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에서 인생 첫 하프마라톤을 뛰었다. 땀과 눈물, 그리고 환희와 평화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 ‘씨위즈 2018’이남긴 것들에 대하여.

10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캐나다 밴쿠버. 거대하고 하얀 배가 정박해 있는, 갈매기가 잿빛 보도 블록을 유유히 걸어 다니는, 태평양으로 통하는 주요 무역항이 있는 대도시. 이곳의 첫인상은 ‘여유와 땀’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남아 있다. 키칠라노 해변 통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는 풍경, 선선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건강한 땀을 머금은 채 두 발로 성큼성큼 뛰는 사람들. 완벽하게 각 잡힌 옷 대신 스포츠 웨어를 적재적소에 믹스할 줄 알며, 편안하고 루스한 차림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포착되는 낯선 도시의 면면을 관찰했다.

밴쿠버는 요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이 탄생한 도시이기도 하다. 1998년 키칠라노에 위치한 작은 요가 스튜디오에 시작한 이 브랜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요가와 러닝뿐만 아니라 삶 저변에서 즐겁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룰루레몬. 이들이 추구하는 비전은 조금 특별하다. 요가와 명상을 통해 내면을 살피고, 다채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몸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독특한 철학으로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매해 여름과 가을 사이, 룰루레몬은 ‘씨위즈(Seawheeze) 하프마라톤’ 행사를 주최한다. 이 기간의 밴쿠버는 흥겨운 에너지로 도시 전체가 들썩거리며 축제의 장이 된다. 씨위즈 기간에만 출시되는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을 사기 위해 아이돌 콘서트 현장처럼 길게 줄을 서는 흥미로운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형형색색, 활력 넘치는 운동복으로 멋을 낸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도심에서 출발해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에 도전한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한 씨위즈 마라톤의 출발선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달리기라곤 그저 신호등 초록불이 깜빡거릴 때, 아주 잠깐 사용하는 축지법에 가까웠던 나에게, 21km라는 숫자는 큰 도전이자 고뇌였으니까.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 요가 수업을 이끌어준 룰루레몬의 앰배서더이자 세계적인 요가 지도자인 자넷 스톤(Janet Stone)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자연과 풍경에 몸을 맡기고 그 순간을 즐기세요.” 그렇게 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맛봤다. 긴긴 시간 동안 그 어떤 두려움도 괴로움도 없이 발이 움직이는 대로 달려지는 신기한 체험. 지칠 만하면 느닷없이 등장해서 뜨거운 응원과 에너지를 보내는 사람들,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 소리, 가보로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메달 등 씨위즈를 달리면서 얻은 소중한 기억들이 내면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다. 마라톤이 끝난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서도 우비를 입고 음악에 맞춰 ‘판초 요가’에 열중하던 사람들, 세계적인 DJ 디플로의 화려한 사운드로 마무리된 선셋 페스티벌까지. “달리기는 인생에 대한 가장 위대한 비유다. 당신이 달리기에 쏟아붓는 것을 결국 다 돌려받기 때문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힌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다. 씨위즈가 남긴 모든 것이 이 문장 안에 다 들어 있는 것만 같다.

 

일상 속으로 스며든 운동복, OTC 라는 신세계!

Signature Movement Experience_5

씨위즈 2018 행사가 열리던 기간, 마치 과학실험실처럼 꾸민 팝업 스토어가 등장했다. 그 안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여성이 보였다. 가슴에 달린 센서가 몸의 움직임을 측정해서 3D 이미지로 구현되는 혁신적인 현장이었다. 룰루레몬의 이노베이션 매니저 샨텔 머너건이 말했다. “일반적으로 브래지어에 대한 패러다임은 가슴의 움직임을 압박하고 봉쇄하는 역할이죠. 그런데 그런 움직임을 막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저희가 연구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보통 가슴은 앞과 뒤, 위아래, 그리고 양옆으로 움직이는데 각 사람마다 모두 다른 데이터가 측정되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마다 어떤 제품이 가장 적합한지 추천해주고 있어요.”

룰루레몬은 과학적인 관점 안에서도 사람을 중심에 놓고 디자인에 접근한다. 복잡한 체계로 설계된 사람의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것이 이들의 추구하는 디자인의 뼈대다. 이는 곧 과학적인 느낌(Science Of Feel), 엔지니어드 센세이션(Engineered Sensation)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이 개념에 대해 머너건이 설명을 이어갔다. “사용자가 제품을 착용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탐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부드럽고 매끄러운 촉감,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으로 완벽한 소재, 마치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듯한 자유로움.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룰루레몬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룰루레몬은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추구한다. 이것을 3가지로 표현하면 ‘Office’ ‘Travel’ ‘Commute’, ‘OTC’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나아가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요가나 운동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일할 때 그리고 장거리 비행, 잠잘 때도 입을 수 있도록 옷의 기능성을 삶 저변으로 확장시킨다. 티셔츠, 팬츠, 언더웨어, 다운 재킷, 패딩, 레인 코트 등 디자인과 기능성을 강화한 룰루레몬의 제품은 애슬레저(애슬레틱과 레저를 합친 스포츠웨어 용어) 룩의 신세계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