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워크숍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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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떠오르는 작가 오타니 워크숍이 페로탕 갤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다. 상상과 유머,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하는 오타니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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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따뜻하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타니 워크숍의 작품을 보면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1980년생의 젊은 작가 오타니 워크숍이 삼청동에 위치한 페로탕 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주목하며 요즘 일본의 새로운 도자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른 그는 도예과 조각, 공예 사이에서 마치 그것이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유기적으로 작업한다. 거친 질감, 비대칭적 형상, 각기 다른 토질의 다채로운 색감이 특징이다. 고고학자의 마음으로 지역 고유의 재료를 탐구하며 실험을 거듭한다. 오래되고 낡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손으로 하는 일이 좋아서, 흙이 좋아서, 외딴섬에 홀로 고립된 채로 작업하고 있다는 오타니 워크숍을 만났다.

#31-OW

오타니 시게루라는 본명 대신 오타니 워크숍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 일종의 별명 같은 건데 잘 알 수 없는 애매한 단어의 어감이 좋았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고. 스스로 원 맨 밴드라고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새로운 도자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내 작품의 질감은 도예라기보다 조각에 가깝다.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 이후로 조각의 방식과 개념은 크게 확장됐다. 조각 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도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품의 표면을 깨끗하고 반질반질하게 만드는 작가도 있지만 나는 손으로 빚은 고유의 터치감을 작품에 담으려고 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이 상당히 많다. 어림잡아 100개도 넘을 것 같다. 시골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혼자 작업하는데 거기 있을 땐 사람도 잘 안 만나고 작업에만 몰두한다. 아내와 아이들과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작업만 한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 수를 모두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엄청 많을 거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당신의 첫 전시를 본 이후 멘토와 큐레이터로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무라카미 씨는 워낙 아는 것도 경험도 많기 때문에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존재다. 커리어에 있어서 많은 조언을 해준다. 작품 세계나 철학보다는 작업 방향을 설정하는 측면에서 말이다. 예를 들면 그동안 나는 작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는데, 내게 대형 작품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지 제안했다. 훗날 큰 작품으로 전시회를 구성해보는 것도 멋지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를 줬다. 내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계시고.

유튜브에서 작업 스튜디오가 소개된 짤막한 영상을 보니, 직접 포클레인을 운전하거나 수레를 사용해서 대형 작품을 옮기더라. 그래서 요즘 고관절이 안 좋다. 작품 무게가 상당하니까. 평소에 작품을 자주 들어 옮겨야 해서 수시로 스트레칭을 한다.

#9-OW

갤러리 앞을 지나가던 유치원생들이 마당에 있는 대형 작품 ‘골든 차일드(Golden Child)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우연히 포착했다. 당신의 작품은 어린아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하고 포근하다. 이전에는 곰이나 토끼처럼 상상 속의 동물을 주로 만들었는데, 내가 아빠가 된 후부터 어린아이들의 얼굴 형상을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이들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나는 주변의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얻곤 한다. 어떤 대상에 대해 내가 받은 느낌, 눈으로 직접 본 잔상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할 때 그 순간의 모습을 기억하고 아들의 얼굴 형상을 작품으로 만든다. 그런 순간의 기억이 연결 고리가 되어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작업은 별다른 스케치 작업 없이 바로 손을 움직여서 만들어 나간다.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서 탐구해온 재료가 있나? 지난해 아와지섬이라고 불리는 동네로 스튜디오를 옮겼다. 원래 머물던 시가라키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이다. 시가라키의 점토는 원래부터 유명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대형 작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점토도 따로 있다. 그래서 내 작업의 성격에 맞는 점토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본다. 아와지섬으로 옮긴 이유도 그곳의 흙을 사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작은 작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흙이 나오는데, 다양하게 실험을 해보고 있다.

어떤 것을 봤을 때 아름답다고 느끼나? 오래되고 낡은 물건들, 골동품, 도자기 점토로 만든 인형 같은 것. 오래된 도자기를 좋아해서 모으고 있다. 서울에서 본 것 중엔 경복궁 처마 끝에 올라가 있는 작은 인형 같은 것들이 참 아름다웠다. 작가가 되기 전에 나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오래된 사원과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결국 손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오타니 워크숍의 세계를 단 두 단어로 정리한다면 유머와 귀여움 같다.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고 느끼는 존재는 무엇인가? 우리 아이들, 아스카와 케타로.

2016년에 도쿄 카이카이 기키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의 제목이 굉장히 길다. ‘내가 17세 때 자코메티의 이야기를 미술 선생님에게 들은 뒤로 조각을 동경하게 됐고, 나는 지금도 조각을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에 자코메티가 살아 있다면 그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가? 글쎄. 그냥 별다른 질문 없이 그의 모델이 되고 싶다(웃음).

피쳐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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