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갈대로 만든 가방

이채민

갤러리아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백 브랜드 하이맷 애틀랜티카의 디자이너 몽세라 알바레즈를 만났다.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력과 사랑스러운 성격을 가진 이 유러피언 아가씨는 자신이 고향에서 발견한 것들로 만든 가방이 어떻게 세계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는지 조곤조곤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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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미술사가(ArtHistorian)란 당신의 배경이 특이하다. 어떻게 패션을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Heimat Atlantica 로마에서는 미술과 패션사를, 파리에서는 건축학을 공부했으며, 산업 디자이너 부홀렉 형제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기도 했다. 음악, 미술 같은 창작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항상 그런 환경에 놓여 있었다.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오브젝트를 모아서 보여주는 건 어떨까 하는 직감에 이끌려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포르투갈 갈대와 스페인 도자기를 결합한 가방이 아주 이국적이다.
가방에 달린 포슬린 참은 스페인의 유명 도자기 회사 살가델로스 사의 것이다. 커플 모양의 도자기 펜던트는 사랑을 찾아주는 부적의 의미도 있어 한동안 목걸이로 지니고 다녔다. 또, 갈대를 손으로 꼬아 만든 가방은 포르투갈 지역의 전통 공예 기술로 만든 것으로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스토리를 품은 오브젝트를 좋아하는데, 두 가지 모두 나와 친밀한 지역적인 특성을 가진다. 또, 특이한 미적 감각이 연출되어서 좋기도 했고.

갈대로 만드는 가방이라니, 제작 과정이 까다로울 것 같다.
맞다. 이 가방은 원래 어부나 과수원에서 쓰던 가방인데, 이 기술을 보유한 장인은 포르투갈 전체를 통틀어 10명도 안 된다. 특히 그들은 일하는 데 별 관심이 없어, 공예 기술 보존의 가치와 중요성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 평균 임금보다 많이 지불하고 가방을 제작한다.

그에 비하면 정말 합리적인 가격이다(가방은 크기에 따라 20만~40만원대를 오간다). 뉴욕 바니스 백화점이나 유명 온라인 편집숍에 입점했다.
고맙다. 최고, 진짜만 사용하는 게 내 신념이다. 가방 밑창으로 사용하는 가죽 또한 로에베 가방을 생산하는 공장과 동일하고, 더스트 백도 수공으로 만든다. 하이맷 애틀랜티카는 컬렉션을 발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장인 기술을 보존하는 것이 진짜 프로젝트다. 내 가방의 로컬적 특성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자체도 그 의미가 무척 크다.

그렇다면 하나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나?
갈대를 모두 말리는 과정까지 친다면 한 달 정도, 그 과정을 생략하면 가방 하나 짜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다른 나라의 ‘크래프트맨십’에 대해 관심 가져본 적 있나?
손으로 만드는 터치감을 좋아해서, 세라믹에 관심이 많다. 그 나라의 토양에 따라서도 세라믹이 달라지지 않나. 항상 여행 가는 곳의 세라믹을 찾아 다닌다(그녀는 서울에서 구입한 연꽃 모양의 찻잔 세트 사진을 보여줬다). 순수한 형상과 심플한 미감이 마음에 든다.

당신의 가방은 보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행복감을 선사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 친구,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도 하모니,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스타일 철학이 있다면?
과감하게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 다양한 걸 믹스 매치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어떤 옷에 꽂히면 한 달 내내 그 옷을 입기도 한다.

역사적 오브젝트를 현실로 가져오는 데 흥미가 있는 듯하다.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나?
갈리시아 지방의 조개가 매우 유명하다. 다음 시즌은 그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조개를 엮은 장식을 붙인 가방 외에 목걸이, 초커 등의 주얼리를 선보이려고 한다. 오는 9월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다음 여름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이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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