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거듭하는 매트 립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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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의 변신은 무죄다. 화장품 매장에 놓인 수십 종류의 립스틱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눈길을 사로잡은 립스틱을 입술에 갖다 대기라도 했다면 이미 게임 끝이다. 이성을 되찾기도 전에 지갑을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 말이다.

수년째 이어지는 매트 립 유행에 힘입어, 이번 시즌에도 다양한 매트 립스틱이 쏟아져 나왔다. 립스틱을 직접 발라보기 전까진 ‘달라지면 뭐가 얼마나 달라졌겠어’라는 냉소적인 마음이었다. 그러나 립스틱을 입술에서 떼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미묘한 질감 차이 탓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트 립스틱에 붙는 수식어라곤 ‘벨벳처럼 보송보송한’이 전부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립스틱 표면을 특수 성분으로 코팅 하거나 바를 때는 크리미한데 매트하게 마무리되는 트랜스포밍 립 등 한결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올해 또 한 번 진화를 거듭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주 미세한 피그먼트나 투명한 페이스트를 고농도로 넣어 색의 순도를 높인 크레파스 같은 제형의 립스틱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쓰리 컨셉아이즈, 로라 메르시에 등이 대표적이다. 립 프라이머나 컨실러로 입술색을 지우고 바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이는 색 그대로 구현되고, 구름 위에 올라타 있는 듯 폭신한 마무리감이 일품이다. 특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매트 립스틱의 단점으로 꼽히는 텁텁함을 개선하기 위해 왁스와 오일을 배제하고 물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투명한 벨벳 젤을 넣었다. 덕분에 매트 립스틱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입술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듯 부드럽게 발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색이 칙칙해지지 않는다.

파우더와 오일을 적절히 결합해 입술 위에 미세한 윤이 감도는 세미-매트 립스틱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매트 립스틱이 보송보송한 마무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일
성분을 최소한으로 첨가했다면, 최근에는 파우더와 오일 성분을 적절히 배합한 제품이 대세다. 윤기가 감돌긴 하지만, 크림 립스틱의 반질반질한 윤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크림 립스틱이 색 위에 윤기가 한 겹 더해진 느낌이라면, 세미-매트 립스틱은 색과 윤기가 한 몸처럼 입술에 착 달라붙어 있다. 바를 때도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입술 위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여러 번 덧발라도 색이 탁해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입술이 갈라지거나 메마름이 느껴지지 않아 수정 화장용으로도 안성맞춤! 말 그대로 촉촉함과 매트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단어를 완벽하게 조합한 제품이다. 이쯤 되니, 다음 시즌엔 또 어떤 새로운 립스틱이 출현할지 진심으로기대된다.

매매트립

1. Byneuf 립슬라이드(누메로나인) 어떤 피부 톤에도 잘 어울리는 누드 코럴 톤의 립스틱. 4g, 2만원.

2. Tom Ford Beauty  보이즈 앤 걸즈(재거) 형광빛 레드 오렌지 컬러가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2g, 4만1천원.

3. Nars 리퀴드 립 컬렉션 파워매트 립 피그먼트(썸바디 투 러브) 컬러가 입술 위에 착 밀착돼 들뜨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5.5ml, 3만7천원.

4. Bobbi Brown 럭스 매트 립 칼라(보스 핑크) 컬러 파우더와 촉촉한 오일을 결합해 건조하지 않다. 3.6g, 4만2천원대.

5. Cle de peau Beaute  루쥬 아 레브르 캐시미어(102) 강렬한  발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조함과 답답함만 덜어냈다. 4g, 6만5천원대.

6. 3CE 매트 립 컬러(223)바이올렛 톤의 핑크 컬러가 얼굴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3.5g, 1만7천9백원.

7. Chantecaille 매트 시크(린다) 시폰처럼 보드랍게 발리고 가볍게 마무리된다.6.5g, 5만6천원.

8. Lancome 압솔뤼 루즈 드라마 마뜨(157) 피부 톤을 환하게 밝혀주는 로즈 코럴 컬러. 3.4g, 4만2천원대.

9. Maybelline New York 슈퍼 스테이 립 잉크(파이오니어) 엄청난 지속력의 립 래커. 5ml, 1만6천원대.

10. MAC 립스틱(마라케쉬)입술선에 꼭 맞게 바르기보다 자연스럽게 스머징했을 때 훨씬 더 세련돼 보인다. 3g, 3만원.

11. Dior 루즈 디올 울트라 루즈(999) 입술을 잉크로 물들인 것처럼 선명하면서도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3.2g, 4만3천원대.

12. Chanel 루쥬 알뤼르 잉크(170) 산뜻한 코럴 핑크 컬러가 입술을 꽃 잎처럼 부드럽게 물들인다. 6ml, 4만5천원.

13. Yves Saint Laurent 루쥬 쀠르 꾸뛰르 더 슬림(N°21) 한 번만 발라도 보이는 색 그대로 완벽하게 표현된다. 2.2g, 가격 미정.

14. Celebeau 시크릿 네온 립 틴트(02) 롱 래스팅 벨벳 폴리머가 입술 표면의 주름과 요철을 메워준다. 3.4g, 1만4천원.

15. Laura Mercier 벨루어 익스트림 매트 립스틱(스타일인) 매티파잉 파우더와 실키 컨디셔너가 색을 선명하게 입혀준다. 1.4g, 3만8천원.

16.  Clio 매드 매트 립(23) 색이 탁하지 않고 선명해 만족스럽다. 4.5g, 1만6천원.

17. Estee Lauder 퓨어 컬러 러브 리퀴드 립 벨벳 무스(305)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입술에 착 달라붙는다. 6ml, 2만8천원대.

18. Mamonde 하이라이트 립 틴트 매트(클라우디 로즈) 한 번 바른 것만으로 또렷한 컬러가 구현된다. 5g, 1만3천원대.

19. Giorgio Armani 루즈 아르마니 마뜨(102) 들뜬 각질까지 매끄럽게 눌러주는 매트 립스틱. 4g, 4만5천원대.

에디터
김선영
포토그래퍼
엄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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