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에게 자극을 주는 동시대 뮤지션은?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크러쉬와 다시 만난 자유

2018-05-18T15:17:15+00:002018.05.25|FASHION, FEATURE, 피플, 화보|

크러쉬와 숲으로 여행을 떠났다. 자연 속에서 보낸 크러쉬의 유유자적한 시간들.

WK1806-크러쉬 수정1
<W Korea>오늘 잠은 제대로 자고 나왔나? 라디오와 각종 음악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엄청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데.
크러쉬 어제 5~6시간 정도 잘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작업할 것이 많아서 겨우 2시간쯤 눈을 붙였다.

신곡을 들고 오랜만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했다. 그날의 방송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겨본다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 방송에 출연하면 긴장하는지 뭔가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멍’ 때리는 느낌으로 끝마치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라디오도 그렇고 방송에서 스스로 말을 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두고 연륜이 쌓였다고 하는 건가 싶다. 희열이 형과 즐겁게 만담도 나누고, 그날 무대도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밴드 원더러스트 멤버들과 처음 완전체로 공연을 선보인 자리이기도 했다. 그날 우리가 KBS 방송국에 불을 지르고 왔다(웃음.)

대한민국 세션계의 일등만 모여 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밴드의 구성은 어떻게 되나? 맴버들 소개를 부탁한다.
키보드 홍소진, 드럼 김승호, 베이스 최인성, 기타 김동민, 색소폰 주현우, 트롬본 박경건, 트럼펫 김성민 그리고 디제이 신용식 이렇게 총 8명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함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날도 우리가 무대를 완전히 부숴 버릴 거다.

밴드와 합을 맞춰서 음악을 할 때 어떤 차이점을 느끼나?
에너지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편곡할 때 느끼는 자유로움에서 재미를 느낀다. 내가 마스터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밴드 멤버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 같이 의견을 내서 적재적소에 반영한다.

크러쉬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동시대 뮤지션은 누구인가?
같이 작업하는 스테이 튠드 형과 제일 가까운 사이인 팬시차일드 크루 멤버들. 지코, 딘, 페노메코, 밀릭 등등. 이 친구들과 음악을 매개로 교류하면서 좋은 자극을 받는다. 밴드 원더러스트의 멤버인 홍소진 누나와는 최근에 듣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노래 제목을 하루에도 몇십 개씩 주고받는다.

최근에 서로 추천해준 노래는 무엇이었나?
맷 커슨(Matt Cusson)을 추천받았다. 이 뮤지션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들어보니까 눈물이 날 만큼 좋았다. 맷 커슨의 ‘Could’라는 곡을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 내가 누나에게 공유해준 리스트는 조 샘플(Joe Sample)의 ‘When Your Life Was Low’라는 곡이다.

친누나도 노브(NOV)라는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내가 누나에게 혹시라도 부담이 될까 봐 인터뷰나 방송에서 언급을 잘 안 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들어봐도 진짜 실력 있는 뮤지션인 건 맞다. 요즘엔 누나 노래를 정말 많이 듣는다. 목소리, 가사, 멜로디 모든 것이 너무 좋다. 이번 주 토요일에 콘서트를 하는데 스케줄 때문에 못 가봐서 아쉽다.

스팽글 장식 재킷은 꼼데가르송 제품.

스팽글 장식 재킷은 꼼데가르송 제품.

게스트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공개된 개인 작업실을 보면 보라색 조명을 설치해놨더라. 조명의 색감과 톤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작업실 조명은 여전히 보랏빛이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개인 작업실 조명은 은은하고 감성적인 간접 조명으로 바꿨다. 집에서는 감성적인 노래를 주로 만들고, 집을 벗어나서는 좀 더 신나는 노래를 많이 만든다. 집에서만큼은 철저하게 깊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이야기가 담긴 곡을 만들려고 한다.

‘내 편이 돼줘’는 집에서 녹음한 곡으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집에서 만들었고, 그래서 가이드 녹음도 거실에서 먼저 했다. 그러고 나서 녹음실에서 제대로 녹음하려고 사오십 번 정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아무리 불러봐도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집에서 가이드로 녹음한 버전을 사용했다. 앨범에 실린 다른곡도 가이드 버전을 쓸 때가 더 많다. 처음에 불러봤을 때의 감정선이 이상하게도 제대로 녹음을 시작하면 안 나올 때가 많은 것 같다. 내 목소리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뭔가 노래를 부르는 리듬부터가 다르다.

곡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감을 주는 목소리가 있나?
후디 누나! 작년에 발표한 곡 ‘아웃사이더’에 누나가 코러스로 참여했다. 올해도 같이 작업하고 있는 곡이 있다. 후디 누나의 목소리는 유일무이한 보석 같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크러쉬의 음악적 세계관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뮤지션은 누구인가?
최근 LA에 있는 쳇 베이커의 묘지에 다녀왔다. 그곳에 다녀오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의 평전도 거의 다 읽어간다. 뭐랄까, 어렸을 때부터 대차고 도전적인 삶을 살았더라. 비극적인 죽음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 음악과 자신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이다. 이토록 존경하는 뮤지션에게 조의를 표할 수 있는 방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커버곡을 만들어서 쳇 베이커의 기일인 5월 13일에 발표하게 됐다. 그에게 바치는 헌정곡 ‘I Fall In Love Too Easily’는 쳇 베이커의 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악기가 있나?
트럼펫! 연주가들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 만큼 힘들다고 만류하지만 그래도 배울 생각이다. 단독 콘서트 때 연주하겠다는 나름의 목표가 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최근에 구매한 가장 고가의 물건은 무엇인가?
미국에 간 김에 프로펫 식스라는 신시사이저를 샀다.

체크무늬 가운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무늬 가운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년 전 인터뷰에서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나인 투 식스(9 to 6)’의 삶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발언이었다. 작업할 때는 절대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출퇴근하듯이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리듬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을 하려고 한다. 주로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곡이 잘 써지는 편이다.

자정에서 새벽 사이에 일일 라디오 DJ를 맡게 된다면 첫 곡과 끝 곡으로 어떤 노래를 선곡하고 싶은가?
진짜로 해보고 싶은 일이다.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달라. 틀고 싶은 노래가 너무 많아서 바로 답하기가 어렵다. (정적) 첫 곡 나갑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며) 조지 듀크(George Duke)의 ‘Sunrise’. 마지막 곡은 커트 엘링(Kurt Elling)의 ‘Nancy With Laughing Face’. 반드시 라이브 버전으로 들어야 한다.

뮤지션들은 음성 녹음 기능을 메모장처럼 사용하는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것을 목소리로 기록해두니까. 지금까지 휴대폰에 저장된 녹음 파일 개수는 몇 개인가?
천삼백팔십사 개. 절대 지우지 않는다.

크러쉬가 만든 더 많은 곡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올해 빅픽처에 대해 귀띔해준다면?
아마 여름쯤에 싱글 앨범을 발매할 것 같은데 많으면 4곡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정규 앨범도 내고 싶다. 사실 그동안 작업한 아주 많은 노래가 준비되어 있다. 아직 발표만 안 했을 뿐. 그중에서 어떤 노래를 먼저 내보낼 것인지, 공개 순서가 내게는 더 중요한 과제다.

본인의 지난 앨범을 모두 파노라마로 펼쳤을 때 가장 아방가르드하다고 생각하는 곡은 무엇인가?
<Interlude>라는 앨범의 ‘Castaway’라는 곡이 가장 실험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발매한 ‘잊을 만하면’이라는 신곡은 내가 예전부터 계속해오던 스타일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것이다. 사실 너무 오랜만에 발표하는 싱글 앨범이라 부담도 걱정도 컸다. 어번한 R&B, 약간 레트로한 ‘크러쉬다운’ 음악으로 돌아왔지만 다음에 보여줄 행보는 좀 더 실험적일 것이다.

본인에 대한 댓글을 읽었을 때 일희일비하는 편인가?
예전이라면 그랬을 수 있지만 요즘에는 전혀 영향을 안 받는다. 노래가 구리네 어쩌네 별의별 댓글이 올라온다 해도 요즘엔 그냥 웃는다.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챙기려고 애쓴다. 자존감이 많이 높아져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예전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화나는 일이 생기면 아무것도 못하고 힘들어했는데, 요즘엔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슬플 때가 있으면 행복한 때도 있는 거니까. 지금은 모든 것이 괜찮은 시기인 것 같다.

소년 신효섭은 어떤 사람이었나?
열정만큼이나 열등감도 많고 자격지심과 욕심도 많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나타나서 원하는 능력 하나는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무엇을 가지고 싶은가?
(한참의 정적 후) 타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싶다. 그 어떤 능력보다도 가지기 어려운 것 같다. 남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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