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평생 눈에 담고, 손으로 만들어낸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멋지다고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 지난 2018 F/W 파리 오트 쿠튀르 기간, 그녀를 궁극의 아름다움으로 이끈, ‘코로만델(Coromandel)’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공개됐다. 코로만델의 어떤 매력이 그녀를 매료시켰는지,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했다.

“코로만델 병풍을 처음 본 순간 너무 아름답다고 외쳤다. 너무 아름답다고 말한 물건은 처음이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회고를 담은 폴 모랑의 책 <얼루어 오브 샤넬>에는 코로만델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졌는지를 직접 이야기하는 특별한 구절이 나온다. 샤넬의 연인이자 영감이었던 보이 카펠은 그녀가 코로만델에 관심을 갖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가브리엘 샤넬에게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옻칠한 병풍, 코로만델을 선물했다. 이후 코로만델에 대한 가브리엘 샤넬의 애정은 점점 커져서, 파리 리츠 호텔의 스위트룸, 뉴욕의 맨션, 로잔의 별장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있는 공간에는 늘 병풍이 자리했다. 실제로 가브리엘 샤넬은 작가 클로드 드레이에게 “나는 달팽이 같다. 항상 집을 갖고 다니니 말이다. 중국식 병풍 두 개와 책은 어디를 가든지 나와 함께다. 개방된 형태의 집에서는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어딜 가든 가장 먼저 찾는 게 병풍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병풍 위에 자리한 범선, 궁전, 금색과 심홍으로 빛나는 꽃과 새는 한 편의 판타지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그녀가 서른 점이 넘는 병풍을 소장했다는 사실만 봐도 코로만델 병풍이 가브리엘 샤넬 자신에게는 물론, 샤넬 하우스에도 얼마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인지 알 수 있다.

지난 7월 2018 F/W 파리 오트 쿠튀르 기간, 샤넬은 바로 이 코로만델의 시적인 세계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공개했다. 그랑팔레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장 입구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불투명한 막과 디딤돌 사이로 물이 흐르는 공간으로 꾸며져 가브리엘 샤넬이 안내하는 코로만델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양적 정취가 가득한 코로만델 컬렉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코로만델의 기원을 살펴봐야 한다. 17세기 루이 14세의 명을 받은 프랑스 선박은 브레스트나 보르도에서 출발해 아프리카와 프랑스령 섬, 부르봉섬을 돌아 동인도의 ‘초라만달’ 연안으로 향했다. 발음이 낯선 외국인들은 이곳을 두고 ‘코로만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 선원들은 진주와 보석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왕실의 중국 상인을 접하게 되는데, 그들의 배에는 옥, 도자기, 옻칠한 병풍 등 진귀한 물건이 가득했다. 옻칠은 당시만 해도 서양에 알려지지 않은 공예였고, 매끄럽고 지극히 섬세한 옻칠에 보석, 자개로 장식한 중국의 병풍은 유럽의 귀족을 매료시켰다. 가브리엘 샤넬이 “저녁에 이 병풍을 보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기사들이 말에 오르는 게 보인다”라고 했을 만큼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은 코로만델 병풍 속 풍경은 샤넬에 의해 특별한 하이 주얼리 작품으로 재해석됐다.

 

 

“나는 달팽이 같다. 항상 집을 갖고 다니니 말이다.중국식 병풍 두 개와 책은 어디를 가든지 나와 함께다” . – 가브리엘 샤넬

컬렉션은 샤넬의 시그너처이자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사랑한 카멜리아를 모티프로 한 ‘꽃(Flora)’, 코로만델 세공에 등장하는 ‘동물(Fauna)’, 샤넬의 크리스털과 보석에 대한 애정을 상징하는 ‘광물(Mineral)’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했다. 접거나 펴서 모양을 달리하고, 분리하거나 축소, 변형할 수 있는 병풍의 흥미로운 구조도 코로만델 컬렉션에 반영됐다. 병풍에 그려진 꽃, 구름, 새, 호수 등도 주얼리로 재탄생했는데, 단순히 동화적인 내용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직사각형 모양이 길게 나열된 병풍의 구조를 섬세하게 주얼리에 접목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코로만델의 전통에서 생명을 상징하는 ‘꽃’ 테마는 병풍으로 표현한 화이트 다이아몬드에 핑크 사파이어 꽃잎과 그린 투르말린 나뭇잎을 형상화했다. 특히 양면으로 착용할 수 있는 커프가 인상적인데, 병풍의 기하학적 구조를 재해석해 마치 화려한 코로만델 병풍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동물’ 테마 컬렉션은 병풍에서 표현된 것처럼 마치 날아오르는 듯한 새의 모습을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유희적인 기쁨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마지막으로 ‘광물’ 테마에서는 코로만델 풍경을 연상시키는 중국 항저우 시후 호수의 신비한 모습을 하이 주얼리에 담아냈다. 옐로 골드로 만들어진 ‘오리종 루앵 (Horizon Lointain)’ 플래스트런 목걸이는 코로만델 컬렉션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무수한 자개와 중앙에 타원으로 자리한 6캐럿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장식돼 코로만델 병풍 속 풍경을 연상시킨다.마지막으로 ‘광물’ 테마에서는 코로만델 풍경을 연상시키는 중국 항저우 시후 호수의 신비한 모습을 하이 주얼리에 담아냈다. 옐로 골드로 만들어진 ‘오리종 루앵탱(Horizon Lointain)’ 플래스트런 목걸이는 코로만델 컬렉션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무수한 자개와 중앙에 타원으로 자리한 6캐럿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장식돼 코로만델 병풍 속 풍경을 연상시킨다.

지금도 가브리엘 샤넬이 머물렀던 파리 캉봉가 31에 자리한 그녀의 아파트에 들어서면 병풍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한 인테리어 흔적이 남아 있다. 17세기와 18세기 병풍이 출입구를 가리고 있거나 벽난로, 소파 주위를 아늑하게 두르고 있는 식이다. 거울과 크리스털에 반사돼 병풍이 무한으로 늘어선 듯한 순간을 마주하면 가브리엘 샤넬이 왜 그토록 코로만델에 깊은 애착을 갖고, 패션 크리에이터로서 예술적인 영감을 얻게 됐는지 알게 된다. 코로만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59개의 주얼리로 구성되며, 이 중 24개 피스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진귀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