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가장 잘 어울리는 치킨은??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치킨 리그전

2018-06-25T11:53:33+00:002018.06.25|FEATURE, 라이프|

러시아 월드컵과 중복이 연달아 찾아오는 올해 여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치킨 전쟁이 예고된다. 2018년도 치킨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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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다. 축구공이 던져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현상이 있다. 바로 치킨과의 전쟁이다. 올해 3월 통계청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닭의 사육 마릿수가 1억7천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2018년도 태극 전사들의 경기 시간이 저녁 황금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치킨업계는 벌써부터 들떠 있는 양상이다. 새벽에 경기가 대거 몰려 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의 분위기와 비교해보면 오랜만에 찾아온 파란색 신호등임이 틀림없다. 한국에서 치킨 파동이 불어닥친 시점은 2002년 월드컵과 맞물린다. 국내 치킨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대한민국 치킨전>은 이렇게 썼다. “치킨 때문에 축구를 잘했는지, 축구를 잘해서 치킨이 잘 팔렸는지 알 수 없지만 2002년 월드컵의 숨은 승자는 치킨업계였다.” 2002년은 예상을 뛰어넘는 태극 전사들의 선전으로 치킨집 사장님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른, 그야말로 치킨업계의 호시절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스포츠와 치킨의 상관관계가 견고하게 형성되며, ‘치맥’이라는 문화 현상이 대한민국을 감쌌다.

2018년도 ‘치맥’ 지형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올해 7월 배달의민족에서 <치슐랭 가이드>라는 책을 출간한다. 전국 50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의 특징을 큐레이션하고, 치믈리에들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개최한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올해 7월22일 또 한번 열린다. 세계 최초 치킨 능력 평가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이 대회는 와인과 커피를 감별하듯 필기와 실기 시험으로 나누어 전형을 치르고 일정 점수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자격증을 부여하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은 이벤트다. 지난해 시험 일부를 공개하자면 스피커로 들려주는 세 번의 소리를 듣고 진짜 닭 울음소리를 맞추거나 치킨 부위 중 가슴살에 속하는 가장 정확한 위치를 집어내야 하는 고난도 문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실기 시험에서는 눈앞에 놓인 프라이드 치킨, 시즈닝 파우더가 뿌려진 치킨, 양념치킨을 각각 맛보고 냄새 맡고 뜯어보며 브랜드 이름을 맞춰야 한다. 시험지에 주어진 보기의 브랜드 개수가 무려 8~9개에 달한다. 웃자고 시작했다지만 시험에 임하는 참가자들은 사뭇 진지하다. 소믈리에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와인잔에 콜라를 따르는 진행 요원들의 애티튜드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직원에 버금갈 정도로 엄숙하고 우아하다. 작년도 수석 합격자는 치킨의 맛을 정확하게 감별해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눈과 혀의 감각에 맡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험 전날 치킨 관련 동영상을 5분 정도시청한 게 전부라지만 ‘치킨총량법칙’에 따르면 그는 일주일에 1~2번, 28년 동안 닭 2천여 마리를 먹어 치운 놀라운 내공의 치킨 러버다. ‘대한민국 치킨 미각 1%에 도전하라’는 치믈리에 선발대회는 B급 코드와 패러디가 결합된 치킨 제국의 돌연변이임이 틀림없다.

그런가 하면 치킨업계처럼 레트로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시장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태초의 치킨은 아버지가 월급날 사 온 뜨끈하고 눅눅한 통닭의 형상을 한 무엇이었다. 지금처럼 치킨의 외피가 프라이드, 크리스피, 양념과 가루 등으로 진화하기 전에 가마솥에서 튀겨낸, 튀김옷이 얇은 일명 엠보 치킨의 시대가 있었다. <대한민국 치킨전>은 보드람, 치킨뱅이, 둘둘치킨, 림스치킨이 바로 엠보 스타일 치킨이라고 정의한다. 남다른 미각을 가지고 있는 제15회 한국소믈리에대회 우승자이자 와인바 ‘하프 패스트 텐’의 오너 소믈리에인 양윤주 소믈리에에게 최근 가장 인상깊게 먹은 치맥이 무엇인지 물었다. “동부 이촌동에 위치한 한강 치킨의 후라이드 치킨과 깔끔한 라거 스타일의 오키나와 생맥주를 즐겨 먹습니다. 이곳의 치킨은 튀김옷을 얇고 바삭하게 입혀서 갈색이 나게 튀겨낸 옛날 스타일입니다. 닭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함께 나오는 무심하게 썰어낸 절인 무도 매력적이죠.” 본인을 ‘프라이드 순혈주의자’라고 밝힌 음악 평론가 김작가 역시 “튀김옷의 바삭함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치킨이 아니죠”라고 한마디 보탰다. 치킨 좀 뜯어봤다는 미식 구루들이 추천하는 레트로 무드의 치킨집으로는 부암동에 위치한 계열사, 마포구에 위치한 마미치킨, 일명 카레치킨으로 유명한 청담동의 노포 새로나 치킨이 있다. 좀 더 트렌디하게 치맥을 즐길 요량이라면 맥주 종류에 따라 맛의 차이를 느껴볼 것을 추천한다. 수제맥주 브랜드인 아크 비어 김우진 팀장은 “ ‘선데이 모닝’처럼 시트러스 향이 있는 깔끔한 맛의 라거 계열 맥주가 크리스피한 치킨과 잘 어울린다면, ‘여수’와 같은 보리처럼 구수한 맛도 있고 바디감이 느껴지는 에일 맥주는 교촌 치킨이나 지코바처럼 양념이 센 메뉴와 잘 어울린다”고 조언한다. 더부스와 배달의민족이 협업한 ‘치믈리에일’은 치킨 장원급제를 통해 자격증을 획득한 118인의 치믈리에들이 블라인드 시음회를 거쳐 레시피 개발에 참여한 신제품으로 감귤류의 상큼한 향이 특징이다.

서울의 주요 호텔에서도 ‘치맥’에 방점을 찍은 여러 가지 패키지를 준비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은 7월 말까지 ‘치맥 룸서비스’를 선보이며, 글래드 라이브 강남에서도 9월 말까지 ‘치킨라이브 패키지’를 선보인다. 2013년부터 시작된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 두류 공원 일대에서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뜨거운 7월, 대한민국 치킨 지형도는 이토록 다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