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랑에 빠지고 싶다

이채민

여름이 다가오는데 집에서 방바닥만 긁게 생겼다. <하트시그널>, <선다방>, <로맨스 패키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까지. 이른바 짝짓기 프로그램. 우리는 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에 열광할까?

금요일 밤 10시부터 검색어가 달아오른다. 하트시그널, 김현우, 김도균, 오영주, 임현주 등. 단 하나의 프로그램 때문에 청춘 남녀들이 불금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하트시그널> 효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줄여서 ‘핱시’라고 부르는데. 대체 어떤 신호길래 트와이스만큼의 전성기를 누리는 걸까? <하트시그널 시즌2>는 현재 2.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채널A 예능프로그램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매주 방송 이후 검색어와 비드라마 부분 화제성도 점령하는 중. <선다방> 역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 양세형의 입담으로 유인나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이적이 중재하는 모습도 꿀재미를 선사한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내뱉는 말들도 캡처되어 랜선을 떠다닌다. 과거 <짝>과 비슷한 방식으로 호텔에서 남녀 10명이 시간을 보내는 <로맨스 패키지>도 인기다. 대체 왜? 갑자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늘었을까?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한 젊은 세대들이 마지막으로 부들부들 부여잡고 있는 것이 바로 ‘연애’라는 것. 씁쓸하고 슬픈 이야기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고인다. 방송국 역시 먹방, 육아 예능의 인기가 식으면서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다. 이 흐름을 타고 조만간 연애 프로그램이 3편 이상은 더 나올 예정이다. ‘어차피 못할 연애, 남이 하는 거나 보자’는 심보일까? 시청자의 입장에서 각 프로그램 별 인기 비결을 분석해봤다.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

청춘 남녀 8명이 ‘시그널 하우스’에 한 달 동안 머물며 사랑을 찾는 이야기. 출연한 이들은 일반인이지만 관심이 높아지며 어느새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중. 실제로 출연자의 회사와 가게 앞에는 그들을 보기 위해 줄을 선다고. 다른 프로그램들이 만남 시간이 짧은 것에 반해 한 달 동안 출연자의 감정 변화를 보다 보니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무엇보다 패널들이 다양하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작사가 윤이나, 정신과의사 양재웅 박사들이 출연하며 출연자들의 행동을 심리학 용어로 해석하며 신뢰성을 더한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누구랑 짝이 될까?’가 전부였다면 <하트시그널>은 눈빛, 제스처, 행동, 직업적 특성을 분석하는 재미가 있다. 그만큼 편집이 디테일하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도 흥미 요소. 출연자들이 갔던 맛집, 술집 등 데이트 코스를 직접 가볼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이어서 좋다.

tvN <선다방>

정말 현실적인 소개팅, 그야말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1:1 매칭 프로그램답게 홈페이지로 직접 사연을 받고 출연자를 선별한다. 각자 취향에 맞는 출연자들을 매칭 시켜주고 ‘선다방’에서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그곳을 떠난다. 담당 연출가 최성윤 PD가 가장 고심하는 건 직업군이라고 한다. “내 주변에도 의사, 공사장 인부 등 많은 일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스펙 좋은 사람만 나와도 이상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 나와도 이상하다. 누구를 배제하기보다 직업의 다양성 측면을 더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외모, 스펙, 학력, 직업을 가진 이들보다는 ‘위대한 보통 사람들’이 출연하는 셈. 오랫동안 연애를 못해서 고민인 사람,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이라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출연자들이기에 쉽게 공감하고 설렌다. 실제 소개팅처럼 떨리고 긴장하는 출연자들의 모습 역시 현실성을 더한다. 마치 카페 옆자리의 소개팅을 몰래 지켜보는 기분. <선다방>은 공식적으로는 한 커플, 비공식적으로는 수 커플을 탄생시켰다. 특히 웹툰 작가와 동화작가 커플은 실제로 연애를 시작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소개팅. 나도 저 기분을 아니까 더 재미있을지도.

SBS <로맨스 패키지>

불미스러운 사고로 <짝>이 폐지되었을 때 수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다. 그로부터 4년 뒤, 호텔과 바캉스, 그리고 연애를 접목시킨 프로그램 <로맨스 패키지>가 다시 방영되고 있다. 초호화 호텔에 금요일 입실, 월요일 퇴실. 출연자들은 3박 4일 동안 머물며 각자의 짝을 찾는다. 마치 여행을 간 것처럼, 특히 호텔에서 낯선 이성을 만난다는 게 로망을 자극한다. “연애나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아져 연애가 드라마 같은 판타지가 되었다.” 라는 것이 연출가 박미연 PD의 의견. 점점 상향곡선을 그리는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달 조사한 콘텐츠 파워지수(CPI) 순위에 따르면 ‘로맨스 패키지’는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TOP 50 중 2위에 올랐다. 출연자들은 타 프로그램에 비해 조금 화려한(?) 편. 어마어마한 사업가 거나, 억대 연봉의 회사원이거나, 혹은 전문 직종이거나. 물론 외모도 수려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예 비현실적인 느낌이라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보게 된다. 3일 동안 전개되는 스피디한 진행도 인기비결. 재고 따질 시간이 없다. 쓸데없는 감정소모는 재끼고 모두가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지지부진한 연애에 지쳤던 청춘들은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느낀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tvN, 채널A,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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