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오거리의 같은 건물에 사이좋게 자리하던 제이백 쿠튀르의 디자이너 백지훈과 젬앤페블스 디자이너 전선혜가 한강진역 뒤편으로 쇼룸을 이동했다. 100m 거리를 두고 위치한 그들의 공간이 한적한 골목을 들뜨게 하며 한남 2막의 시작을 알린다.

 

그 이상의 쿠튀르, 제이백 쿠튀르 백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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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2013년부터 5년 동안 한남오거리 일대에서 세 번 이동했고, 이번이 네 번째 쇼룸이다. 한남동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백지훈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곳이 가장 편안하다. 항상 변하고 있지만 강남에서 발견하지 못한 신선함이 있고, 개성이 넘치는 세련된 동네다. 자신만의 문화를 지닌 사람이 많아서 그들에게서 받는 영향도 즐겁다.

지하에 있는 Jayjac을 소개해달라.
웰메이드를 추구하는 제이백 쿠튀르 안에서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제이작은 용도의 차이를 두는 또 다른 전환점으로 봐주면 좋겠다. 그동안 영화나 광고, 무대 의상 제작 요청이 많았는데 제이백 쿠튀르와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쿠튀르 안에서 시도하기 부담스러운 특수한 의상을 만드는 일 말이다. 디렉팅은 내가 하지만 우리의 디자인팀이 제작할 수도 있는 제작소 개념이다.

벌써 11번째(캡슐 컬렉션을 포함) 컬렉션을 선보였다. 매번 프레스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최고의 패션 포토그래퍼와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톱모델 등과 룩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한다.
내 옷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된다. 내 옷을 평소에도 입고 아끼며,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디자인하는데 매우 큰 힘이 되니까. 그들에게 신나는 작업이 되는 동시에 내가 더 잘하고 싶은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이번 프레젠테이션에 정말 많은 사람이 왔다. ‘제이백 크루’라고 불릴 정도로 주변에 친구가 많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패션 에디터, 주얼리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구두 디자이너 등등. 이들과 주고받는 영향이 크겠다.
큰 힘이 된다. 내가 사람한테 빠지면 깊숙이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아 우스갯소리로 ‘시즌 친구’라고도 하는데, 그 시기의 친구가 머물다 떠나는 게 아니라 인연이 이어지다 보니 관계가 계속해서 확장이 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맞춤 브랜드를 통해 일종의 컨설팅 형식으로 진행하는 작업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가식 없이 일하는 방식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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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캡슐 컬렉션을 리넨으로 한 이유는?
본래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기에 자연 친화적인 것에 한국적 무드를 담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여름에는 그게 리넨이라고 생각했다. 삼베를 만들 순 없지 않나(웃음). 정교하고, 자유로운 가운데 나만의 스타일링을 통해서 새로운 리넨을 제안하고 싶었다. 리넨도 충분히 드레시하고, 테일러드적인 옷임을 보여준달까.

아까 삼베 얘기도 했지만 제이백 컬렉션에는 누빔을 비롯해 싸개단추 등 한국적인 요소가 많다.
서양 복식을 배웠지만 한국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정서와 주제를 표현하는 것도 국내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점을 외국에서는 독특하게 바라본다.

리넨 소재가 특이하다.
조직과 짜임, 두께감이 다양한 리넨을 아이템별로 다르게 적용했다. 예를 들어 짜임이 촘촘하고 힘 있는 조직은 재킷에, 슬리브리스 톱에는 시스루를 입은 것처럼 부드럽고 매우 얇은 리넨을 사용하는 식이다.

컬렉션 이름에 ‘시그니처’가 붙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리넨은 프레타포르테로 도약하기 위한 시작인 셈이다. 시즌별로 인기 있었던 아이템에서 실루엣을 변형하거나 업그레이드해 리넨 소재를 결합했다.

전보다 남성복이 많이 늘었다.
여성복의 힘이 강해져서 남자 컬렉션의 비율을 다시 늘려봤다. 남성복을 더 끌고 갈 것인지 고민했는데 다시 같은 비율로 강화할 예정이다.

제이백 쿠튀르를 입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감 넘치며, 당당한 사람들. 옷을 잘 입는다는 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롱한 빛과 견고한 형태가 빚어낸 아름다움, 젬앤페블스 전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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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이국적인 조각품과 인테리어 소품, 전시된 오브제가 무척 멋지다. 어떤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나?
전선혜 공간이 하나의 갤러리처럼 보이길 원했고, 그동안 발리와 파리의 앤티크 숍을 다니며 구입한 조각품과 그릇을 진열했다. 나의 취향을 가장 잘 알고, 많은 얘기를 나눈 남편이 인테리어를 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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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남동인가? 쇼룸에서 집까지 약 3분 거리다. 예전엔 밥 먹고 산책했던 길인데 조용하기도 하고, 조금만 내려가면 멋진 레스토랑이 있고, 교통도 편리하다.

커스텀 주얼리에서 보기 힘든 높은 등급의 원석은 어떤 경로로 이루어지는가?
원석은 전부 직접 핸들링한다. 아프리카, 칠레, 캄보디아 등에서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 고가의 유색석을 선별하고, 딜러를 만나는 과정 등.

한국에서는 유색 주얼리가 쉽지 않은 아이템이다.
컬러풀한 걸 워낙 좋아해서 안 할 수가 없다. 매 컬렉션마다 주제를 아예 다르게 잡아 다양한 시도를 해 재미와 신선함을 더하고 싶다. 스스로 도전하는 의미도 크다.

상반되는 컬렉션이지만 어떤 디자인을 겹쳐 착용해도 하나의 토털 컬렉션인 것처 럼 잘 어우러진다. 미리 레이어링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는가?
고객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계속 사게끔 만들려고 개미지옥을 만드는 게 아니냐고(웃음). 지금은 우리의 시그너처가 레이어드 룩으로 굳혀졌지만 특별한 의도 아래 그렇게 만든 건 아닌데, 반응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구현 방식의 차이일 뿐 아무래도 내 머릿속에서 나온 취향과 주제가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아닐까.

주제를 잡을 때 기준이 있나?
평소 관심 있던 주제를 세부적으로 파고들거나, 여행을 가서 문득 떠오르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시테(Cite) 컬렉션은, 남편과 연애할 당시 건축에 새롭게 눈을 떠 그 시기에 다가온 호기심을 주얼리로 풀어낸 거다.

컬렉션 이름이 다양하다. 이름을 짓는 방식이 있나?
주얼리에 담긴 스토리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이자 동생이 이름을 짓는다. 영어를 다른 언어로 풀어보거나, 지도를 찾아보거나, 자료를 수집해 만든다.

특히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하나를 꼽기가 정말 어렵지만…Afrik(아프릭) 컬렉션을 준비할 당시 아프리카 토속 신앙의 영향을 받아 볼드한 참 팔찌를 만들었는데, 구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한 개 만드는 데 며칠이 걸렸다. 조각을 다섯 등분해 적당히 비워두고 땜하는 과정을 거쳐 적당한 중량감과 유연한 형태를 갖춘 러키참 팔찌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는 걸로 알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갖춰졌을 때 진출하고 싶다.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주제는 나왔나?
율동과 리듬과 같은 추상적인 요소를 주얼리에 담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