당과는 달랐다.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왔을 때, 보통은 “죄송합니다. 빨리 드릴게요.” 무책임하게 말한다. 그 친구는 “손님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다 보니 조금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사이다를 한 병 서비스로 갖다 주더라.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김제동 씨 같은 경우는 청중들과 대화를 하다가 한쪽 무릎을 꿇어서 눈높이를 맞춘다. 김미경 강사는 옆집 이모가 말하듯 주부들의 애환을 공감해준다. 설민석 강사는 알만한 내용도 한번 풀어서 이야기를 한다. “임진왜란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임진왜란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또 질문을 한다. “임진왜란, 대체 왜 일어났을까요?” 이런 식으로 청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자문자답하여 설명한다.

달변가의 스피치 패턴을 분석해서 설명을 해준다면?

설민석 강사의 자기소개를 눈여겨보자. “역사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2년 동안 이 땅에서 한국사를 가르쳐온 한국사 전문가 설민, 석입니다.”. ‘역사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청중을 집중시킨다. ‘저는 22년 동안 이 땅에서 한국사를 가르쳐온’ 자기소개에 공신력을 넣었다. 청중에게 믿음을 심어준다. ‘한국사 전문가 설민, 석입니다’ 이름을 한 박자 쉬고 말해서 더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했다. 이 패턴을 그대로 적용해보자. “트렌디한 삶을 살고 계시는 <W> 독자 여러분, 저는 10년 동안 생각 정리를 연구한 생각정리 전문가 복주. 환입니다. ”

김제동 씨의 특징은 편안하게 말한다는 거다. 문장을 짧게 끊어서 말을 하는데 마치 친구와 전화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크게 말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속삭이듯이 말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하면 청중은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남자들은 한없이 단순해요.(청중의 반응 살피고) 얼마나 단순하면 둥근 축구공 하나를 던져주면 22명이 뛰어다니면서 놀겠습니까?(청중 웃음) 아무것도 없는데.(청중 웃음) 공 하나 던져줬는데. (청중 웃음) 우~ 갔다가 우~ 갔다가 그물 안에 공 하나 넣어보겠다고 말이죠. 넣으면 중간에 갖다 놓고 다시 시작합니다(청중 웃음). 이렇게 단순해요.(청중 웃음) 둥근 것만 보면 환장하고, 아무 신경을 못 쓰고, 그걸 또 44만 명이 지켜봅니다.(박장대소) 공 가지고 22명이 노는 걸.(청중 웃음) 지 인생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데.(청중 웃음) 아주 단순해 가지고 동그란 거만 보면 환장하도록 설계가 되어서 태어났어요. _김제동의 <현대자동차지부 노동자방송> 강연 중에서

복주환강사 (1)

복주환 강사가 생각하는 좋은 스피치란?

알맹이가 있고 진심이 담긴 스피치. 진심은 담겼는데 정리가 안된 채로 말하면 전달력이 없다. 정말 유용한 정보를 말한 들 진심이 없다면 영혼없는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진심이 담겨야 청중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Photo by designecolgist on unsplash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