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을 바라보는 헬레나 플라워가 새로운 공간에서 제2막을 시작한다. 꽃과 식물이 주는 생기가 은은하게 흐르는 도심 속 오아시스로의 초대.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를 걷다 보면 시선을 압도하는 건물이 하나 있다. 거대한 잿빛 큐브를 가득 메운 직선의 교차 속에서 묘한 아름다움이 흐르는 이 건물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다. 그가 백자 달항아리와 한국 전통 가옥에서 영감을 얻은 이 빌딩은 7천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지상 22층 높이의 건축물이다. 견고하고 웅장한 이 건물에 형형색색의 꽃과 녹색 식물이 쇼윈도 밖으로 생기를 내뿜는 공간이 있다. 꽃의 미학을 오랜 시간 실현해온 헬레나 플라워의 새로운 둥지다. 이 건물 1층에 단독으로 입점해 화제에 올랐다. 헬레나 플라워는 그동안 갤러리아 백화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샤넬, 까르띠에 등의 럭셔리 브랜드를 클라이언트로 섬세한 작업을 펼쳐왔다.

세련되고 우아한 감각으로 헬레나 플라워를 이끌어온 유승재 대표.

세련되고 우아한 감각으로 헬레나 플라워를 이끌어온 유승재 대표.

“곧 20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그동안 숍을 다섯 개 운영해오고 있었는데, 20주년이라는 나름 기념비적인 해를 맞아 물리적으로 힘을 한곳으로 모아보고 싶었어요. 그 긴 시간을 달려온 건 전적으로 ‘꽃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꽃무늬가 곱게 수놓아진 셔츠를 입은 유승재 대표가 말했다. 그동안 축적해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보다 의미 있는 미래를 기획하던 중 상징성 있는 이 공간에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플라워 숍은 이미 사옥 안에서도 아주 핫한 공간이다. 얼마 전 꽃집 앞으로 건물 입구부터 후문까지 길게 줄을 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픈 첫날 프로모션으로 평소 2만원에 판매하던 꽃을 3천원에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300개 한정 수량으로 판매했는데, 1시간 만에 완판됐죠. 이 정도 반응은 예상치 못해서 너무 놀랐고 한 편으로는 감동도 받았어요. 사람들이 꽃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은 몰랐어요. 꽃의 미래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답니다.”

6미터가량의 천장 가득 다채로운 식물이 장식된 에어 플랜트.

6미터가량의 천장 가득 다채로운 식물이 장식된 에어 플랜트.

헬레나 플라워 숍 안으로 들어가면 식물원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6미터 가량의 높은 층고로 이루어져 입체적인 공간감을 주는 것도 한몫한다. 특히 공중에 띄운 회오리 모양의 구조물에 여러 가지 식물이 매달려 있는 ‘에어 플랜트’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아방가르드한 장면이다.

꽃을 보관하는 대형 냉장 시설과 넓은 대리석 테이블을 보유한 헬레나 플라워 내부 공간.

꽃을 보관하는 대형 냉장 시설과 넓은 대리석 테이블을 보유한 헬레나 플라워 내부 공간.

에어 플랜트에서 시선을 뒤로 돌리면 로즈 골드 컬러의 대형 냉장 시설이 보인다. 국적도 색깔도 각양각색인 온갖 꽃이 진열되어 있다. 원한다면 선선한 냉기를 머금은 그곳으로 들어가서 꽃을 직접 보고 고를 수도 있다.

눈과 마음을 정화하는 헬레나 플라워의 쇼윈도 풍경.

눈과 마음을 정화하는 헬레나 플라워의 쇼윈도 풍경.

5월이 장미의 계절이라면 6월은 작약의 달이다. 아주 진한 분홍부터 화이트에 가까운 색까지, 작약의 다채로운 그러데이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옆으로는 지상부터 천장까지 사다리처럼 높게 뻗은 진열대 가득 유 대표가 그동안 컬렉팅한 화병이 전시되어 있다. 곽경태 작가의 도자기 화병, 바카라의 클래식한 크리스털 화병,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바다 건너온 이국적인 오브제가 가득해 시선을 떼기가 어렵다.

빨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예술, 인문학 서적을 탐독할 수 있는 레드 룸.

빨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예술, 인문학 서적을 탐독할 수 있는 레드 룸.

헬레나 플라워에는 일명 ‘레드 갤러리’라 불리는 공간이 있다. 빨간 벽에는 이런 글씨가 써 있다. “‘꿈꾸는 화원’은 플라워 아티스트 유승재 대표의 꽃, 그리고 삶에 대한 사색과 사유를 담은 작은방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유유히 머물러도 좋습니다.” 두 개의 큐브로 이루어진 ‘레드 룸’은 분리와 이동이 가능한 움직이는 갤러리다. 오직 소리에만 집중하는 음악 감상실, 시집과 소설, 예술 서적이 가득한 도서관, 참신한 작가들의 전시 공간, 혹은 명상과 휴식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염두에 두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원승한 대표와 함께 설계한 공간이다. 그녀는 빨간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비움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앞으로 헬레나 플라워에서는 다양한 수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아카데미 ‘아뜰리에 헬레나’에서는 소수 정예로 플라워 데커레이션 노하우를 전수한다. 자세한 내용은 헬레나 플라워 인스타그램 계정(@helenaflower_seoul)을 참고할 것.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의 컬러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헬레나 플라워만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