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고 어떻게 묻힐 것인가. 어쩌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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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가 제임스 보즈웰이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죽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다. 죽음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보내는 사람 입장은 조금 다르다. 사랑했던 사람의 작별인사는 허투루 하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되며 장례 산업도 덩달아 발전하는 중. 미국의 장례 시장은 한해 약 200억 달러. 우리나라로 치면 약 22조 원에 달하는 수치다. 규모가 커지면서 업계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골을 바다, 하늘도 모자라 이제는 우주로까지 보낸다. 자, 당신은 어떻게 죽고 싶은가?

 

우주장

우주장

21세기형 장례식.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엘리시움 스페이스’는 우주장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면 캡슐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이 캡슐에 유골을 넣어서 보내면 수백 명분을 모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한다. 이 유골 캡슐은 최소 10년에서 최대 240년 동안 지구 주위를 떠돈다. 그 속도는 무려 시속 27000km/h. 그리고는 유성처럼 불타면서 사라진다. 희망자는 플로리다 우주발사기지에서 발사 장면을 참관할 수도 있다. 가격은 1,990달러(약 220만 원). 유족들은 위성이 지구를 도는 동안 스마트폰 등으로 위성이 현재 어느 지점을 비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우주장은 1997년에 발사되었는데 재미있게도 이 세계 최초의 저승 여행에는 <스타 트렉>의 제작자인 진 로든 베리, <스타트렉>에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기관장 역의 제임스 두핸의 유골이 실려 있었다.

 

다이아몬드장

다이아몬드장

최근 홍콩에서는 시체의 뼈에서 탄소를 추출해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제작하는 다이아몬드장이 유행하고 있다. 고인의 유골을 반지나 목걸이로 만들어 ‘죽어서도 함께 한다’는 의미로 차고 다닌다. 2007년, 스위스 다이아몬드 제작회사 ‘알고르단자’의 스코트 퐁 회장이 그의 외이모할머니의 유골을 다이아몬드로 만든 게 최초다. ‘알고르단자’에 유골 200g을 보내면 유골에서 99% 순도의 탄소를 여과해 흑연으로 정제한 다음, 9시간 동안 고압을 가하여 다이아몬드로 만든다. 이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2캐럿 정도. 체내 붕소 성분 때문에 푸른색을 띤다. 가격은 3만7000달러(약 4500만 원)이다.

 

웹캐스트장

방탄소년단이 공연하는 것도 유튜브 생중계로 볼 수 있는 마당에 이제는 장례식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이게 무슨 귀신이 코인노래방 가는 소리인가 싶은데 갑작스러운 부고로 먼 거리에 있는 지인들이 장례식을 찾을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든 서비스다. 생활 반경이 지구촌 곳곳으로 넓어지면서 생긴 이색 장례식이지만 실제로 해외 권에서는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화면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아직은 생소하다. 그럼 조의금은 계좌이체나 카카오머니로 보내야 하는 걸까.

 

천장

천장

티베트에서는 독수리를 ‘천국의 대리인’으로 여긴다. 시체를 독수리에게 바치는 이 방법은 티베트에서는 보편적인 장례식 문화. 한국에는 장의사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돕덴’이라고 불리는 천장사가 시체를 말뚝에 고정하고 칼집을 낸다. 그리고 독수리에게 시체를 먹이는 방식. 이때 흰색 독수리가 나타나면 고인이 천국으로 간다는 의미다. 불교 문화권인 티베트의 ‘윤회 사상’과 시체 부패가 어려운 척박한 기후 환경이 만들어낸 풍습이다. 티베트의 수도 라사의 적공사원에서 치러지는 천장이 유명하다.

 

폭죽장

‘인생 뭐 있어? 한방이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장례식. 유골을 폭죽에 매달아 쏘아 올리는 장례방법이다. 유골은 폭죽이 터지며 허공에 산화한다. 폭죽이 펑하고 터지거나 비처럼 쏟아지거나 수백 발이 형형색색으로 밤하늘을 수놓거나. 어떤 모양이든 원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폭죽장은 ‘짧은 생이지만 멋진 삶을 살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보통은 바닷가, 요트 위, 전망 좋은 빌딩 루프탑,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장소에서 쏘아 올린다.

 

산호초장

산호초장

바닷가에 유골을 뿌리는 수장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산호초장은 유골을 빻은 뼛가루를 봉인한 다음 인공 암초 안에 넣어둔다. 인공 암초가 유골함의 역할도 같이 한다. 인공 암초는 시멘트 재질로 만드는데 이 안에서 산호도 자라고 물고기들도 드나들며 점점 그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열기구장

열기구에 유골을 담아 하늘로 띄어 보낸다. 22,000m 상공에서 자동으로 상자가 열리고 유골이 하늘에 뿌려진다. 이 모든 장면을 GPS가 달린 카메라에 담아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것까지 400만 원대. 벌써 10여 년 정도 됐고 이용자가 늘면서 가격은 계속 낮아지는 중이다.

 

자연장

자연장

땅이 부족해 매장이 어려워지면서 대체재로 떠오른 자연장. 화장한 유골을 산에 뿌리거나 나무나 화초, 잔디 아래에 묻는 방법이다. 이때 납골 단지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땅속에 유골을 묻는다. 아시아에서 시작됐을 것 같은 이 방법은 놀랍게도 유럽이 원조다. 묘지난에 허덕이던 스위스에서 1999년 정부의 주도 아래 독일 등 유럽 국가로 빠르게 확산된 것. 요즘 고인들이 자연장을 원하는 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녀가 줄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무덤의 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죽음만큼 씁쓸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